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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가해자들의 ‘킬링타임’에 대하여

혜화동1번지 6기동인 2016 기획초청공연 [세월호]

입력 2016-08-26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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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밝혀지지 않는 시간을 통해 여전히 세월호 참사에 대해 묻는 연극 '킬링타임'(구성 및 연출 구자혜)이 대학로 혜화동 1번지 무대에 올랐다.

 

구자혜 연출이 이끄는 극단‘여기는 당연히, 극장’은 작년 역시 혜화동1번지 6기동인 기획초청공연 [세월호]에서 <오늘의 4월 16일, 2015.8>을 통해 2015년 8월의 세월호를 이야기했다. 작년의 세월호는 그날 이후 일상의 감각을 관객에게 전달했다. 이야기는 인과관계 없이 툭툭 뱉어졌다.

 

<오늘의 4월 16일, 2015.8>는 말할 수 없고, 더듬거리고, 입술을 깨물고, 삭제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바라보고 말을 걸고 말해내려는 순간들을 담아낸 공연이었다.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들이 좋아했던 것들, 이제는 비어버린 학생의 방, 학생이 쓴 시. 이제는 감각할 수 없는 일상의 사소한 이야기들이 툭툭 튀어나오며 작은 것들을 미묘하게 감각해냈다. 왜냐하면 세월호 참사로부터 1년이 흘렀던 그 당시, 더듬거리는 언어로 겨우 감각해내는 것. 그것이 2015년의 4월 16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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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2년이 흐른 올해 ‘여기는 당연히, 극장’은 공동창작을 통해 대본을 완성한다. 배우와 스태프들은 가해자들의 언어를 탐구했다. 이제, 작년과 다른 언어로 세월호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애도와 정의의 프레임을 벗어난다. 따라서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라는 극장에 가해자들이 소환된다. 이제야 가해자를 무대에 불러내본다. 책임을 져야할 누군가는 승진했고, 누군가는 형을 받았다. 청문회에서 가해자들은 위원에게 1:1질의를 받는다.

 

<킬링 타임>은 카메라의 사각지대를 비춘다. 가해자들 사이에 촘촘히 맺어져 있는 책임 전가의 끈을 따라가 본다. 그리고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한다. 당시에도 그리고 여전히 지금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다는 것. 구조할 수 있었지만 구조하지 않았다는 것. 그들의 총구는 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그들에게 총구를 겨눠야 하는 것인가. 아니, 마이크를 그들에게 대본다. 그 입에서 무엇이 나오는지. 그들에게 시간을 주고자 한다. 발언의 기회를 주고자 한다. 가해자들의 말을 끈질기게 들어준다.

 

'킬링타임'은 28일까지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에서 공연된다. 배우 권정훈, 이리, 조경란, 최순진이 출연한다.
 
 정다훈 객원기자 otrcoolpe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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