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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 세계에서 공포증 극복 … VR 의료기술 명과 암

정신질환·뇌손상 치료 및 재활에 활용 … 어지럼증·발작·중독 등 부작용 우려도

입력 2016-09-13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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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삼성전자가 출시한 가상현실 헤드셋 ‘기어 VR’

2016년은 전세계 학자들로부터 ‘VR(Virtual Reality) 대중화 원년’으로 불린다. VR 시장 선두주자인 오큘러스와 HTC는 올해 세계 최초로 소비자용 헤드셋을 출시, 본격적인 시장 진출에 나섰다.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 유명 기업들도 자사의 기술 및 소프트웨어에 VR을 적용하는 데 많은 인력과 연구비용을 쏟아붓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기반 가상현실 기기인 ‘기어 VR’을 출시하기도 했다.

의료 분야에서도 VR은 수술 및 의료진 교육 효율성, 입원 만족도 등 측면에서 다양한 장점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반대로 기술적 한계, 어지럼증, 중독, 콘텐츠 제작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의료 분야 적용엔 한계가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VR은 특정 환경이나 상황을 컴퓨터 영상으로 만들어 사용자가 마치 실제 주변 상황 및 환경과 상호작용하고 있는 것처럼 재현하는 기술이다. 게임·스포츠·테마파크 분야를 시작으로 교육 및 헬스케어 등 다양한 산업군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중 헬스케어 분야에선 의사교육과 환자심리 개선 측면에서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또 재활치료 측면에서 뇌졸중이나 외상성 뇌손상 환자의 기능장애 개선에 활용할 수 있다. 스위스 마인드메이즈(Swiss Mindmaze)가 개발한 마인드모션프로(MindMotionPro)는 팔을 들어 올리거나 손가락을 움직이는 연습을 도와주는 VR 기기다. 실제로 팔을 움직일 수 없지만 시각적·청각적 피드백으로 동기를 부여해 환자가 반복적으로 행동을 연습할 수 있게 한다.

국내의 경우 분당서울대병원이 2014년 서울대 공대와 공동연구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MS)의 3차원 동작인식카메라 ‘키넥트’를 이용한 VR 치료프로그램을 개발, 뇌졸중 치료에 활용하고 있다. 가상현실 게임에 재활치료를 접목함으로써 환자 동기부여와 재활 지속 면에서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상태가 비슷한 환자끼리 가상공간에서 대결을 벌이면서 치료를 이어가면 동기부여 및 재활 지속성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향후 병원에 오지 않고도 집에서 로그인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기술을 발전시키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


정신과적 영역에선 공포증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 예컨대 고소공포증이나 밀실공포증 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가상현실 세계를 구현해 해당 공포에 적절하게 노출되는 훈련을 실시한다. 이런 훈련은 안전하고 필요할 경우 즉시 중단하거나 동일한 조건을 반복할 수 있어 안전하고 효율적이다.


VR을 활용한 ‘가상 수술실습’은 의료진의 수술 정확도와 교육 수준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수술을 실습하는 학생들이 VR용 고글을 쓰면 실제 수술하는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의료 VR의 선구자인 샤피 아메드(Shafi Ahmed) 박사는 영국 로얄런던병원에서 VR 카메라를 이용해 수술시연을 선보였다. 당시 아메드 박사는 70대 대장암 환자의 수술을 휴대폰과 VR헤드셋을 통해 전세계에 실시간 중계하고 피드백을 받았다. 아메드 박사는 “VR을 수련의 및 전문의의 수술트레이닝 프로그램으로 활용하면 국제적 의료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VR프로그램과 트레드밀(러닝머신의 일종)를 결합한 운동요법도 연구가 진행 중이다. 가상현실과 러닝머신을 접목하면 운동능력이 월등히 개선되고 반대로 낙상 발생 위험은 감소한다.
병원에 계속 입원해야 하는 만성질환 환자에게도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LA 세다스시나이병원 연구팀이 환자의 스트레스와 통증을 줄이기 위해 VR로 병원이 아닌 야외 풍경이나 심해의 모습을 보여준 결과 환자의 입원기간이 단축됐으며 각종 의료자원도 절감됐다.
업계 관계자는 “의료분야에 적용되는 가상현실 시장은 2020년 300억달러(33조5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며 “원격수술이나 가상치료와 관련된 VR 및 웨어러블 헬스디바이스 기술은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 분야에 VR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VR을 장시간 이용하면 어지럼증과 멀미가 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심할 경우 광과민성 발작 증상으로 이어진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됐다. VR을 이용한 재활치료 및 수술 중에 이런 부작용이 발생한다면 질병 회복 및 환자안전 측면에서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정신과적 영역에서 중독 및 심리치료에 VR을 장기간 사용하면 VR 중독이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에 부딪힐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정환 기자 superstar1616@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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