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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나는 온전히 나인가?”, 그렇게 ‘피노키오가 묻는 말’

[혼자보기 아까운 히든콘] 책 '피노키오가 묻는 말'

입력 2016-11-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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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콘_피노키오

 

“이렇게 가혹한 벌을 받으면 제 버릇이 고쳐지나요?”

 

우리가 알고 있는 카를로 콜로디의 ‘피노키오의 모험’은 잔혹동화에 가까웠다. 말하는 나무토막이 제페토에 의해 인형으로 만들어져 인형극장에 팔려가고 도둑을 맞는가 하면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마법에 걸리고 당나귀가 돼 가죽이 벗겨질 위기에 처해지고 바다에 던져진다. 

 

톡에서 펴낸 ‘피노키오가 묻는 말’은 잔혹동화를 자아찾기의 과정으로 각색한 책이다. 카를로 콜로디의 원작을 ‘천국의 우편배달부’, ‘엄마의 비밀정원’ 등의 김미조 작가가 각색했고 김은혜 작가가 그림을 곁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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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가 묻는 말'.(사진제공=톡)

“눈물을 줘.” 


우리가 알고 있는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나무인형이었다. ‘말하는 나무토막’은 팔과 다리가 생겼고 말도 할 줄 알게 됐다. 

 

제페토라는 아버지가 생겼고 이름도 가졌지만 여전히 스스로가 인간이라고 느끼지 못하는 피노키오는 인형극장에 갇힌 인형들을 구해달라는 소년에게 그 대가로 “눈물을 달라”고 했다. 

 

그 이유 역시 “살아 있는 것 같아서였다. 피노키오의 요구에 소년이 하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이렇게 북을 치면 소리가 나.”

아무 소리 내지 않는다고 북이 아닌 것처럼 눈물도 지금 흘리지 않는다고 계속 없는 건 아닐 거라는 소년처럼 책 ‘피노키오가 묻는 말’은 피노키오가 하고 싶었고 듣고 싶었던 말들을 풀어놓는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진다거나 인형구출 작전으로 불탈 위기에 처하는가 하면 상어뱃속에 갇히는 등 피노키오에게는 말도 안되는 형벌이 주어지곤 했다. 그럴 때마다 피노키오는 외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살고 싶은 데 이유가 있나요? 인형들을 살려주려 했던 게 어떻게 죽을 일이야?”

항변하는 피노키오에게 요정, 인형 조종사 등의 어른들은 “미안해” 사과부터하고 조언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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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가 묻는 말'.(사진제공=톡)
“모든 인형이 너와 같고 모든 인간은 너와 다르다고 생각하지? 완전히 똑같거나 다른 것은 없어.”

결국 피노키오가 슬픈 건 스스로조차 ‘다르다’는 생각 때문이다. 제페토와 집에 돌아와서도 할 수 있는 건 창밖을 바라보며 꿈을 꾸는 것뿐이라고 여겼던 피노키오에게 요정이 “넌 정말 나무인형이니?”라고 묻는다. 그리고 그가 외친다.

“난 피노키오예요!”

그렇게 스스로가 깨달음을 얻고 집 밖으로 뛰쳐나간 그에게 마을 사람들도 외친다.

“피노키오다! 세상에, 피노키오야.”

‘남탓’이 난무하는 시대, 하지만 결국 모든 문제는 나로부터 기인하며 그 해답 역시 나에게 있다. ‘피노키오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책을 덮으며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얼마나 온전히 나인가?”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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