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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해외매각 급물살…노조, 10년 고용보장 요구

입력 2018-03-22 17:21 | 신문게재 2018-03-2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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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더블스타 회장
금호타이어 인수를 추진하는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의 차이융썬 회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연 방한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이대현 산은 수석부행장.(연합)

 

차이융썬 중국 더블스타 회장이 22일 한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를 설득하면서 금호타이어 해외매각에 물꼬가 트이고 있다. 그동안 해외매각 원천 반대만을 외치던 노조도 성명을 통해 ‘고용안정 10년’ 이라는 요구 조건을 꺼내면서 더블스타-채권단-노조 간의 협상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열린 차이 회장의 기자회견에는 채권단 대표로 이대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이 동행했다. 이미 지난 21일 산업은행을 방문해 이동걸 산은 회장과 면담을 나눈 차이 회장은 이 부행장과 한 뜻으로 노조를 설득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노조가 원하는 고용안정 문제를 비롯해 발언하는 문구 하나 하나에 노조를 치켜세우는 데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노조의 해외매각 반대를 의식한 듯 이 부행장은 기자회견에 앞서 ‘기술 먹튀’ 이야기부터 꺼내 들었다. 이 부행장은 금호타이어 매각관 관련해 “중국 더블스타가 ‘기술 먹튀’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더블스타는 중국에서 처음으로 ‘산업 4.0’에 성공했고, 스마트 공장을 도입한 최초의 기업”이라고 더블스타의 장점을 부각시켰다. 기술 먹튀 논란과 관련해서도 그는 “더블스타는 기술을 가져가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 타이어 업계에서 같이 상생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금호타이어는 중·고가 타이어를, 더블스타는 중·저가 타이어를 생산하며 상생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이 회장도 기자회견 내내 “노조를 만나 더블스타의 경영 방침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고 싶다”며 “노조가 요구하는 그 어떤 것도 수용할 자세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만 보면 더블스타와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해외매각을 위해 노조에 읍소하는 듯한 모습으로도 비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시각에서는 노조가 ‘더 이상 물러설 자리가 없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미 이동걸 산은 회장은 이달 말을 기한으로 노조에 노사 임단협 협상에 합의할 것을 통보했고, 노조가 끝까지 반대할 경우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고 못박았다. 노조는 송전탑 고공농성과 부분파업 및 총파업, 대정부 호소전 등으로 해외매각을 반대하고 있고, ‘해외매각보다는 법정관리를 택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실상 법정관리를 통해 얻을 것보다 잃을 게 더 많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블스타에 매각될 경우 3년 또는 5년 뒤가 두렵겠지만 법정관리에 돌입하면 당장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고공농성 나선 금호타이어 노조 간부들
금호타이어 노조원이 송전탑 위에서 해외매각 반대 고공농성을 준비하고 있다.(연합)

 

이런 이유로 노조는 이날 차이 회장의 기자회견이 끝나기도 전에 성명서를 내고 “고용안전 기간을 10년으로 못박아 달라”는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노조 측은 “사측과 채권단은 ‘더블스타 매각은 대주주 변동에 불과해 단체협약 및 고용이 법률상 보장된다’는 형식 논리로만 설명하지만 국내 공장 축소, 폐쇄 등의 경영정책이 강행되면 고용보장은 무의미하다”며 “매각 이후 향후 10년간 경영계획과 함께 고용을 보장할 객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노조는 △더블스타 재무제표 및 생산능력 △최근 5년간 시장점유율 추이 △더블스타의 장기적 경영전망 및 근거 △금호타이어 인수 자금 관련 지표 △금호타이어 홍콩법인 정상화 계획 및 타당성을 확인할 수 있는 근거 △금호타이어 국내 법인 설비투자 계획 등도 요구했다.

특히 노조는 “요청한 자료가 도착하는 즉시 검토를 거쳐 적절한 시기에 더블스타 회장 및 산업은행 회장 면담을 요청하겠다”고 밝히며 본격적인 협상전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업계는 노조가 사실상 ‘버티기 작전’에서 전면 승부전으로 노선을 선회한 것으로 보고 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노조 입장에서도 차이 회장과의 만남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재훈 기자 yes@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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