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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북미정상회담 재개 가능성 급부상 … 뒤통수 맞은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론’ 재조명

입력 2018-05-2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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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YONHAP NO-1593>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자정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발표화 관련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 긴급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격적인 북미정상회담 취소 발표 이후 하루도 안돼 북한이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명의로 정상회담 재개를 희망 하는 담화문이 나왔다.

당초 극한의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으나 일단 북한이 유연한 자세로 나옴에 따라 북미 정상회담의 재개 가능성이 다시 부상하는 분위기다. 다만, 북한의 비핵화 방식과 속도를 놓고 여전히 이견이 큰데다 두 나라간 감정의 골이 워낙 깊게 패여, 빠른 시일 내에 봉합되어 재협상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이틀전에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도 ‘한반도 운전자론’에 타격을 입을 만큼 뒤통수를 얻어맞은 격이라, 향후 북미정상회담이 재추진될 경우 어떤 역할을 하게 될 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 취소 발표 직전까지 취소사실 몰랐던 청와대와 문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형태로 북미정상회담 취소 방침이 발표된 직후 우리 청와대는 화들짝 놀랐다. 사전에 미국으로부터 언질을 받지 못한 듯한 분위기였다. 실제 이날 보여준 청와대의 대응은 우리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어떤 사전협의를 받지 못했음을 보여주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심야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들을 긴급소집했다. 그리고는 “당혹스럽고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기자들에게 문자로 “트럼프 대통령의 뜻이 무엇인지, 그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려고 시도 중”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사실을 외신을 통해 전해 들었다. 이날 오전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과격한 담화가 발표되어 묘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었음에도 대부분 북미회담 성사 가능성에 의심 않는 듯한 분위기였다.

한미정상회담 때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북미회담이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고 암사를 주었음에도 우리가 너무 국제 외교 판세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내부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 김계관 담화에 담긴 ‘미국 책임론’ … 그럼에도 정상회담 재추진 희망

북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이름으로 발표된 북한의 담화문은 일단 이번 사태의 책임이 미국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북한으로선 풍계리 핵 실험장 폐쇄 등 선의를 보여주고 있는데도, 미국이 ‘완전한 비핵화’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급작스럽게 발을 뺐다는 식이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자신들의 의지에는 추호도 변함이 없음을 수 차례 강조했다.

김 제1부상은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표명은 조선반도는 물론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인류의 염원에 부합되지 않는 결정”이라고 비판도 했다. 그러면서도 “역사적 뿌리가 깊은 조미(북미) 적대관계의 현 실태가 얼마나 엄중하며 관계개선을 위한 ‘수뇌상봉’이 얼마나 절실히 필요한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며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의 조속한 재개 의사를 내비쳤다. 

 

2번 갱도 폭발 설명하는 핵무기연구소 관계자<YONHAP NO-2190>
북한이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 방식으로 폐기했다. 사진은 지휘소와 건설노동자 막사가 폭파되는 모습. 연합뉴스

 

특히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께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면 좋은 시작을 뗄 수 있을 것이라고 하시면서 그를 위한 준비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 오시였다”고 강조해 미국이 다시 손을 내밀면 언제든 회담에 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 같은 담화 내용으로 미뤄볼 때, 북한이 무력 행사 등 향후 있을 지 모를 북미 정상회담 재추진을 방해할 과격한 무력 시위나 실력행사 보다는 물밑 접촉을 통해 어떤 식으로든 북미 대화의 끈을 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이 다시 손을 내민다면 다시 고위급 실무회담이 재개될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 문 대통령의 역할은 이제 무엇?

다음달 12일로 예정됐던 북미정상회담은 일단 취소됐다. 북한이 의지를 갖고 재개를 모색하더라도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고. 무엇보다 미국과 북한의 이견이 아직 그대로 라는 점이 문제다.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에 더욱 큰 관심이 모아진다.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킴으로써 북미회담의 토대를 마련했다. 하지만 북한이 품고 있는 ‘비핵화’의 속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너무 낙관적인 견해만 전달한 것이 아니냐는 내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가뜩이나 정상회담이 불편했던 야권으로부터 상당한 공격을 받게 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그렇게 중재자 역할에 최선을 다했음에도 정작 결정적인 순간에는 외면당했다는 점은 곱씹어볼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문 대통령의 노력 자체는 평가하되, 이를 성사시키기 위한 전략과 전술 측면에선 그다지 높은 평가를 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다. 북한의 속내를 제대로 파악않고 무조건 ‘만남’ 자체에만 몰입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밤 NSC 상임위원 긴급회의에서 한 발언은 향후 우리 정부의 중재 향방을 가늠하는 의미가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지금의 소통방식으로는 민감하고 어려운 외교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제는 중재자의 역할 보다는 북미 두 정상 간 직접 대화의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점을 역설한 것이다. 파국의 상황까지 간 만큼, 이제부터는 북미 정상이 직접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적인 취소 결정을 하기 까지는 어떤 식으로든 중국과 일본이 역할을 했다고 보는 분위기다. 중국의 경우 북한 편을 들어 김정은 위원장이 계속 비핵화 방식에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일을 그르치게 했고, 일본은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 북한의 진의 파악과 신중한 접근을 계속 압박했던 것이 작금의 사태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청와대가 당장 할 일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과의 핫 라인 통화 못지 않게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일본 아베 총리와의 접촉도 중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을 비롯한 이른바 정상회담 라인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진정성있고 전략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장희·김윤호 기자 mr.han77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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