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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칼럼] 건강한 삶을 위한 혈압 목표

입력 2018-06-26 07:00 | 신문게재 2018-06-2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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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시혁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유병율 50.5%, 국민의 절반 이상이 해당한다면 이 질환을 과연 “질병”이라고 불러도 될까? 작년 미국심장학회의 고혈압 진단 기준이 종래의 140/90mmHg 이상에서 130/80mmHg으로 하향조정 되면서 생긴 고민의 단편이다. 우리나라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기존 정의로는 32.0%였던 고혈압 유병률이 미국 기준으로 적용하면 50.5%로 증가한다고 한다.


다른 자연 현상들은 흔한 쪽을 정상, 드문 쪽을 비정상으로 나누지만 건강 문제는 접근 방법이 다르다. 의학에서는 어떤 상태가 더 건강한 삶으로 이어지는지가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기준이 된다. 고혈압 자체가 주는 불편함은 없지만 혈압을 조절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고혈압이 여러 질환의 중요한 ‘위험인자’이기 때문이다. 높은 혈압을 방치하면 5년, 10년 후에 급성심근경색, 뇌졸중, 신부전, 치매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반대로 혈압을 잘 조절하면 이와 같은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지난 5월 18일 국내 고혈압 진료지침을 통해 종래와 마찬가지로 140/90mmHg 이상을 고혈압으로 정의했다. 미국 진료지침의 변화로 논란이 된 수축기 혈압 130-139mmHg, 이완기 혈압 80-89mmHg 사이는 “고혈압전단계”라고 칭하고, 이들에게는 고혈압 진행 가능성이 높으니 심뇌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적극적인 생활 요법을 권고하고 있다.

국내 진료지침이 미국에 비해 다소 보수적으로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질적인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미국의 경우 수축기 혈압 130-139mmHg, 이완기 혈압 80-89mmHg 사이를 1기 고혈압이라고 부르기는 했지만, 이들에게 조기부터 약물요법을 권유하고 있지는 않다. ‘1기 고혈압’이라고 부르건 ‘고혈압전단계’라고 부르건 저염식이, 운동, 금연 등 생활습관 교정을 통해 혈압을 낮추도록 권고하는 것은 마찬가지인 셈이다. 양쪽 모두 약물 치료를 시작하는 기준은 일부 고위험 환자를 제외하고는 140/90mmHg 이상이다.

그럼 130/80mmHg은 이제 잊고 지내도 될까? 환자분들에게 “아직 고혈압은 아니다”고 이야기하면 위안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아직 약을 처방해드리지는 않겠지만 이런저런 점을 주의하고 혈압을 자주 재라고 이야기하면 앞쪽 절반까지만 듣고 뒤쪽 이야기는 흘려버리곤 한다. 이런 분들에게는 오히려 “미국에서는 고혈압으로 분류되니…”라고해야 경각심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고혈압은 심혈관질환, 만성신부전, 치매 등 다양한 질환을 유발하는 주요 위험인자다.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일찍부터 혈압에 관심을 갖고, 더 적극적으로 조절하기 위한 노력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공통된 지론이다. 때문에 최적의 혈압인 120/80mmHg을 위해 건강한 생활습관을 지키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기를 당부드린다. 

 

강시혁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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