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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프랑큰 퍼터 송용진의 종합선물세트, 콜롬비아 송유택의 신대륙! 뮤지컬 ‘록키호러쇼’

[Pair Play 인터뷰] 오루피나 연출, 김성수 음악감독, 마이클 리·송용진·조형균, 백형훈·임준혁·진태화, 간미연·이지수·최수진, 리사·이하나·최현선, 고훈정·김찬호·하경, 송유택·전예지, 지혜근, 조남희·허정규, 김은수·이승헌 등 출연
1975년 리처드 오브라이넌 제작 초연, 팀 커리, 수잔 서랜드 주연 영화

입력 2018-07-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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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록키호러쇼’의 프랑큰 퍼터 송용진(오른쪽)과 콜롬비아 송유택(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그래서 프랑큰 퍼터의 ‘닫혀진 마음을 열어요. 열린 마음을 두려워하지 말아요’라는 이 첫 대사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이 작품을 접하는 분들께 가장 전하고 싶은 메시지 같거든요.”

트랜스섹슈얼 행성에서 온 양성 과학자 프랑큰 퍼터이자 과거 에디였고 2010년 내한공연의 나레이터로 분했던 송용진은 뮤지컬 ‘록키호러쇼’(8월 3~10월 21일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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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록키호러쇼’의 프랑큰 퍼터 송용진(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뮤지컬 ‘록키호러쇼’는 프랑큰 퍼터(마이클 리·송용진·조형균, 이하 가나다 순) 박사의 성에 찾아든 브래드(백형훈·임준혁·진태화)와 자넷(간미연·이지수·최수진)이 마젠타(리사·이하나·최현선), 리프라프(고훈정·김찬호·하경), 콜롬비아(송유택·전예지), 스캇과 에디(지혜근), 나레이터(조남희·허정규), 록키 호러(김은수·이승헌) 등과 만나면서 겪는 컬트 어드벤처다.

‘록키호러쇼’는 1973년 배우 리처드 오브라이언(Richard O‘Brien) 제작으로 초연됐고 1975년 짐 셔먼 감독, 팀 커리, 수잔 서랜드, 베리 보스트윅 주연의 영화 ‘록키호러픽처쇼’(이하 록키호러쇼)로 만들어진 ‘컬트’의 출발점이다.

당시에는 흥행에 참패했지만 이 작품에 열광하는 소수 마니아들이 주말 심야극장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동시에 아마추어 배우들이 코스튬 플레이(Costume Play 의상을 갖춰 입고 볼거리를 제공하는 공연)를 펼치면서 전세계적인 문화현상으로 확산됐다. 흡사 부흥회를 연상시키는 ‘록키호러쇼’ 상영회는 전세계 어디선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음악이 진짜 록음악인데 통기타 하나로 만들었어요. 리처드 브라이언이 처음 데모테이프를 녹음한 음원이 있는데 통기타를 연주하면서 부른 그걸 듣다보면 멜로디가 너무 좋아요. 엘비스 프레슬리부터 1950, 60, 70년대 록 음악이 다 녹아있죠.”

1950~70년대 록음악과 기괴하고도 독특한 캐릭터의 향연, 코르셋·망사스타킹·하이힐·가터벨트·스모키 메이크업 등 화려하고 기괴한 의상들과 성별·인종 등 세상의 모든 틀을 깨고 봇물처럼 쏟아지는 욕망의 분출, 관객들이 대사·장면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반응하는 콜백(Call Back), 시그니처 댄스 ‘타임워프’(Time Warp), 화려하고 매력적인 팬텀들, 마구잡이로 쏘아대는 레이저 총 등 탄생 순간부터 보는 이를 사로잡았던 ‘록키호러쇼’는 2018년 현재까지도 전세계 곳곳에 마니아를 양산 중이다. 한국에서는 2002년 홍록기 출연·연출로 초연됐고 지난해 9년만에 다시 관객들을 만났다.


◇B급 정서에 파고든 시대상과 철학적인 문화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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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록키호러쇼’의 콜롬비아 송유택(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제일 우려되는 부분이 B급 정서예요. 항상 (오루피나) 연출이랑도 얘기 많이 하는데 배우들이 조금만 마음가짐을 잘못해도 ‘개그콘서트’가 돼버리거든요. 관객들의 반응에 무너지는 순간 진짜 코미디가 돼 버리기 때문에 저를 지키기 위해 노력 중이죠.”

프랑큰 퍼터 송용진은 그야말로 ‘록키호러쇼’의 진정한 덕후다. ‘록키호러쇼’가 추종자들을 양산한 것은 의도되거나 예측돼 기획된 현상이 아니었다. 자금과 유통, 표현 방식 등의 한계로 게릴라처럼 극소수에 의해 향유되다 세를 넓혀간 문화로 기획하고 의도하는 순간 B급과 컬트가 아니게 되는, 예민하고 다루기 어려운 현상이기도 하다.

“공연기간 내내 배우들이 흐트러지면 제가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이 작품의 경우 자칫 애드리브가 난무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록키호러쇼’는 지켜야할 정도를 지키지 않으면 그야 말로 그냥 코미디가 돼 버려요. 예를 들어 지금도 연출이랑 얘기하고 있는 신이 있어요. 우아하고 슬픈데 그게 코미디가 돼야하는 신을 직접 코미디로 풀어버리면 안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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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록키호러쇼’의 프랑큰 퍼터 송용진(위)과 콜롬비아 송유택(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송용진이 말한 장면은 마지막에 프랑큰 퍼터가 부르는 ‘아임 고임 홈’(I’m Going Home)이다. 이는 1950년 개봉한 빌리 와일더의 영화 ‘선셋 대로’(Sunset Boulevard) 엔딩의 오마주다.

“모든 걸 다 잃은 여자가 자존심을 지키면서 계단을 우아하게 내려오는 그 장면이 되게 슬퍼요. 그 슬픈 장면을 아는 사람은 프랑큰 퍼터의 그 오마주에서 절로 웃음이 터지거든요. 하지만 너무 옛날 영화라 지금의 관객들이 잘 모르니 진지하게 눈물을 흘리는 분들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렇다고 그걸 대놓고 코미디로 바꾸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서 계속 고민 중이에요. 하나도 쉬운 게 없어요.”

송용진의 토로에 송유택 역시 “이전에 제가 보고 해왔던 것과는 다른 공연”이라며 “제 방식대로 꾸준히 연습하다 보면 좀 자유롭게, 내 것을 만들어 쥐락펴락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하면할수록 느낌표 보다 물음표가 더 많아진다”고 첫 ‘록키호러쇼’ 출연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록키호러쇼’는 보면 보는 대로 학습이 되는 공연이에요. 런스루(실제 공연처럼 처음부터 끝까지를 해보는 연습)를 하면서도, 다른 배우들의 것을 보면서도 노선, 내용, 장르 등이 납득이 되거든요.”

그리곤 “보통은 저로부터 시작해 캐릭터를 분석하는 편인데 ‘록키호러쇼’는 어디로 튈지 모르다 보니 오히려 경험했던 사람들의 얘기를 믿고 갈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런 지점에서 통일성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이미 노래부터 제 마음대로 부를 수가 없어요. 춤도 어찌나 제 마음대로 할 수 없게 가운데 세워두셨는지…저만의 것을 잘 유지하면서 통일성을 해치지 않게 조절하는 과정이 처음엔 너무 힘들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찾아가는 재미를 느끼면서 연습 중이죠.”

송유택의 말에 송용진은 “표면적으로 화려하고 신나고 B급 정서도 재밌지만 굉장히 철학적인 작품”이라며 “B급 코미디 안에 철학적인 문화 코드들이 정말 많이 들어있다”고 말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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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록키호러쇼’의 프랑큰 퍼터 송용진(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대가 1960, 70년대의 미국과 영국 그리고 그 시대의 음악들인데 그때의 사회상과 클래식록, 글램록 등이 그대로 반영돼 있죠. 작품이 간단치가 않아요.”

이렇게 설명한 송용진은 “콜롬비아는 당시 문화에 심취한 10대의 상징이고 브레드와 자넷은 모범생들, 스캇 박사는 비겁한 기성세대의 상징이다. 캐릭터 하나하나가 문화상, 시대상, 세대들의 상징”이라며 “그것들이 충돌하면서 만들어진 이야기”가 ‘록키호러쇼’라고 정의했다.

“프랑큰 퍼터가 에디를 죽이는 건 엘비스 프레슬리로 대변되는 1950년대의 로큰롤을 1970년대의 글램록이 죽이는 거예요. 프랑큰 퍼터는 글램록의 상징인 티렉스(T. Rex)의 보컬 마크 볼란(Marc Bolan)이고 에디는 엘비스 프레슬리죠. 새로운 것들이 계속 나와서 옛것들을 죽이고 죽이고를 반복하는 것과 같아요.”

송용진의 개인교습과도 같은 설명에 송유택은 “(김)성수 감독님이 얘기해주셔서 제 악보에 ‘에디=엘비스 프레슬리’라고 써있긴 하지만 그 이유는 몰랐는데…형 얘기를 들으면서 계속 뒷통수를 얻어맞는 기분”이라며 인터뷰 내내 입을 다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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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록키호러쇼’의 프랑큰 퍼터 송용진(사진제공=알앤디웍스)

◇그 극단의 ‘괴랄함’ 프랑큰 퍼터 송용진

 

“제가 생각하는 프랑큰 퍼터는 모든 것들의 극단들이 충돌해서 만들어진 인물같아요. 끝과 끝이 만들어내는 괴상함 같은 거죠. 예를 들면 의상은 트랜스젠더 같은데 말이나 행동은 세상 마초란 말이에요. 극과 극이 부닥쳐서 만들어지는 현상들, 새로움 등 저는 ‘괴랄함’이라고 표현하는데 그게 프랑큰 퍼터 같아요.”

그리곤 “그 극과 극, 그 충돌이 만들어내는 괴랄함을 잘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목소리는 최대한 저음으로 굵게 내면서 걸음걸이나 움직임은 아주 여성스럽게 표현한다. 표정도 여성스럽다가 마초스럽다가 괴기스럽다가 코믹하다가 호러도 됐다가 끝과 끝을 끊임없이 왔다갔다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프랑큰 퍼터에는 ‘팀 커리’라는 영원불멸의 교과서이자 아이콘이 있어요. 팀 커리 이후로 어떤 사람도 그의 프랑큰 퍼터를 능가할 수 없었거든요. 35주년을 맞아 ‘롤링스톤’지가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들을 모아 인터뷰를 했어요. 마지막 질문이 ‘록키호러픽쳐쇼란 무엇인가’ 였는데 본인을 제외한 모두가 ‘팀 커리’라고 답했을 정도죠.”

이렇게 전한 송용진은 “팀 커리 사진은 저에게 십자가 같은 것”이라고 덕후임을 여실히 증명했다. 이어 “프랑큰 퍼터는 팀 커리처럼만 하면 된다. 흉내만 내도 캐릭터의 70~80%는 된다. 거기에 내 색깔 20%를 덧칠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게다가 저는 한국의 팀 커리라고 할 수 있는 홍록기 형을 봤다. 홍록기를 넘어서는 것이 목표”라고 팀 커리와 홍록기 그리고 ‘록키호러쇼’에 대한 숭배(?)에 가까운 이야기를 풀어냈다.

“여성성과 남성성의 끝과 끝을 더 극명하게 표현하는 게 숙제예요. 눈 떨림 하나, 입술 삐죽 하나까지 소극장에서 영화를 찍는다는 마음으로 할 생각이에요.”


◇콜롬비아 송유택 “여성? 남성? 닫혀진 마음을 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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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록키호러쇼’의 콜롬비아 송유택(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콜롬비아 자체는 무대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길게 들려줄 수 없는 캐릭터예요. 유랑극단 광대를 이미지화한 것 같기도 해서 제가 할 수 있을 게 많을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연출님이랑 얘기를 하다보니 제가 콜롬비아에 대해 너무 몰랐더라고요. 가사에도 스쳐가듯 나오는데 마약에 취해 있고 버려지기도 하고 배달원 에디와 사랑에 빠지고….”

이어 “구체적으로 표현되진 않지만 하나의 이야기가 있는 인물이라 제 맘대로 할 수는 없었다”며 콜롬비아에 대해 설명한 송유택은 “게다가 이번엔 남자인 제가 하잖아요”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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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록키호러쇼’의 콜롬비아 송유택(사진제공=알앤디웍스)
“솔직히 처음 연습할 때는 땅만 봤어요. 넘버링 찾기에도 급급했지만 찾아도 앞을 못보겠는 거예요. 다들 아는 사람들이고…닫혀진 마음은 제가 열었어야 했죠.”

송용진이 전한 ‘록키호러쇼’의 메시지는 관객 뿐 아니라 여성 캐릭터인 콜롬비아를 소화해야할 남자배우 송유택에게도 간절한 것이었다.

“여자배우가 하던 배역의 가이드라인을 깨는 작업이다 보니 출발점부터 달랐고 숙제가 좀 더 많아졌죠. 불안하기도 했다가 자고 일어나면 할 수 있는 힘이 생기나 싶다가도 또 할 수 있을까 싶고 갈팡질팡했어요. 그래도 2주 전부터는 연습이 즐거워지기 시작했어요. 이제는 저만의 확실한 콜롬비아를 구축해 관객을 설득시키면 될 것 같아요.”

이어 “사실 지난해 ‘록키호러쇼’를 관객으로 보면서 콜롬비아가 제일 이해가 안갔다”며 “분명 인간인데 외계인인 것 마냥 행동한다”고 토로했다. 그리곤 거의 말미 스캇 박사가 프랑큰 퍼터와 마젠타, 리프라프 등의 정체를 폭로하는 장면을 예로 들었다.

“오히려 프랑큰 퍼터나 리프라프, 마젠타는 놀란 티를 안내고 있는데 저(콜롬비아)는 괜히 뜨끔해 뒤에서 ‘억!’소리를 내고 있거든요. 인간이면서 마치 외계인인 걸 들킨 거 마냥…그런 게 너무 재밌어요. 게다가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연출님도, 성수 감독님도, 선배들도 ‘생각나는 대로 연기해봐’라고 해주신 말이 너무 도움이 됐어요. 톤이 튈 수도 있지만 그건 연출님, 선배들이 잡아주시는 과정이 있으니까요.”

그렇게 연습이 즐거워지기 전까지 콜롬비아를 이해하기 위한 송유택의 고민은 지금까지도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처음 고민은 ‘에디를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였고 얼마 전 그 답을 찾았다.

“성별로 나누기도 싫었고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는 것도 아니에요. 살아있고 죽어있고도 아니고 물체일 수도 있고 원자가 분자를 사랑할 수도 있고…모든 것에 열려 있는 사랑이죠. 그런 시도를 하는 데 있어서는 열려 있지만 마구잡이로 표현할 정도로 쉬운 캐릭터는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에디에 대해선 형(송용진) 말대로 로큰롤의 상징이니 그의 음악과 정신을 사랑하자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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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록키호러쇼’의 프랑큰 퍼터 송용진(오른쪽)과 콜롬비아 송유택(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그 후 송유택의 고민은 맥락이라고는 없이 전혀 다른 모습들을 ‘콜롬비아’라는 한 인물로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지였다. 그는 “프랑큰 퍼터를 만날 때와 에디를 사랑할 때, 2막에서 자아를 온전히 드러낼 때 장면별로 따로 따로는 할 수 있겠는데 그걸 다 합쳤을 때 콜롬비아라는 한 사람으로 바라보게 할 수 있을지가 좀 불안했다”고 고민을 전했다. 

 

뮤지컬 ‘킹키부츠’의 드래그퀸인 엔젤로 두 시즌 연속 무대에 올랐던 전력에도 “콜롬비아는 난제”였다는 송유택은 그렇게 조금씩 고민을 풀어가면서 막바지 연습 중이다.

“엔젤 연습 때도 그랬거든요. 드래그퀸을 연기하면서 너무 외모에만 신경 쓰는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오리지널 팀에서 수업을 해주셨어요. 우스꽝스럽지 않게, 튀고 화려하더라도 합당한 이유가 있게요. ‘록키호러쇼’도 연습을 하면서 이유 없는 행동은 없다는 확신을 받고 있어요. 옷을 왜 저렇게 입는지, 왜 그렇게 말하고 노래하는지 이유가 분명하다는 걸 이해하면서 나아졌죠.”

이렇게 말한 송유택은 “그 이해한 것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설득하는 것이 제 몫이자 임무”라고 털어놓았다. 이에 송용진은 “잘하고 있다”고 귀띔하며 “사실 ‘록키호러쇼’는 성별의 개념이 없다”고 부연했다.


◇김성수 음악감독, 오루피나 연출, 송용진까지 ‘록키호러쇼’ 덕후들의 집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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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록키호러쇼’의 프랑큰 퍼터 송용진(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가깝게는 프랑큰 퍼터도 여자가 하는 경우가 있어요. 실제로 2016년 폭스TV에서 리메이크한 ‘록키호러픽처쇼’ 프랑큰 퍼터는 트랜스젠더 라번 콕스가, 지난해 보러 갔었던 일본 ‘록키호러쇼’는 흑인 남자배우가 콜롬비아를 했어요. 콜롬비아를 남자배우가 하는 시도는 저희가 처음이 아니에요. ‘록키호러쇼’는 그런 개념을 깨뜨리라고 있는 작품이거든요.”

문제는 음역대다. 여성 음역대로 만들어진 콜롬비아의 넘버를 남자 배우가 소화하기도 쉽지 않은데 ‘록키호러쇼’의 노래는 고음 일색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송유택의 표현처럼 “저 혼자 살자고” 모든 배역들과 극 전체의 밸런스를 깰 수도 없는 노릇이다. 송용진의 설명처럼 “콜롬비아의 넘버를 남성 키(음역대)에 맞추다 보면 전체 키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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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록키호러쇼’의 콜롬비아 송유택(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송)유택이를 잘 몰랐을 때는 될까 했는데 ‘마마돈크라이’로 처음 함께 하면서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높은 음도 잘 내요. 정말 안되는 건 (김성수) 음악감독님이랑 멜로디를 살짝 바꾸고 있어요. 키는 그대로 두고 멜로디만 남자배우가 좀 부르기 쉽게 바꾸고 있죠.”


송용진의 설명에 송유택도 “정서가 다르거나 모자라거나 부족한 건 연습과정에서 얘기하고 맞춰보면 되는데 음악은 진짜 쉽지 않았다”며 “음역대도 음역대지만 가사의 점프가 너무 많아서 자칫 ‘쟤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하실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작년에 ‘록키호러쇼’를 보면서 제가 그랬거든요. 1, 2, 3, 4 등 순서대로 가는 게 아니라 4에서 10으로 가고 10에서 갑자기 마이너스 5로 가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랬는데 (김)성수 감독님도, 연출님도, 용진 형도 단어 하나하나 의미를 다 꿰고 계시고 왜 여기서 나오는지 멜로디의 기원까지 다 알고 계신 거예요. 어디서 오마주를 딴 장면인지 발췌한 대사인지….”

감탄하던 송유택은 “세분 뿐 아니라 ‘록키호러쇼’ 원작을 만든 사람들도 각자가 팬이었고 동경했고 좋아하고 사랑했던 것들을 극에 차용한 것”이라며 “제 마음속에 옛날 장난감들을 다 모아놓은 보물창고처럼, 그렇게 모아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보다 19금다워진 업그레이드와 황금 코르셋 그리고 수를 늘린 팬텀과 비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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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록키호러쇼’의 프랑큰 퍼터 송용진(오른쪽)과 콜롬비아 송유택(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지난해 보다 의상, 메이크업이 업그레이드되고 19금답게 야해질 거예요. 저(프랑큰 퍼터)는 황금색 코르셋도 입어요.”

이렇게 귀띔한 송용진은 “이번엔 캐릭터들 중 구멍이 없다. 팬텀들도 되게 좋다”며 “팬텀들의 수가 늘기도 했지만 그 중 비밀병기도 있다”고 덧붙였다.

“팬텀 중에 전 리듬체조 국가선수가 있어요. 제가 딸처럼 생각하는 정다영 배우라고, 뮤지컬 데뷔하는 막내예요. 다른 작품 오디션에서 처음 보고 꼭 ‘록키호러쇼’ 팬텀 오디션 때 오라고 했었는데 이번에 합류하게 됐죠. 애크러배틱의 진수를 보시게 될 겁니다.”

 

송용진의 말에 송유택은 “어떤 배우도 이 분을 한번 보고 나면 어디 가서 몸 잘 쓴다고 말 못할 것”이라며 “저게 된다고 싶은! 애크러배틱의 끝”이라고 자신했다. “몸을 반으로 접냐?”는 우스갯소리에 송유택이 진지하게도 “반으로만 접으면 다행”이라며 “720도를 쉽게 접는다”고 아우성이다.

“저도 작년에 ‘록키호러쇼’를 보면서 팬텀 분들이 강렬하게 다가왔거든요. 이번 팬텀에는 새로운 얼굴들도 많아요. 처음 상견례를 하면서는 다들 어리고 너무 해맑더니…연습하는 걸 보면 1000가지 표정이 있다는 건 저런 사람들 보고 하는 말이구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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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록키호러쇼’의 프랑큰 퍼터 송용진(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록키호러쇼’ 종합선물세트이자 신대륙


“관객분들만 안복잡하시면 될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작년에 ‘록키호러쇼’를 보면서 즐기질 못했어요. 당시 연습하는 극 때문에 복잡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제가 공연을 보면서도 분석을 하고 있더라고요. 저 장면이 뭘 뜻하는 거지, 무슨 가사야 등을 생각하느라 제대로 못즐긴 것 같아요. 인간 송유택이 아닌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송유택으로 본 거죠.”


그리곤 “배우들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객석하고 같이 으쌰으쌰 만들어가는 공연이 되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공연 전부터 마니아였던 송용진과 지난해 뮤지컬로 처음 접했다는 송유택에게 “록키호러쇼는 뭘까”라는 질문을 던지자 각각 “종합선물세트” “신대륙”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옛날에 아버지가 사오신 종합선물세트를 받았을 때, 제가 맛있는 걸 사가지고 들어가 ‘짜잔~’ 하거나 디즈니 스토어에 갔을 때 동공이 확 열리는 아이들 표정이 있거든요. 제게 ‘록키호러쇼’는 그래요.”

이렇게 말한 송용진은 “앞으로 한국 초연의 프랑큰 퍼터인 홍록기를 넘어 ‘록키호러쇼’하면 송용진이 떠오르게 하는 게 향후 10년의 목표”라며 “이후 글로벌 프랑큰 퍼터이며 ‘록키호러쇼’의 아이콘이자 상징인 팀 커리를 향해 가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털어놓았다.

“제 궁둥이가 쳐지기 전까지 하고 싶은, 저에겐 그런 정도의 작품”이라는 송용진의 말에 송유택은 “제가 잘 해낸다면”이라는 전제를 달며 “저에게 ‘록키호러쇼’는 신대륙”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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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록키호러쇼’의 콜롬비아 송유택(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리프라프 역의 고)훈정이 형이 남자가 콜롬비아를 한다고 만날 ‘콜럼버스’라고 불러요. 저한테 ‘록키호러쇼’는 콜럼버스가 발견한 신대륙 같아요. 이렇게 장르, 캐릭터, 성별 등에 열려있는 작품은 처음이거든요. 새로운 행성에 와서 공연하는 것처럼 이미 판은 깔려 있잖아요. 신대륙을 발견하면서 수많은 인류의 역사적 순간이 탄생한 것처럼 몇십년을 이어온 가이드라인이 있는 캐릭터를 무너뜨리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데서 출발하는 이 도전이 저한테도 새로운 역사가 되지 않을까 싶거든요.”

그리곤 송용진과 송유택이 요란하고도 절실하게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바람과 ‘록키호러쇼’가 전하는 ‘닫혀진 마음을 열어요. 열린 마음을 두려워하지 말아요’라는 메시지는 지금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객석에서 제발 시끄럽게 계셔주세요. 제발! 제발! 제발! 소리 질러도 되고 무대에 난입해도 저희가 다 정리할 수 있으니 객석이 아주 시끄러웠으면 좋겠어요. 우후죽순, 시장판처럼요. 같이 행복하고 즐기며 미칠 수 있는 공연이 됐으면 좋겠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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