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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드론 후발주자 한국, 규제 풀어야 성장날개 펼치죠"

[브릿지 초대석] 권희춘 창의과학진흥협회 부회장

입력 2019-05-23 07:00 | 신문게재 2019-05-23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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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춘 창의과학진흥협회 부회장.(사진제공=한국창의과학진흥협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지금 당장의 활용도가 높은 산업을 꼽으라면 ‘드론’이 대표적일 것이다. 이미 드론으로 촬영된 영상이 여러 예능과 다큐멘터리, 스포츠 중계를 통해 송출되고 있으며, 화재사고나 사건현장에서 드론이 정찰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난달부터 5G 서비스가 상용화되면서 향후 드론 산업은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아쉽게도 시장 주도권은 중국이 가져간 모양새다. 글로벌 연구기관 인터랙트 애널리시스는 2022년까지 세계 상업용 드론 시장이 15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 가운데 중국 DJI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70%가 넘어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첨단기술 육성을 위한 중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권희춘 창의과학진흥협회 부회장은 “무인항공기 드론의 미래는 밝고 무궁무진하다. 지금이라도 전문가들이 모여 양질의 드론을 연구·생산해서 국내에서 잘 활용한다면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국내기업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IT 전문가였던 권희춘 부회장은 우연한 계기에 드론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인력과 비용이 소모되는 사건·사고 현장에 드론을 활용할 수도 있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이다. 권 부회장은 “IoT(사물인터넷) 분야 위주로 경찰대학에서 특강을 진행했다.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드론 파일럿 강의를 해봤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다. 그때부터 치안 분야 드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권 부회장은 일부 주요국들이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드론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후발주자의 위치에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과 사업 확장 기회는 남아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국내 드론 산업은 중국이나 미국에 비해 상당히 늦게 출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30여개의 경쟁력 있는 드론 기업이 분야별로 활동 중이지만 대부분 영세하고 공공사업에 의존하는 형태다. 그렇지만 최근 젊은 창업자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어 미래는 매우 밝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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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을 조종하고 있는 권희춘(왼쪽 세번째) 부회장.(사진제공=한국창의과학진흥협회)

 

권 부회장은 드론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뛰어넘어 전문 인재를 육성하는 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신남방정책의 핵심국가이자 최근 ‘쌀딩크’ 박항서 효과로 호혜적인 관계를 쌓은 베트남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권 부회장은 “드론을 공공분야에 먼저 적용해 국내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 전시회 참가 등을 기회 삼아 외국에서 투자를 받은 뒤 국내에서 연구를 진행한다면 경쟁력을 얻게 될 것이다. 베트남에 인공지능드론연구센터와 공인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교육센터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현지 당국과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베트남에는 젊은 인재들이 많다. 아직 드론 산업이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현지 사람들이 드론의 유용성을 알게 된다면 규제 없이 곧바로 다양한 종류의 드론을 연구하고 개발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인공지능과 드론의 만남이라는 시너지 효과는 물론 드론을 활용한 여러 서비스도 당장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1차적으로 드론 조종자를 양성한 뒤 교육 난이도를 높여 고급 드론 프로그래머를 양성한 다음에 국경 수비나, 치안 분야에 적용 가능한 드론을 베트남에서 생산하는 것까지 검토 중이다”고 덧붙였다.

장기간 진통 끝에 어렵사리 첫 발을 내디딘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와 관련해선 더 과감한 전략을 바탕으로 영세기업들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권 부회장은 “규제 샌드박스의 정부 지원금을 보고 많은 기업들이 과제를 제안하는 것 같다. 아쉬운 점은 대기업 위주의 컨소시엄에 지원금이 편중된다는 것이다. 창업기업과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경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좀 더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 또 톱다운 방식의 규제로는 드론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어려운 만큼 과감히 규제를 풀고 보텀업 방식으로 많은 창업자들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개혁과 관련해 벤치마킹할 수 있는 사례로는 중국을 예로 들었다. 그는 “중국은 이미 인공지능, 로봇, 빅데이터 분야의 규제를 없앤 뒤 창업기업을 지원해주는 생태계를 잘 형성해놨다. 우리나라는 치안, 군사, 민간 등 분야에서 빠른 발전을 이뤄나가고 있지만 규제에 대한 압박 때문에 드론 기업이 성장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 공공분야에서 신기술이나 아이디어만으로도 자금이 지원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드론 전문 인재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어떤 요건을 갖춰야 할까. 단순히 하나의 프로그래밍 언어나 하드웨어 조작 기술에 특화됐다고 해서 곧바로 드론 전문가로 거듭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드론은 복수의 ICT 기술이 하나로 결합된 형태의 대표적 융합 산업이기 때문이다. 권 부회장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영역을 넘나드는 통합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드론 기체는 하드웨어 영역에 속한다. 그 분야에는 드론의 설계, 재료, 프로펠러, 칩 등이 포함된다. 통신모듈을 통한 네트워크 연동도 필수적이다. 이에 반해 드론을 날리고 운영하기 위한 FC(비행 조종) 분야는 소프트웨어 기술이다. 각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드론과 관련된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통해 하드웨어 설계부터 조종, 제작, 운영체제 관리까지 다양한 분야의 교육커리를 설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드론 시장에 뛰어들고 싶어하는 예비 사업가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권 부회장은 “아직은 국내시장이 작지만 향후 날아다니는 자동차도 드론의 일종으로 본다면 지금이라도 드론 창업 생태계에 도전장을 내밀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드론 등 신산업과 관련된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선 “우리나라는 아직 북한과 정전 상태라 군사시설 촬영이 어렵고, 수도권의 많은 지역이 비행금지구역과 비행제한구역이라 드론을 개발·연구하고 실증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 살펴봐야 할 규제가 많이 남아있다.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길준 기자 alf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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