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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에드워드 양 감독의 '공포분자'를 정식으로 만나는 기쁨

[Culture Board] 대만 뉴웨이브를 이끈 에드워드양의 '타이페이 3부작'중 두 번째
과장된 인물,투박한 화면 2020년에 보는 색다른 재미

입력 2020-09-16 17:30 | 신문게재 2020-09-1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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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포분자’.(사진제공=에이썸픽쳐스)

 

화면은 촌스럽고 인물들은 하나같이 과장됐다. 굳이 이 영화를 봐야 하나 싶다가도 마지막 15분의 연출이 허를 찌른다. 대만 뉴웨이브를 이끈 에드워드 양 감독의 영화 ‘공포분자’가 17일 국내에 정식개봉했다. 무려 34년만의 최초 개봉이다. 한국에서 올림픽이 열리기도 전 아시안게임이 한창이던 1986년작이니 그 당시 대만의 인간군상이 지금의 관객에게는 세련되게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1960년대 누벨바그 운동이 장 뤽 고다르를 주축으로 영화계 변혁을 이끌었던 것처럼 1980년대 아시아에서는 허우 샤오시엔, 차이밍량, 에드워드 양이 당시 극영화를 대변하는 시대였다. 화면은 좀 거칠고 편집은 투박하지만 메가폰을 잡은 에드워드 양의 연출력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영화는 갑작스런 총성과 함께 시작된다. 우연히 그 곳을 지나던 소년은 카메라에 사건 현장을 담고 피사체이자 사건의 주인공인 한 혼혈 소녀를 사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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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국내 정식 개봉하는 영화 ‘공포분자’의 포스터.(사진제공=에이썸픽쳐스)

‘공포분자’는 연결고리가 없는 네 명의 인물을 내세워 사건의 비극을 알린다. 부잣집 도련님이었던 소년은 집을 나와 방황 중이고 소녀는 아빠 없이 엄마랑 살며 반항을 일삼는 인물이다. 

 

갱생 차원에서 집에 갇히게 된 소녀는 전화기로 아무 번호나 눌러 장난을 치며 시간을 때운다. 우연히 이 전화를 권태기에 빠진 젊은 부부가 받으면서 균열이 생긴다.


남편은 곧 출세를 앞둔 의사였으나 아내에겐 관심이 없었고 반듯한 직장을 두고 전업 소설가가 된 아내는 슬럼프로 긴 시간을 허우적대는 중이었다. 

 

남편이 병원을 간 사이, 흡사 불륜 사이인 듯한 뉘앙스로 장난전화를 건 소녀에 의해 사건 현장으로 가게 된 아내는 별다른 소득 없이 집으로 돌아와 가출을 감행한다.

사실 ‘공포분자’의 초반 45분은 지루함의 연속이다. 영화는 갑작스런 총기사건 그리고 소녀의 방황, 중간에 갑자기 끼어든 권태기 아내의 바람 등을 나열하며 ‘도대체 왜?’란 생각을 관객에게 주입시킨다.

재미있어지는 순간은 소설가 아내가 되려 장난전화 한통으로 작품의 영감을 얻어 파국으로 치닫는 부부의 이야기를 스릴러로 완성해 부와 명성을 얻는 지점이다. 결국 홀로 남겨진 남편이 소년에 의해 모든 사건의 원인이 된 전화와 소녀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만의 복수에 나서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특히 꿈인지 현실인지 모호한 두 가지 버전의 엔딩이 차례로 보여지면서 관객들을 시험에 빠지게 만든다. 결국 어느 게 진짜인지 모를 두 가지 엔딩 선택지로 ‘공포분자’는 확실히 시대를 앞서간 영화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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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아내에게 모든걸 맞춘다고 생각하지만, 아내는 끊임없이 외로워한다. 시대가 지나도 평행성을 달리는 남녀관계의 비극이 ‘공포분자’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다.(사진제공=에이썸픽쳐스)

 

에드워드 양 감독은 대만사회를 배경으로 현대인의 황폐한 내면을 다룬 ‘타이페이 이야기’(1985),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1991)에 이은 이 영화를 통해 ‘타이페이 3부작’을 완성하며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그의 대표작에 등장하는 지극히 평범한 동시에 결핍된 주인공들은 ‘나와 다르지만 뭔가 끌리는’ 감정으로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공포분자’는 특히 그 정점이다. 59세로 요절한 천재감독의 작품을 정식으로 만날 기회는 흔치 않다. 이미 다양성 영화의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그 화제성을 입증하고 있다. 15세이상 관람가.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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