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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비로소 진짜 나를 찾아서! 존 노이마이어의 ‘인어공주’

[Culture Board] 국립발레단 '인어공주'

입력 2024-04-24 18:00 | 신문게재 2024-04-2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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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mburg Ballett John Neumeier
함부르크 발레단에서 초연된 존 노이마이어의 ‘인어공주’ 중 인어공주와 왕자(사진제공=국립발레단)

 

“많은 발레 작품의 주제가 사랑이에요. 다양한 사랑을 형태를 담고 있는데 ‘인어공주’ 이야기의 주제는 굉장히 독특합니다. 아름다운 존재인 인어가 자기 세계를 벗어나길 갈망하거든요. 그 갈망의 원인은 사랑이죠. 공주는 자신의 세상을 벗어나 희생과 고통을 선택하죠.”

세계적인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John Neumeier)가 전한 ‘인어공주’의 사랑, 그 마지막은 물거품이 돼 허망하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에 선다. 

사랑에 목맸지만 사랑받지 못했고 그렇게나 벗어나고 싶던 진짜 자신을 인정하고서야 자유를 얻는다. 그렇게 ‘인어공주’는 그리고 안데르센은 비로소 진짜 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의 출발점에 설 수 있게 된다. 

제200회 정기공연  인어공주 포스터
국립발레단 ‘인어공주’ 포스트(사진제공=국립발레단)

‘인어공주’(The Little Mermaid, 5월 1~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가 세계적인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와 발레리나 출신의 강수진 단장이 이끄는 국립발레단에 의해 변주된다. 함부르크 발레단 예술감독이자 수석안무가 존 노이마이어가 안무를 비롯해 무대, 조명, 의상까지 직접 디자인한 작품으로 국립발레단의 200회 정기공연이다. 2005년 안데르센 탄생 200주년을 맞아 로열 덴마크 발레단에서 제작·초연한 작품으로 덴마크 여왕 마르그레테 2세에 헌정됐다. 


200회 정기공연으로 신작 ‘인어공주’를 선택한 데 대해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은 “저는 훌륭한 안무가들과 많은 작품들을 하면서 성숙하는 과정을 겪었다. 특히 현존하는 레전드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와의 작업을 통해 얼마나 성숙할 수 있는지를 국립발레단원들에게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존 노이마이어가 변주한 ‘인어공주’의 특징은 안데르센의 분신 같은 캐릭터 시인과 인어공주의 꼬리를 표현한 바지 의상이다.  

“자신의 왕국과 세계를 벗어나 사랑을 선택하는 모습이 이 이야기의 굉장히 아름다운 지점 중 하나예요. 이 이야기에서 느낄 수 있는 건 내가 아무리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하더라도 상대가 나를 사랑할 책임은 없다는 겁니다. 저는 ‘인어공주’가 안데르센의 자서전처럼 느껴졌어요. 그의 불행한 사랑에서 따온 이야기거든요.”

그래서 극의 시작은 안데르센이 사랑하는 연인이자 시인인 에드바드와 헨리에트의 결혼식이다. 연인이 다른 여자와 결혼하는 모습에 흘린 안데르센의 눈물이 추억과 몽상의 바다로 이끈다. 

“그 눈물방울이 바다로 들어감으로서 시인의 영혼을 상징하고 체화할 수 있는 인어라는 존재가 탄생하게 되죠.” 

Hamburg Ballett John Neumeier
함부르크 발레단에서 초연된 존 노이마이어의 ‘인어공주’ 중 2막 인어공주와 시인(사진제공=국립발레단)

 

그리고 그 마지막에 안데르센은 존 노이마이어 말처럼 “작품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맞이하며 초월한 존재가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안데르센의 ‘인어공주’와는 끝도, 시작도 다르다. 

인어공주의 바지의상은 일본의 전통극 ‘노’ 중 ‘하카마’에서 영감받은 것으로 인어공주의 움직임을 극대화한다. 이는 사랑을 위해 선택한 인간세계에 살면서 인어공주가 느끼는 불안정하고 격동적인 감정과 심리상태를 표현한다. 

“훈련을 위해 토슈즈를 신는 소녀들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인어공주도 토슈즈를 신는데 굉장히 어려워하거든요. 그 아픔을 극복하며 굉장히 아름답고 강인한 모습을 표현하죠. 인어공주는 굉장히 어려운 역할이에요. 무용수는 긴 바지를 입고 있지만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듯 유려하고 우아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하거든요. 게다가 안무 중에는 발리를 비롯한 아시아 전통춤의 일부도 있죠.”

(c)국립발레단_인어공주_기자간담회 (1)
국립발레단 ‘인어공주’의 존 노이마이어 안무가(왼쪽)와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사진제공=국립발레단)

 

덴마크에서 시작해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모스크바, 베이징 등의 발레단과 ‘인어공주’를 오려온 존 노이마이어는 “나라에 따라 변화를 주는 것이 아니라 매번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자 노력한다”고 전했다.

“그것이 작품에 대한 저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무용수와 진실함을 추구하고자 애씁니다. 진실함이 있어야 관객들이 진정으로 볼 수 있고 감동받을테니까요. 그렇게 새로워질 ‘인어공주’를 통해 관객들도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신의 삶을 반추해 보기를 바랍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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