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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신년기획]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리쇼어링 본격화…탈세계화 움직임

<'비욘드 코로나' 뉴노멀에 대비하라>①탈세계화

입력 2021-01-01 06:00 | 신문게재 2021-01-0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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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EPA 연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글로벌 가치사슬(GVC) 재편이 일어나고 있다. 유기적으로 연결됐던 세계 교역망이 감염병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각국의 봉쇄조치로 차질을 빚으면서 앞으로 GVC 지역화와 기업들의 리쇼어링 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가치사슬이란 상품 설계부터 판매까지 각 단계별로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세계교역 패러다임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자전거 회사가 중국과 베트남에서 생산된 부품을 수입해 만든 자전거를 미국에 팔면 이는 GVC 무역이다. 그동안 세계화 바람을 타고 이 같은 글로벌 공급망의 범위는 점점 더 넓어져왔다. 

 

이와 관련 세계적 컨설팅업체인 맥킨지는 “코로나 사태로 글로벌 공급망이 얼마나 취약한 고리인지 확인되면서 ‘탈세계화’ 흐름이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올해 세계교역량이 전년대비 10%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를 찾을 수 있는 1980년 이후 세계 교역이 감소한 것은 1982년(-1.6%)과 2009년(-10.4%) 두 차례밖에 없다.

 

부산항
부산항 감만부두의 모습.(사진=연합)

 

한은은 상품 교역을 중심으로 세계교역량이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다만 코로나19를 계기로 자국 중심으로 공급망이 재편되고 중국이 내수 중심의 성장 전략을 추진하면서 세계 교역 증가 추세는 이전보다 다소 둔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 끝나면 세계교역량이 회복되겠지만, 과거와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가긴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국제분업에 새로운 질서가 생긴다는 말이다. 미국과 중국 G2의 올해 중간재(부품소재) 교역 실적을 보면 앞으로의 변화를 예측해볼 수 있다.

 

한국은행 세계교역량 전망
한국은행은 올해 세계교역량이 전년대비 10%대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자료=한국은행)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무역통계시스템 자료를 바탕으로 중간재 교역 실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7월 기준으로 중국의 부품소재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36.8% 감소했다. 부품소재 수입 후 완제품을 수출하던 시장인 중국이 부품소재 자체조달에 나서면서 수입량이 줄어든 것이다.

반대로 미국은 지난해 1~9월 기준으로 전체 수입액 중 부품소재 비중이 전년 동기 대비 3.9%포인트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완제품 생산 기능이 강화된 것인데, 이는 GVC 상 완제품 소비 기능을 맡았던 미국이 리쇼어링 확대로 등으로 완제품 자체 생산 능력을 키웠다는 것을 의미한다.

리쇼어링(Reshoring)이란 타국으로 나갔던 기업이 자국으로 돌아오는 것을 말한다. 미국의 리쇼어링 지수(미국 제조업 총산출 중 아시아 14개 역외생산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제조업 품목)는 2011년부터 계속 마이너스에 머물다 지난해 98로 반등하며 최근 10년 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도 G2의 자체생산 심화, GVC 재편 등을 앞당기는 요소 중 하나다. 여기에 코로나19 상황까지 겹쳐지면서 한국도 부품소재 자체조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과 미국의 부품소재 수입액
중국 부품소재 수입액 변화 추이와 미국의 전체 수입액 중 부품소재 비중 변화 추이.(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은 전체 무역 중 중간재의 비중이 약 60%에 달하고, 공급망에서 특정 국가 비중이 높은 편이다. 아시아 14개 역외생산국에 대한 제조업 수입은 중국이 60%, 베트남 12%, 대만 9%, 나머지 국가들이 각각 5% 미만을 차지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전경련이 한국의 리쇼어링 지수를 측정한 결과, 지난해 -37로 나타났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는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등 기업에게 적대적인 정책 규제들이 많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국내로 들어오려는 기업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한 GVC 재편과 4차 산업혁명 경쟁 속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비대면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선도기업을 만드는 게 더 우선시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연경 기자 dusrud1199@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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