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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훈민정음 해례본, 1억 ‘NTF’로 재탄생…NFT 규제 급물살 탈까

입력 2021-07-26 07:15 | 신문게재 2021-07-2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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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창제의 원리를 소상히 밝힌 국보 70호 ‘훈민정음 해례본’이 NFT(대체불가토큰)로 만들어지면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한쪽에서는 NFT로 인한 문화유산의 대중성 확보라는 긍정적 측면을, 다른 한쪽에서는 문화유산을 이용한 경제적 이득이라는 비판적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례와 같이 국보급 문화유산의 NFT가 지속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향후 NFT가 가진 저작권 속성을 어떻게 정의해야하는지 관계법령의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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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미술관이 훈민정음 해례본 NFT를 추진한다. 총 100개 발행에 개당 1억원을 책정했다.(사진제공=간송미술관)


◇ 개당 1억 총 100개…재정난 때문?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 미술관인 간송미술관은 최근 훈민정음 해례본을 NFT로 한정 발행한다고 밝혔다. 일제강점기 시절에 문화유산의 보호와 연구에 힘썼던 간송(澗松) 전형필 선생의 ‘문화보국’ 정신을 훈민정음 해례본 NFT에 담겠다는 의지다.

이번 훈민정음 NFT는 개당 1억에 총 100개를 발행하며, 001번부터 100번까지 고유번호를 붙인다. 원본을 소장한 간송미술관은 해당 NFT가 훈민정음 해례본을 발행 대상물로 삼아 한정 발행했음을 보증한다.

훈민정음 NFT는 블록체인 솔루션 기업 퍼블리시가 맡는다. 간송미술관은 미디어 창작자를 위한 NFT 플랫폼인 ‘퍼블리시NFT’ 개발 등 퍼블리시의 NFT 노하우에 개발을 위탁했다.

간송미술관은 국보인 훈민정음 해례본의 NFT 제작 시도에 네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 후대에 길이 남길 역사 문화자산으로서의 가치를 계승 발전시킨다. 둘째, 첨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NFT를 제작, 세계적인 문화재로 각인시킨다. 셋째, 국보급 유물의 독점적 희소성을 전 국민이 향유할 수 있도록 소장성과 가치를 가진 NFT 기술로 재탄생시킨다. 넷째, 간송의 문화보국 정신을 상징하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NFT화함으로써 디지털자산으로 영구 보존하고 간송미술관의 운영 관리 및 우리 문화재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홍보를 위한 기금 마련에 기여한다 등이다.

미술계에서는 간송미술관이 간접 언급한 것처럼, 재정난 타개가 NFT 발행의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냐는 조심스런 시각이다. 간송미술관은 지난해 보물로 지정된 불상 2점을 경매에 내놓을 정도로 재정난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훈민정음 해례본은 지난해부터 국보 1호 격상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어 이번 NFT 발행이 법적으로 타당하냐는 논란을 낳고 있다. 지난해 감사원은 국보 1호인 숭례문이 일제강점기 시절에 강제 지정된 점을 고려, 국보 1호의 상징성이 부족하다며 변경을 권고한 바 있다. 이에 훈민정음 해례본이 국보 1호 후보로 물망에 오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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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 전형필(오른쪽부터 네 번째, 부채 들고 있는 이)은 일제강점기 시절 문화재 반출을 막고자 가산을 팔아 수많은 문화재를 비밀리에 사들였다. 사진은 간송과 함께 문화재 보호에 뜻을 함께 한 이들의 모습. 한글학자 홍기문과 서지학자 송석하 등 훈민정음 해례본을 지켜낸 주역들의 모습도 보인다.(사진제공=간송미술관)

 

◇ 문화재청 “아직 결론 내리지 않아”

문화재청은 훈민정음 해례본 NFT에 아직까지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국보의 첫 번째 NFT 추진에 법적인 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문화재 보호법 제35조에 따르면, 국가지정문화재를 탁본 또는 영인(원본을 사진으로 복사하여 인쇄하는는 행위)하거나 그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촬영 행위에는 문화재청장의 허가가 필요하다고 규정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사진 촬영을 한다고 문화재가 훼손되는 것은 아니기에 허가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이지나, 아직까지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상충한다는 시각이다.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장은 “디지털화한 훈민정음 해례본이 실물에 가까운 느낌을 줄 수 있고, 문화재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서 “개인 소장이 어려운 문화재일수록 다양한 방식의 공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문화계 한 관계자는 “국내 문화재를 해외에 소개하는 등 여러 순기능도 있겠지만, 자칫 문화재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면서 “행여나 NTF를 위한 스캔 과정 등이 필요해 문화재 훼손이 벌어진다면 책임 소재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간송미술관의 재정적 어려움에 도움을 줘야한다는 공감대도 형성하고 있다. 간송미술관은 1938년 간송 전형필 선생이 일본으로 수탈하는 문화재를 지켜내겠다는 일념에 세워졌다. 간송은 가산을 팔아 훈민정음 해례본부터 40여점의 국보와 보물을 포함한 수만점의 문화재들을 지켜냈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1940년 간송이 지금 돈으로 약 30억원에 해당하는 1만1000원에 사들였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세종 28년인 1446년에 만들어졌다. 훈민정음의 창제 목적과 자모 글자 내용, 해설을 묶었다. 책 이름을 글자이름인 훈민정음과 똑같이 했으며, 해례(解例)가 붙어 있어서 훈민정음 해례본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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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창업자 스티븐 잡스가 1973년에 작성한 입사 지원서를 NTF로 발행했다.(사진출처=윈소프 벤처스 웹사이트)

 

◇ 업계 “NFT 정의 내려야”

업계에서는 이번 훈민정음 해례본 NFT를 계기로 NTF에 대한 규제 논의를 시작해야한다는 진단이다. NFT는 국내 가상자산 업계를 재편할 특금법 개정안에서도 독자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다.

조원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대표 변호사는 “특금법 개정안은 영업을 목적으로 하는 가상자산 사업자 분류가 핵심”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NFT가 단순한 디지털 파일이 아닌 가상자산과 연결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특금법 개정안에 속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산업 분야마다 해석이 분분해 NFT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최근 NFT 관심이 커지면서 관련 규제 논의가 한창이다. 경매 시장에서는 NFT 바람을 타고 돈이 될 만한 것은 모조리 NFT로 만드는 과열 양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1973년(당시 18세) 입사 지원서 원본의 NFT가 경매에 등장해 큰 관심을 모았다. 또한 캐나다 작가 크리스타 킴이 NFT화한 디지털 집인 ‘마스 하우스’는 무려 5억6000만 원에 팔리기도 했다.

김상우 기자 ksw@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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