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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콩나물, 일본은 숙주나물 … 과거 서양선 악마채소 취급

콩나물, 대두 발아시켜 비타민C 풍부 … 숙주나물, 녹두싹으로 해열·해독 효과

입력 2016-04-29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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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콩나물(왼쪽)과 숙주나물을 완전히 익혀서 조리하지만 일본·중국·동남아시아에서는 고유의 비릿한 향을 즐기기 위해 가열하지 않고 음식에 넣는다.

콩은 거름 한 번 주지 않아도 어디서나 잘 자란다. 콩의 원산지는 한반도 위 쪽의 만주 지역으로 한국인들은 대두콩으로 메주를 쑤어 장을 담그거나 콩나물을 길러 먹는다.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콩나물보다 녹두를 키운 숙주나물을 즐긴다. 과거에는 둘을 콩이 싹튼다는 뜻의 ‘두아’(豆芽) 또는 ‘두아채’(豆芽菜)로도 불렀다. 콩나물과 숙주나물은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식품이다.


콩은 ‘밭에서 나는 소고기’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단백질과 지방이 많은 영양 식품이지만 비타민C가 부족한 게 흠이다. 하지만 콩나물에는 비타민B·C, 단백질, 무기질 등이 함유돼 있다. 콩나물 100g당 비타민C 함유량은 약 8㎎이다. 만약 하루에 콩나물무침 500g을 먹으면 하루 비타민C 섭취량(100㎎)의 절반 가량을 먹게 되는 셈이다.


콩나물로 국을 끓이면 단백질 성분이 대부분 수용성으로 변해 소화 흡수를 돕는다. 특히 아스파라긴산 성분은 콩나물국 특유의 향미를 낸다. 이 성분이 피로 및 숙취 회복에 효과적이다.


콩나물은 시루처럼 구멍이 있는 그릇에 콩을 담아 어두운 곳에서 물을 줘 발아시킨 것이다. 국내에서 언제부터 콩나물을 이용했는지 알기 어렵지만 고려시대 왕건이 나라를 세울 때 군사들의 식량으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왕건은 잦은 전쟁으로 군사들의 식량이 부족할 때마다 냇가에 콩나물을 담가 두었다가 배불리 먹였다고 전해진다. 고려 고종 때 지어진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에서는 ‘콩을 싹 틔워 햇볕에 말린 대두황(大豆黃)이 약으로 이용된다’고 적혀져 있다. 조선시대 문헌 ‘성호사설’(星湖僿說),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 등에 따르면 콩나물은 오랫동안 약과 구황식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 수 있다.


좋은 콩나물은 줄기가 통통하고 잔뿌리가 적으며 콩나물 특유의 냄새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너무 긴 것은 웃자란 것이므로 길이는 짧은 게 좋다. 줄기가 가늘고 길며 콩나물 머리에 검은 반점이 있는 것은 오래된 것이다. 콩나물 머리에 껍질이 투명하면 싱싱한 것으로 생각해도 좋다. 직접 키운 콩나물은 인공으로 약을 주고 키운 것 보다 보기는 덜 좋으나 훨씬 고소하다.


숙주나물은 녹두에 싹이 난 것으로 녹두나물로도 불린다. 숙주나물이란 이름은 조선시대에 사육신을 배신하고 세조를 따랐던 신숙주를 빗대 붙여진 것이다. 1924년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을 지은 이용기는 “세조 때 신숙주가 여섯 신하를 고변(告變)하고 죽였는데, 녹두나물을 만두소로 넣을 때 짓이겨 넣으므로 신숙주를 이 나물 짓이기듯 하자며 녹두나물을 숙주나물로 불렀다”며 “이같은 이유로 신씨 성을 가진 사람들은 녹두나물을 숙주나물로 칭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숙주나물은 한국보다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에서 즐긴다. 볶거나 삶아 완전히 익히는 한국과 달리 다른 나라에서는 거의 익히지 않고 녹두나물 고유의 비릿한 향을 느끼며 먹는다. 베트남 쌀국수에 반드시 올라간다. 일본에서는 콩나물과 숙주나물을 통칭해 ‘모야시’(萌やし)로 부른다. 일본인들은 음식에 콩나물보다 숙주나물을 더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모야시는 대체로 숙주나물을 뜻한다. 서양에서는 콩에서 콩나물이 되는 것을 보고 털이 있고 다리가 하나 달린 유령이 들어 있다고 생각했다. 고대 로마에서도 콩나물과 숙주나물을 먹으면 광기와 악몽이 생기며 이성과 오감(五感)이 마비된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과거 국내에서는 봄이나 여름에 어른의 생신날 아침상에 오르는 식품이었다. 돌잔치날 점심에 손님에게 대접하는 국수상에도 곁들여졌다. 숙주나물은 금방 상하고 쉬이 무른다. 따라서 구입 즉시 조리해 먹는 게 좋다.


과거 조상들은 독감에 걸려 열이 심하고 입맛이 떨어지면 숙주나물을 먹었다. 본초강목에는 숙주나물의 원재료인 녹두가 열을 없애고 독을 풀어준다고 적혀져 있다. 숙주나물은 녹두에 비해 비타민A가 2배, 비타민B가 30배 가량 증가한다. 1998년 한국식품영양과학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카드뮴에 중독된 실험용 쥐에서 숙주나물즙을 투여한 결과, 간장 및 신장의 카드뮴 함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즉 체내 중금속 감소에도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정종우 기자 jjwto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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