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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칼국수는 멸치육수, 강원도는 장(醬)으로

1960년대 분식장려운동때 전국음식 등극 … 국물과 면 함께 끓여 걸쭉한 게 특징

입력 2016-05-0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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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국수란 단어는 1677년 지어진 조선시대 중국어 학습서 ‘박통사언해(朴通事諺解)’에 처음 등장하는데 반죽을 칼로 자르는 데서 이름이 붙여졌다.

지난해 서거한 김영상 전 대통령은 평소 칼국수를 즐겨 먹었다. 평소 우리 밀 먹기를 강조하며 남다른 칼국수 사랑을 보였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점심 메뉴는 칼국수였다. 대표적인 서민음식으로 꼽히는 칼국수를 대통령이 좋아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별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별미로 즐기기도 했다.


지금은 서민음식이지만 국수요리는 과거 양반들만 먹을 수 있는 고급음식이었다. 서민들은 결혼식과 같은 특별한 날에 장수의 이미로 잔치국수를 먹었다. 1934년 발간된 간편조선요리제법에는 칼로 썰어 만든 칼국수 조리법이 나와 있다. 끓는 물에 삶아 내어 냉수에 헹구고 다시 맑은 장국을 붓고 고명을 얹어서 먹는 음식으로 설명돼 있지만 면을 헹구지 않는 지금의 칼국수 조리법과 약간 다르다. 칼국수는 한국전쟁 이후 미국에서 밀가루가 대량 들어오면서 전국적인 음식이 됐다. 칼국수란 단어는 1677년 지어진 조선시대 중국어 학습서 ‘박통사언해(朴通事諺解)’에 처음 등장한다. 오랫동안 귀한 음식이었던 칼국수는 1960년대 분식장려운동 때 본격적인 대중음식으로 등장한다.


칼국수는 여름철 시식(時食)의 하나다. 찰기가 많은 밀가루에 달걀을 풀어 섞은 물로 되직하게 반죽한 뒤 오래 치대면 반죽이 완성된다. 20~30분 가량 반죽을 재운 뒤 도마에서 얇게 고르게 밀어 가늘게 썰면 칼국수면이 만들어진다. 여기에 기호에 맞춰 해산물, 닭, 멸치 등으로 우려낸 육수와 함께 끓이면 된다. 국물에 면을 처음부터 넣고 삶기 때문에 면 속 전분이 국물 속으로 풀어져 국물이 걸쭉하다. 이같은 이유로 칼국수의 정식 영문 명칭은 Noodle Soup다. 칼국수란 이름은 반죽을 칼로 자른 데서 유래됐다. 면 자체의 식감을 찰기가 덜하지만 부드럽게 넘어가는 게 특징이다.


칼국수는 지역별로 약간 다른 특징을 보인다. 대구·경북은 역사적으로 국수가 유명한 지역이다. 여름철 더운 날씨 탓에 전국에서 국수 소비량이 가장 많은 곳 중 하나다. 분지에 자리한 대구는 덥고 습기가 적어 국수 생산에 가장 이상적인 환경을 갖췄다. 제분·제면 기계도 전국에서 가장 먼저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0년대 말까지 전국 건면의 50% 이상은 이 곳에서 만들어졌다. 곰표국수, 별표국수 등 국내 대표 국수 회사들이 대구에 터를 두고 있다. 대구 서문시장은 멸치육수를 활용한 칼국수가 유명하다. 1965년 첫 칼국수집이 생기기 시작해 지금은 칼국수 골목이 형성될 정도로 가게 수가 늘었다. 300여 개의 국수가게가 빽빽하게 늘어선 골목에는 칼국수를 먹으려는 사람들로 늘 북적인다. 대구는 다른 지역에 비해 면을 넓게 썰고 야들야들한 면발을 갖고 있다. 반죽에 콩가루를 넣고 고명에 청방배추가 들어가는 게 특징이다.


강원도에서는 된장이나 고추장을 넣은 장칼국수가 대표적이다. 동치미를 곁들여 먹는다. 멸치육수를 기본으로 각종 장을 넣어 국물은 진하고 구수하며 얼큰하다. 가게에 따라 다양한 해산물을 넣는다. 원주 지역에서는 칼국수에 만두를 넣은 이른바 ‘칼만’을 먹는다. 원주 중앙시장과 중앙시민전통시장 주변에는 1960년대 중반부터 칼국수 식당들이 들어섰고 1979년 시장 안에 칼국수 골목이 만들어졌다.


호남 지역에선 팥칼국수가 유명하다. 팥죽에 밥이나 새알 대신 칼국수면을 넣은 것으로 생각해도 좋다. 전북 군산과 전주가 팥칼국수 원조로 알려져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 자신이 원조라는 사람들도 많다. 팥죽에 칼국수면을 넣는 방식이 창의적인 것은 아니어서 원조 논란은 의미가 없다.


제주도에서는 꿩과 메밀을 넣은 칼국수를 즐긴다. 과거엔 제주도 양반들이 즐기던 음식으로 꿩으로 우려낸 국물에 메밀국수와 무 등을 넣는다. 그 위에 양념한 살코기를 얹는다. 찰기가 적은 메밀면의 특성상 젓가락보다는 숟가락으로 떠먹어야 제맛이다. 꿩 국물은 닭에 비해 구수함을 덜하지만 훨씬 깊고 진한 맛을 지닌다. 보말과 다시말을 넣은 국물에 쫄깃한 면발을 넣은 보말칼국수도 제주도를 대표한다.


지난달 23~24일 대전광역시에서는 ‘제2회 칼국수축제’가 열렸다. 대전칼국수는 대구와 마찬가지로 멸치육수를 기본으로 쫄깃한 면발, 자극적이지 않은 국물 등이 특징이다. 1975년 대흥동에 문을 연 공주분식은 대전칼국수를 대표하는 식당이다. 이 가게를 중심으로 지금은 대흥동 일대에 칼국수거리가 조성됐었다. 공주분식에서는 붉은 육수에 쑥갓을 얹은 얼큰한 칼국수가 인기다. 지금은 재개발로 인해 칼국수거리가 흩어졌지만 몇몇 가게들이 주변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정종우 기자 jjwto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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