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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질·대장암 치료 30년 외길 ‘항문 지킴이’

양형규 서울양병원 원장 ‘거상고정식 점막하 치핵절제술’ 통증·부작용 최소화

입력 2018-08-3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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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규 서울양병원 원장은 “대장항문질환의 조기진단 및 치료는 무병장수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여전히 ‘치질수술’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손사래를 치며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종종 있습니다. 예전부터 다른 수술에 비해 통증과 출혈이 심한 것으로 악명을 떨쳤기 때문이죠. 하지만 요즘엔 원래 항문조직을 보존하는 최소침습수술 기법이 확산돼 통증과 부작용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게 됐습니다. 정기적인 항문 관찰과 이에 따른 대장항문질환의 조기진단 및 치료는 무병장수를 위한 첫 걸음입니다.”


양형규 서울양병원 원장은 1986년 경기도 구리시 양형규외과의원 개원을 시작으로 30여년째 대장항문질환 최소침습수술 전파와 대국민 인식 개선에 힘써온 ‘항문 지킴이’다. 항문조직 절제를 최소화하는 ‘거상고정식 점막하 치핵절제술’을 고안하고, 배를 열지 않는 복강경·내시경 대장암수술을 대중화해 대장항문질환 환자의 치료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 원장은 “입에 입술이 있듯 항문에도 입술에 해당하는 항문쿠션조직이 존재하고, 입 속 치아의 역할을 항문에선 치상선이 담당한다”며 “입과 치아는 어릴 때부터 철저히 관리하는 반면 항문은 더럽고 창피한 부위라는 인식 탓에 중요성에 비해 별다른 대접을 못받고 있고 그에 대한 지식도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거상고정식 점막하 치핵절제술, 치질수술 공포감 해소


2016년 기준 국내 치질수술 건수는 연간 20만건으로 백내장수술에 이어 2위이지만 외래환자 수는 98위로 순위가 매우 낮다. ‘수술이 두려워서’, ‘창피해서’ 등 갖가지 이유로 치료를 미루다 중증이 돼서야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다는 의미다. 양 원장은 “치질수술은 국내에서 가장 흔한 수술이지만 여전히 많은 환자가 과도한 두려움과 공포감을 갖고 있다”며 “이로 인해 직장암에 의한 출혈을 치질로 자가진단해 병을 키우거나, 전문의가 아닌 민간 치료사에게 부식제주사를 맞아 항문이 손상되는 일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양 원장은 수술에 대한 부담감과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거상고정식 점막하 치핵절제술을 개발했다. 이 수술은 항문피부를 2~3㎜만 좁게 절개한 뒤 치핵조직을 상피를 남기고 도려내는 방식으로 제거하고, 남은 조직을 항문 위쪽 방향으로 거상시켜 원래 위치로 되돌린다. 기존 수술과 달리 항문쿠션조직·점막·상피 등을 가능한 적게 절제해 항문협착, 통증, 출혈이 적고 빠르면 수술 후 1~2일 안에 퇴원할 수 있다.
이 수술에 대한 국내외 대장항문질환 의사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양형규 원장은 지난 6월 러시아 모스크바 세계무역센터에서 개최된 러시아 대장항문외과의사회 국제컨퍼런스에서 치핵·치루에 대해 강연하고, 거상고정점막하치핵절제술을 실시간 시연하기도 했다.

기존 결찰절제술보다 2차출혈, 항문협착 최소화


기존 표준치료법인 결찰절제술은 술기가 쉽고 수술 시간이 짧지만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절제하므로 2차출혈, 항문협착 등 수술 후유증이 동반될 수 있다. 특히 항문피부 조직엔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많이 분포돼 이 부위를 잘라내면 통증이 심하다.
양 원장은 “치핵조직을 정상조직으로 보는 게 의학계 정설로 받아들여져 수술시 최대한 보존하는 방식으로 수술기법이 바뀌는 추세”라며 “수술이 무섭다고 치료를 무작정 미루지말고 질환 초기에 병원을 찾아 적합한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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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규 원장이 ‘거상고정식 점막하 치핵절제술’을 집도하고 있다.
내시경 진단 후 복강경시술로 수술 없이 대장암 제거


대장암 치료엔 복강경시술을 적용해 수술 부담을 대폭 줄였다. 서울양병원 대장암센터는 대장암 환자의 90% 이상을 복강경수술로 치료하고 있다. 이 치료법은 배 안에 카메라와 특수기구를 삽입해 의사가 직접 눈으로 보면서 종양을 떼어낸다. 피부를 20㎝ 이상 절개해야 하는 개복수술과 달리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 수술 합병증인 장유착과 장폐색 위험도 낮은 편이다.
하지만 3기 이상 대장암은 대부분 개복수술이 필요해 암세포가 크지 않은 조기에 진단하는 게 중요하다. 서울양병원은 한해 5만여건의 위·대장내시경을 실시해 대장암을 조기 진단하고 있다.

우여곡절 많은 인생史, ‘오뚜기 정신’ 키워


양형규 원장의 60년 인생은 도전, 실패, 재도전, 성공의 반복이었다. 그는 1953년 충남 논산의 유복한 가정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그러던 중 증권계에 종사하던 아버지의 일이 잘 풀리지 않아 가세가 급격히 기울었고, 중고교 시절 3년간 신문배달을 하면서 생활비를 보탰다. 어린 나이에 이른 새벽부터 신문배달을 하다보니 학업에 집중하기 어려워서 고등학교 1학년 땐 학업 성적이 반 30등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고교 2학년이 돼서야 마음을 다잡은 그는 다시 공부에 매진, 전교 3등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처음엔 학교 선생님을 꿈꿔 서울대 사범대 물리학과에 지원했지만 아쉽게 낙방해 재수생이 됐다. 재수생 시절 갑자기 살던 집이 철거돼 이삿짐을 옮기던 중 허리를 다쳐 요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가난한 재수생 시절이라 수술비가 없어 허리통증을 억지로 참던 와중에 다행히 진료비가 저렴하고 저소득 환자 지원프로그램이 갖춰진 서울 필동 성심병원(중앙대 필동병원의 모태)에서 수술을 받게 됐다. 이 때 그를 도왔던 레지던트로부터 의대 진학을 권유받아 연세대 의대에 입학했다.


대학생 시절 개인과외를 하며 학비를 보탰는데 ‘성적을 쑥쑥 올려준다’는 입소문이 돌자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개인과외만으로는 학생들을 충분히 가르칠 수 없다는 생각에 아예 과외학원을 차렸다. 인기 강사로서 승승장구했지만 1980년 7월 30일 전두환의 신군부가 과외 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하루아침에 공든탑이 무너져버렸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고 모교로 돌아가 의사의 길을 다시 걸었다.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마친 뒤 1986년 경기도 구리시에 양형규외과를 개원했다. 4년 뒤인 1990년 5층짜리 건물로 병원을 신축 이전했으며, 1996년엔 남양주 양병원을 개원했다. 양 원장은 “식생활이 서구화되고 고령 인구가 점차 증가하는 상황에서 치질·대장암 등 대장항문질환 환자가 급증할 것이라는 예상이 적중했다”며 “개원 후 1년만에 금융위기가 닥치는 등 숱한 위기를 겪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묵묵히 진료와 수술에만 매달린 결과 내원 환자가 늘었고 병원 운영도 안정화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일이 잘 풀리다가 갑자기 위기와 어려움이 닥치는 일이 반복되면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재도전하는 자세를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양병원, 서울 동부권 대장항문질환 치료 메카 부상


그의 ‘오뚜기 정신’은 서울 진출이라는 또 하나의 성과로 이어졌다. 양형규 원장이 2005년 설립한 서울양병원은 개원 초기 어려움을 딛고 10년만에 연간 치질수술 4000건, 누적 6만4000여건을 돌파하며 서울 동부권 대장항문질환 치료 메카로 성장했다. 2014년엔 심리적 부담감으로 병원 방문을 꺼려하는 여성 환자를 위해 국내 최초로 여성치질센터를 개소했다. 지난해 우수한 대장암 진료실적을 인정받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적정성평가 1등급을 받았다. 중소병원 중에선 이례적으로 국제학술대회인 ‘아시아·태평양 대장항문질환 컨퍼런스(APPC)’ 개최하는 등 활발한 학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양 원장은 대장항문질환에 대한 대국민 인식 개선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가 집필한 건강·의학 전문서적은 ‘알기쉬운 치질 백과’,  ‘대장암 뿌리뽑기’, ‘변비 뿌리뽑기’ 등 20권에 이른다. 2009년 4월에 출간한 ‘대장항문외과의사의 실제적인 지침서 치핵’은 문화관광부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양형규 원장은 “서울양병원을 10년 안에 아시아 최고의 대장항문 전문병원으로 성장시키는 게 목표”라며 “아침식사 후 용변 보는 배변습관 들이기, 아침식사 챙겨 먹기, 배변 시간 3분 넘기지 않기, 배변 후 비데 사용 및 세척 등 기본 수칙만 지켜도 항문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형규(梁亨奎) 서울양병원 원장 프로필


1973~1980년 연세대 의대 의학 학사
1985~1988년 연세대 대학원 의학 박사


1995~2006년 구리시민장학회 이사
2000~2001년 경기도 남양주시 의사협회 부회장
2001년 전국중소병원협회 이사
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 영국 세인트막병원, 일본 사회보험중앙종합병원 연수

1996년 10월 ~ 현재 양병원 의료원장
2004년   3월 ~ 현재 연세대 의대 외과학교실 외래교수
대한대장항문학회 상임이사
일본대장항문병학회 정회원



박정환 기자 superstar1616@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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