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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칼럼] 文대통령이 꿈꾸는 세상과 대한민국 국민들이 기대하는 세상

입력 2019-10-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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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택 한림대 명예교수
개천절 휴일 광화문 일대에서 “조국 감옥! 문재인 하야!”를 외친 국민들은 며칠 후 자신들의 외침은 간 데 없고, ‘모아진 국민의 뜻은 검찰 개혁’이라는 문대통령의 가짜뉴스 생성 전파에 분통이 터졌다. 그래서 반짝 추위에도 불구하고 한글날 다시 광화문으로 나가 ‘검찰 개혁은 가짜개혁!’ 이라는 피켓을 들었다. 이날 언론에는 문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인 32.4%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보도되었다. 국정 운영을 잘못하고 있다는 49.3%의 의견이 광화문 광장의 외침이 된 것임을 보여주는 조사이다.

그간 문대통령은 조작된 통계로 사실을 왜곡하면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골적으로 검찰의 조국수사를 방해하면서 이를 ‘검찰개혁’으로 포장하려는 것도 예상 밖의 일은 아니다. 이제 그의 대통령 취임 후 2년 5개월간의 국정 운영의 행적과 언행에 기초해서 그의 정체성과 그가 만들려는 세상, 주류 교체를 통해 이루려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을 가늠해 보자.

문 대통령 취임 후 의욕적으로 추진한 첫 번째 범주의 정책들은 그가 가장 중요한 과제로 생각한 대선 공약의 비전1 ‘부정부패 없는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의 실천인 일련의 사법? 행정 조치들과 진행 중인 제도 개혁들이다. 국민들에게는 ‘적폐청산’으로 뇌리에 새겨진, 정적을 제거하고 무력화시키는 데 권력을 남용한 조치들; 적재적소 인사로 신뢰받는 공직사회 만든다며 행한 캠코더, 낙하산 인사; 경기규칙을 경기 상대방의 동의 없이 자기들끼리 바꾸겠다는 선거법개정안;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본원적 문제를 덮으려는 ‘가짜검찰개혁’과 공수처 신설안; 친위세력인 언론노조를 매개로 한 언론장악 등이다.

이 범주의 조치들은 선출된 독재 정권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합법을 가장한 권력독점 수단들이다. 쿠데타에 의한 권력 장악에서와는 달리 체포 구금 등의 명백한 반민주적 행위들이 눈에 띠지 않기 때문에 이해 당사자, 언론인, 깨어있는 일부 지식인들을 제외하고는, 생업에 바쁜 일반인들은 독재로의 ‘레드라인’ 경고등을 보지 못했다.

두 번째로는 경제 및 사회복지 관련 정책들을 보자. 대선공약의 비전2 ‘더불어 성장으로 함께하는 대한민국’, ‘일자리가 마련된 대한민국’을 만드는 정책들이라고 시행한 최저임금 인상, 법인세 인상, 근로시간 단축(주 52시간제), 지주회사 규제 강화, 탈 원자력발전, 대규모 SOC사업에 예비타당성 조사면제, 시장원리를 외면한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 국민연금 동원한 대기업 핍박, 기득권 보호 위해 미래 산업의 싹 자르는 규제 남발 등이다. 시행 전부터 전문가들이 ‘나라 살림 거덜 내고, 경제기초 허무는 정책’이라고 비판한 정책들이다. 예견됐던 결과를 확인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일자리는 줄어들고 소득불평등은 심화되고, 투자는 감소해 세계적 호황 속에서도 홀로 성장률이 뒷걸음질 쳐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나가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문대통령은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은 튼튼하다.”, “근본적 성장세는 건전하다.”, “경제는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등 일관되게 현실을 외면한 발언을 해왔다. 이상하지 않은가? 후퇴하는 성장률을 보면서 건전하다든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국민들을 향해 하는 말에 국민들이 속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기에 대통령의 발언 의도가 다른데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볼만 하다. 하나의 가설은 문대통령이 존경하는 신영복의 경제관에 영향을 받아 제로 성장이 더 바람직한 것이라고 믿는 것은 아닌지 하는 추측이다.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에 비해 이노베이션의 요인이 훨씬 적습니다. 그러나 저는 멀쩡한 기계, 기술, 자원을 효율이나 생산력의 입장에서 폐기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성장에 대한 어떤 환상, 이것이 바로 자본의 이데올로기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유럽의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성장을 안 하는 것이 좋다는 제로 성장론이 마음에 듭니다.”이런 신영복의 견해에 문대통령이 공감해서 소득주도성장 정책 때문에 경제가 후퇴해도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만족할 수는 있더라도, 일자리가 줄어들고 소득분배가 악화되는 것도 바른 방향이라고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또 하나의 가설이 필요하다. 이는 저소득층이 일자리를 잃고 소득이 감소하더라도 정부가 복지수당으로 이를 보전해 주기만 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서는 복지수당 수혜자의 수가 늘어나는 것이 좌파정권 연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라는 가설이다. 이 가설은 어쩌다 머리에 떠오른 공상의 산물이 아니다. 독재 정권 연장에 유용한 수단임이 현실에서 입증된 가설이다. 그 사례가 베네수엘라이다. 마두로 정권이 반정부 시위에 시달릴 때마다 맞불시위로 이들을 막아낸 정부 지지자들이 다름 아닌 복지카드 소지자들이었다. 이미 노무현 정권 시절부터 차베스 혁명에 관심을 갖고 연구해온 현 집권세력이 이같이 유용한 수단을 간과했을 리가 없다고 상정하는 것이 합리적이 아닐까?

세 번째로 안보 국방 외교 관련 정책을 보자. 남북분단이라는 한국 특유의 현실 때문에 이 분야의 핵심문제는 남북관계일 수밖에 없다. ‘강하고 평화로운 대한민국’을 약속하며 임기를 시작한 문대통령은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9.19평양공동선언에도 서명했지만, 2005년 비핵화합의 후 1년 만에 1차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과의 9.19평양공동선언은 그저 선언에 그칠 것으로 생각한 전문가들의 공동선언에 대한 비판은 그 부속 문서인 9.19남북군사분야합의서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실제 실행될 합의문서인데 남한에게 매우 불리한 내용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국민들이 느끼는 안보 불안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북핵 폐기의 가능성은 희박해지는 반면 북의 우리를 겨냥한 미사일 개발 속도는 가속화되고 있는데 우리 군은 국방의 의지가 있는지 의심을 받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간 한반도의 평화를 보장해준 한미동맹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고 있지 않은가. 그 책임으로부터 문대통령은 자유로울 수 없다. 외국 언론으로부터 ‘김정은의 수석대변인’ 소리를 듣게끔 행동했으니까. 혹시 김정은도 “문대통령은 쓸모 있는 바보야(useful idiot)!“라며 파안대소하지 않았는지 누가 알겠는가? ‘국익 우선외교’를 약속했는데 어느 나라 국익인지 국민들이 헷갈리는 정도니까. 이는 대미, 대북 관계의 문제만이 아니다. 대 일본, 대 중국 외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외교의 실패 원인은 국제무대, 특히 4강+북한과의 관계에서, 다시 말해 6자 관계에서 우리 자신의 위치설정(positioning)을 잘못 했기 때문이다. 19세기말 조선의 실패 경험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모양이다.

이렇게 된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2017년 초부터 종북?좌파의 정신적 지주라는 백낙청 교수가 제기한 ‘이면헌법 폐기’주장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그에 따르면 “이면헌법이란 북한이라는 반국가단체와 대치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여 운용되면서 일종의 관습법이 된 국가 관행”을 지칭한다. 여기서 말하는 관행이 다름 아닌 반공과 반북이다. 그러니까 이면헌법 폐기주장은 반공 반북 의식이 남북관계 개선에 장애가 되니, 북한을 ‘반국가단체’ 또는 ‘주적’으로서보다 교류 협력 및 궁극적 재통합의 대상으로 보는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국가보안법 폐지와도 바로 연결된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제시한 이면헌법 폐기 방법이다. 남북 관계의 개선 발전을 통한 국민의식 변화, 즉 심리적 무장해제를 추진하라는 주문이다. 그런데 문대통령의 대북정책 뿐 아니라 공개 발언들도 백낙청 교수의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따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북한 노동당의 지령과 자금을 받아 활동한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 복역 중 전향서를 쓰고 출소한 후 사상전향을 부인하며 교수 생활을 한 신영복 존경발언, 6.25 전범에 해당하는 김원봉 서훈 논란, ‘빨갱이’ 단어 친일 잔재 발언 등이 그 예이다.

지난 2년 5개월간의 문대통령의 정책수행 행적과 언행에 기초해서 그가 만들려는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추론해 보았다. 그 결과는 해상도의 차이가 큰 두 부분의 그림이다. 그가 꿈꾸는 세상으로 가는 길의 윤곽은 비교적 뚜렷하다. 그가 꿈꾸는 세상은 주류 교체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했고, 그가 염두에 둔 주류의 롤 모델은 신영복, 김원봉 등이라는 것과 주류교체의 방법은 그간 문정권의 인사 청문회 과정을 통해서 또 지금 조국 사태에서 경험하고 있는 그대로라는 것이다. 하지만 목적지의 모습에 대해 무엇인가를 말하기에는 단서가 너무 부족하다. 성장이 멈춘 세상이라는 것, 삶의 거의 대부분을 정부가 통제할 것이라는 것 정도를 빼고는.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그 세상이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 한 대한민국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세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문대통령은 취임 선서에서 맹세한 대한민국 헌법을 수호할 의무를 저버린 것이다. 우리는 그가 꿈꾸는 세상으로 우리를 끌고 가는 것을 온 몸으로 막아야 한다.

김우택(한림대 명예교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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