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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칼럼] 공수처법은 정치 사찰과 공무원 장악에 있다

입력 2019-10-2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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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은 검찰과 분리된 별도의 특별 기구를 만들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된 위법사항을 수사하겠다는 것이다. 공수처법은 법원 판사와 검사는 물론 국회의원, 군 장성, 정보기관 등 모든 고위 공무원을 별도로 수사하고 기소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조직과 분리되어 수사 및 영장청구와 기소권을 갖는 특별기구라는 것인데, 도대체 ‘독립성’은 어떻게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인지가 관건이다. 권력으로부터 독립되지 않는 준사법기관이라면 그것은 곧 권력의 특명(特命)기관이 되는 것이다. 공무원에 대한 감찰기구이자 사정기관으로 갈 것이 빤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염원해왔듯, 검찰개혁의 본질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견제할 제도적 방안을 찾는 데 있다. 공무원과 관련된 모든 주요 범죄와 부정부패의 온상은 늘 권력과 그 주변에서 발생해왔지 다른 곳에 있지 않았다. 따라서 검찰개혁이란 곧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검찰이 권력과 그 주변에서 펼쳐지는 범죄를 공정하게 법의 심판대 앞에 세울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었다. 권력과 관련된 부정부패를 수사한 용기 있는 검사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게 만드는 데 있었다. 그런데 문재인정부가 공수처를 설치하자는 취지를 보면 권력에 대한 견제는 없고, 반대로 권력의 뜻에 따라 좌우될 감찰기관을 만드는 데 맞춰져 있다.

무엇보다 공수처는 전문성을 중심으로 운용돼야 할 공무원 조직의 정치적 중립을 유린하게 될 것이다. 공직자의 직권남용, 정치관여, 비밀누설, 직무유기 등을 보겠다는 것인데 하나같이 주관적이고 자의적이 것들이다. 예를 들면 공수처 설치에 찬성을 표하거나 찬성 집회에 참석하는 공무원은 그냥 넘어가자만,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는 공직자는 정치관여와 직권남용 등으로 언제든지 희생시킬 수 있다. 문재인 정권이 추진하는 대북정책을 반대하는 정보기관과 고위 군 인사는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찬성하는 공무원은 수사하거나 기소하지 않는 공수처로 가게 될 것이 너무도 빤하다. 하나같이 직업 공무원 제도를 근본부터 뒤흔드는 것이고, 공무원을 권력의 도구이자 동원 대상으로 몰아가게 되어 있다.

결국 공수처는 정치중립과 전문성의 잣대가 아니라 특정 권력이 지향하는 정치적 잣대에 의거하여 범죄의 경중과 유무죄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다. 검찰의 중립과 독립이 아닌 권력이 원하는 하명(下命)사항과 관심(關心)사항에 따라 사법적용의 기준을 달리하게 된다는 측면에서 공수처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정치사찰 기관이 되는 것이다. 소위 ‘적폐수사’때도 보았듯이, 직업 공무원제가 확립된 현재의 검찰조직에서도 권력이 주문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물불 안 가리는 가혹한 수사로 정치보복에 동원되며 국론분열의 원인이 되어왔다. 직업공무원제가 보장된 검찰도 승진과 보직을 위해 권력의 의도에 따라 수사와 기소권이 좌지우지되는데, 대통령이 임명하고 3년마다 재임용되어야 할 외부에서 온 검사들은 누구보다도 권력에 충성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구조이다.

더 무서운 것은 공수처의 위상이다. 공수처는 헌법의 삼권 분립에 따른 정치권력에 대한 견제 제도를 무너뜨리며 사법부 및 의회와 군 조직 및 정보기관까지 장악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공수처는 대법원장이나 검찰총장과 경찰청장,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및 군참모총장과 정보기관장을 포함한 모든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다. 사법부의 대법관 및 판사와 및 국회의원으로부터 견제를 받아야할 대통령은 오히려 견제기관을 대상으로 특수 감찰조직을 가동시키는 격이다. 지금까지도 청와대는 경찰로 구성되는 특명반을 두고 운영했지만 이제는 수사와 기소권까지 갖춘 사법조직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소신과 전문성은 팽개치고 국민만 보고 가야할 군 장성과 정보기관은 권력의 의도에 맞게 처신해야 하고, 판사들은 판결할 때 공수처 눈치를 봐야하고, 검사들은 수사와 기소를 할 때 권력과 공수처의 눈치를 봐야하는 나라로 가는 것이다.

또한 공수처법은 중복되는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수사에 대해서 공수처가 이첩을 요청하면 각 수사기관은 강제적으로 따르도록 되어있다. 공수처는 모든 사법기관 위의 사법기관으로, 실제적으론 독재를 의미하는 ‘인민 감찰기관’이 되는 것이다.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내걸었던 전 법무장관 조국은 본인 작성 논문에서 ‘인민의 규범’이 법을 대체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던 바 있다. 국가의 법과 ‘인민 규범’을 분리시키고 ‘인민’을 내세우는 것 자체가 좌파 내지 사회주의적 목적에 따라 법집행을 해나갈 별도 특수기구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법치의 확립이 아니라 ‘인민 수사’와 ‘인민 재판’을 만들어낼 수 있는 독재적 사법기관을 지향하는 것이다.

공수처장과 공수처 검사의 임용 방식도 후보추천위원회와 인사위원회를 둔다는 것이데 7명의 후보추천위원회나 인사위원회는 모두 대통령과 국회의장 및 다수당이 다수를 형성하도록 되어 있다. 문재인 정권이 구성하게 될 공수처도 소위 ‘민변’출신의 좌파 변호사로 구성될 것이 빤하다. 청와대 법무팀이나 법무부는 물론, 대검 감찰조직까지 소위 ‘우리법’과 ‘민변’세력이 장악해왔는데, 공수처는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라는 것은 또다시 국민에게 바보가 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검찰개혁을 원하지 않는 국민은 없다. 누구나 알고 있듯, 그 방향은 권력으로부터의 검찰 독립에 있다. 검찰개혁의 엄격한 정치중립 유지와 권력의 전횡을 견제할 수 있는 독립성을 갖는 방향이여야지, 권력 하명기관이자 공무원을 장악할 도구로서의 사찰기관을 만드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공수처법은 폐기돼야 한다. 대신, 권력이 자의적으로 좌우할 수 없는 검찰 인사제도를 확립시킴으로써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성역 없이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당면한 검찰개혁의 과제이다.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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