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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칼럼] 모병제가 징병제보다 훨씬 정의롭다

입력 2019-12-03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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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덕
전용덕 대구대 명예교수(경제학)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지난 달 6일 ’인구절벽’ 때문에 모병제를 총선공약으로 검토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청년들 사이에서 한 때 모병제에 대한 찬반 양론이 뜨거웠다. 자유한국당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인구절벽을 모병제의 근거로 들고 있지만 실상은 청년 일자리 정책이고 바로 그 이유로 총선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여당이 모병제를 위한 재정 대책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야당은 지적했다.

이번 모병제에 대한 논란의 한 가지 특징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좌파 정당이 모병제를 찬성하고 우파 정당이 모병제를 반대했다는 점이다. 사실 정상적이라면 우파 정당이 모병제를 찬성하고 좌파 정당이 반대했어야 한다. 즉 이번 모병제에 대한 논의는 좌우가 바뀐 것이 특징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모병제에 관한 한 우파 정당은 지향점, 즉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없는 것이고 좌파 정당은 표가 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한다는 포퓰리즘 정당이라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민주연구원은 모병제의 필요성에 대해 여러 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첫째, 무엇보다도 인구절벽의 시대에 모병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입영 가능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지면 어떤 방법으로든지 모병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둘째, 모병제 전환이 군가산점으로 인한 역차별 논란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때문이다. 셋째, 남녀 간 갈등 문제도 피할 수 있다. 넷째, 사병을 18만 명 감축하면 GDP(국내총생산)가 16조 5000억 원 상승한다며 경제적 효과도 있다고 연구원은 밝혔다.

모병제 찬성자와 반대자를 막론하고, 모병제에 대한 논의에서 빠져있는 것은 ’징병제가 정의롭지 못한 제도’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징병제는 사병의 인신을 구속하고 약탈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인신, 자유, 재산 등의 보호를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는 점을 우리는 종종 잊고 지낸다. 그것은 마치 공기와 같은 것으로 너무 당연시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병제 논의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징병제에 비해 모병제야말로 정의로운 제도라는 점이다.

그러면 모병제의 경제적 측면을 검토해보자. 병사 1인당 연봉 4000만원을 40만 명 정도에게 지불한다고 하면 그 비용은 16조 원 정도가 예상된다. 정부 1년 예산 500조 원 시대에 16조 원이라는 비용은 그렇게 크지 않다. 하물며, 복지비용으로 1년에 수백 조 원을 쓰는 시대에 사병에게는 한 달에 겨우 몇 십 만 원의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너무 맞지 않는다. 물론 국방비용은 이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국방비용에서 인건비만을 고려할 때 16조 원은 그렇게 큰 돈이 아니라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의무 복무로 청년들이 잃게 되는 손실은 안 보이는 것이지만 존재하는 것이고 그것의 크기는 16조 원을 훨씬 능가할 것이다.

모병제와 징병제의 차이를 만드는 다른 요인을 보기로 한다. 징병제에서 사병은 연간 몇 백만 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노동자이지만 모병제에서 사병은 몇 천 만원이 소요된다. 군대를 지휘하는 입장에서 보면 사병의 가치는 그가 지금 받고 있는 연봉이기 때문에 그런 연봉에 맞는 대우를 하고 각종 지원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그 결과 모병제에 비해 징병제에서 더 많은 사병이 무고하게 희생될 수밖에 없다.

미국은 1960-1970년대 베트남전에서 무기, 참전인원, 전쟁비용 규모 등에서 북베트남을 크게 능가했다. 그러나 미국은 북베트남에게 패했다. 이 때 밀튼 프리드만과 같은 미국의 자유주의자들은 동기부여라는 측면, 정의로운 제도라는 측면 등에서 모병제가 징병제보다 우수하다는 이유를 들어 모병제로 전환할 것을 주장했다. 그리고 그 이후 미국은 모병제를 채택하여 글로벌 전쟁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달 민주연구원이 모병제를 제안했을 때, 우파의 가치를 대변한다고 여겨지는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은 더 진지하게 모병제를 검토하고, 좌파 정당이 제안했다고 무조건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어떤 방법으로든지 모병제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어야 했다. 청년의 표 때문이 아니라 모병제가 징병제보다 훨씬 정의롭기 때문이다.

 

전용덕 대구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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