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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요즘 로열층 따로 있나요"…아파트 층수의 경제학

입력 2020-06-30 07:10 | 신문게재 2020-06-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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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 로열층 투자

우리는 아파트 층수를 이야기 할 때 로열층이란 말을 많이 한다. 로열층의 정의에 대해 정확히 규정된 것은 없지만, 통상적으로 공감하는 범위는 존재한다.

많은 사람들은 아파트 전체층수의 3분의 2 이상에서 꼭대기층을 제외한 층수를 로열층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20층 아파트의 경우 13~19층, 35층 아파트의 경우 20~34층 정도가 여기에 부합하는 기준으로 볼 수 있다.

저층의 경우 사생활 침해 뿐 아니라, 최근 중시되고 있는 일조권과 조망권에서도 불리하다. 또한 꼭대기층은 윗층이 없어, 단열이 불리해 집안에 곰팡이나 결로가 생기기 쉽고 승강기 소음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취향에 따라 1층 등 저층이나 꼭대기층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로열층 대비 프리미엄을 더 주고서라도 로열층을 매입하고자 한다. 이는 실거주 만족도와 투자가치 모두가 고려되기 때문이다.

아파트는 실거주로서 만족도도 중요하지만, 한 가정의 전체 자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투자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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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안전성·유동성·수익성을 투자의 3요소라고 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입지가 좋은 아파트의 경우 펀드나 예금 등 다른 투자자산 대비 안전성과 수익성이 높은 편이다. 다만 유동성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예·적금은 원금손실 없이 언제라도 해지할 수 있고, 주식이나 펀드의 경우도 손실은 있을지언정 원한다면 환매가 비교적 자유롭다. 하지만 부동산은 내가 살고 있는 집을 매도하는 경우, 이사 갈 집 확보와 함께 취득세·양도세·부동산 중개수수료 등 많은 거래비용이 수반된다. 무엇보다 내집을 살 매수자가 존재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향후 매도 계획까지 고려해 유동성이 좋은 로열층을 선호하게 된다. 앞서 언급했듯 로열층이란 대부분 사람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층이고 그만큼 수요층이 두껍다.

결론적으로 로열층은 실거주 만족도가 높고, 시장의 수요가 많아 부동산의 단점인 유동성을 보완할 수 있으며, 최근 투자관점에서 프리미엄이 점차 높아지고 있어 아파트 선택 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 비(非)로열층 틈새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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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로열층은 비로열층 대비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기에 그만큼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또 유동성 면에서 비교우위에 있기에 급매가 잘 나오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부동산시장에서 등장하는 급매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비로열층이 많고 특히 그 중에서도 가장 꺼리는 1층이나 꼭대기층이 많다. 하지만 이런 비로열층은 무조건 기피해야만 할까. 결론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1층의 경우 사생활 침해 가능성 단점이 있지만 어린 자녀들을 둔 가정에서 자유롭게 뛰어 놀게 하기 위해서 그리고 어르신들의 경우 계단 사용의 최소화나 심리적 안정감을 위해 1층을 선호한다.

꼭대기층의 경우도 단열 등 불리한 점은 있지만 층간소음 및 일조권과 조망권에 있어 비교우위가 있기에 선호하는 수요층이 분명 존재한다.

물론 아파트 시장 상황이 보합 혹은 조정장인 경우, 유동성에 있어 분명 비교열위에 있지만 아파트 상승장에서는 비로열층과 로열층의 갭이 많이 줄어드는 현상도 나타난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S아파트를 예로 들어보면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던 2015년 2월 기준 1층이 6억2500만원에, 9층은 7억500만원에 거래됐다. 1층의 경우 로열층대비 89% 수준이다.

하지만 부동산 상승장이였던 2019년 10월, 1층이 15억7600만원에 8층이 15억8000만원에 거래돼 99% 수준으로 로열층과의 갭이 거의 없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최소의 투자비용으로 최대의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장기적 실거주나 투자의 입장에서는 조정장에서 비로열층 급매물을 매입한다면, 초기예산의 부담을 줄이며 저렴한 가격에 진입했다가 상승장에서 로열층과 갭을 줄이며 매도하면서 더 높은 수익률을 얻을 기회가 될 수 있다.


◇ 1층과 꼭대기층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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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건설사의 입장에서 아파트 분양 시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떨어지는 비로열층에 대한 고민은 항상 있어 왔다. 1층이나 꼭대기층 등 비로열층은 청약자가 당첨되더라도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로열층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설계 방안이 검토되며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최근 건설사들은 1충에 테라스 하우스 개념을 도입해 개인정원 및 단독 출입문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추가로 지하층을 둬 영화감상이나 음악활동 등의 취미실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곳도 있다. 실제 이런 발상의 전환을 통해 가장 낮은 분양가로 책정되었던 1층이 최근 로열층보다 높은 분양가와 프리미엄이 형성되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꼭대기층의 펜트하우스 콘셉트는 단열이 되지 않아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춥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옥상 개인정원이나 복층형 공간 제공을 통해 일조권과 조망권 등 장점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 로열층을 제치고 초로열층으로 인정받으며, 최고 분양가로 책정되기도 한다.

현재 트렌드가 더욱 개인화되고 다양성이 존중되며, 남들보다 차별화된 라이프 스타일의 진화가 계속되고 있다. 획일적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었던 아파트 시장에서도 1층과 꼭대기층은 특화 설계를 통해 로열층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남들과 차별화 된 라이프스타일 수요는 점차 증가할 것이며, 건축설계 기술의 발전에 따라 기존의 정형화된 아파트 로열층에 대한 인식이 점차 바뀔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 미래설계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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