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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뱅처럼’…금융권 호칭 파괴 성공할까

입력 2020-11-02 16:00 | 신문게재 2020-11-0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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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각 사)

 


 

가장 보수적인 업권으로 뽑히는 금융권에서 수평적 문화 확산을 위해 직급과 존칭을 생략한 호칭 제도가 확산되고 있다.

이미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핀테크 기업인 토스에서는 호칭 파괴 문화가 자리 잡았지만, 일반 시중은행에서 호칭 파괴 실험이 성공할 것인지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최근 영어 이름을 그룹 포털에 등록 후 사용하라는 공지를 전 계열사에 보냈다. ‘이 과장’이나 ‘박 대리’처럼 이름과 직급으로 부르는 대신 제시카, 피터 등 각자 지은 영어 닉네임으로 서로 호명하라는 것이다.

이에 하나은행은 지난달 30일까지 영어 이름 등록을 완료했고 하나카드는 11월 4일까지, 하나금융투자는 6일까지 등록을 끝낼 계획이다. 본점에서는 상시적으로, 영업점에서는 회의 시, 서로의 영어 이름을 불러야 한다. 대외적으로 필요할 때만 기존 직급과 직함을 쓴다. 하나금융의 회장과 각 계열사 대표들도 영어 이름을 정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그동안 영어 이름으로 ‘정태’의 약자인 ‘JT’를 사용해 왔다. JT는 ‘Joy Together’(함께 즐기자)라는 의미도 있다. 회장실을 ‘Joy Together Room’으로 이름 붙여 소통을 강조하는 것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지성규 하나은행장의 영어 이름은 ‘글로컬(Glocal)’이다. 하나은행 내부에서는 ‘국내외 시장 모두를 잡겠다’는 의미에서 ‘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을 합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외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은 ‘윌리엄’, 이진국 하나금투 사장은 ‘Jin K’로 각각 정했다.

인터넷은행과 핀테크 기업에서는 이미 수평적 호칭이 자리잡았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때부터 영어 이름을 써 왔다. 윤호영 대표는 사내에서 대니얼(Daniel)로 통한다. 간편송금서비스를 운영하는 토스는 대표를 포함한 전 직원이, 케이뱅크는 팀장 이하 전 직원이 ‘님’을 붙여 부르고 있다.

앞서 시중은행에서도 호칭 변화를 시도한 바 있지만, 현재는 유야무야 된 곳이 대다수였다. 씨티은행은 지난 2014년 9월부터 임직원 간 호칭을 ‘님’으로 통일했다. 외국계 은행 특성상 다양한 국적의 직원들이 근무하는 만큼 국적, 성별, 나이 등에 차별을 두지 말자는 뜻에서다. 신한은행은 은행 내 일부 그룹에서 호칭 변화를 시도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8월 경영지원그룹에서 부서장 외 모든 직급을 ‘프로’로 통일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메일이나 업무상에서 쓰이는 호칭은 바뀐대로 표기하긴 하지만 실제로 직원들 간에 부르거나 말할 때는 예전 그대로인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사철이나 연말 연초 수평적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단골 메뉴처럼 나오는 게 ‘호칭 파괴’”라면서 “새로운 시도는 좋지만 어차피 조직 내부의 수직적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다면 또 시도에 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윤 기자 jyoo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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