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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자산가치 결정하는 아파트 선택기준, '향' '로열층' 잇는 키워드 'Bay'

입력 2021-07-14 07:00 | 신문게재 2021-07-1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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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편한세상 영종국제도시 센텀베뉴 98A타입 5Bay
e편한세상 영종국제도시 센텀베뉴 98A타입 5Bay 평면

 

#1.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내 집 마련에 나선 40대 초반의 직장인, 정 모씨. 서울시 불광동에 소재한 H아파트 구입을 위해 부동산을 찾은 정 씨는 매물을 보던 중 같은 단지에 위치한 같은 면적의 집이 다른 집보다 1억원 가까이 더 비싼 것을 발견했다.

자세히 알아보니 더 비싼 집은 단지 내 유사한 면적의 다른 가구와 달리 4Bay 평면이었다. 정 씨는 Bay라는 개념을 잘 몰랐지만 평면설계로 인해 집값에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산가치 상승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 4Bay 구조의 집을 계약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주택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2Bay나 3Bay 평면을 대신해, 최근 수년 간 보편화된 4Bay 평면이 집값 상승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앞 사례에서 언급된 서울시 은평구 소재 ‘북한산 힐스테이트 7차’ 단지의 실거래가를 보면, 4Bay 구조인 110B타입이 올해 5월 12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보다 한달 앞서 거래된 2Bay 평면의 109E타입은 11억5000만원, 올해 3월에 거래된 3Bay 평면의 109A타입은 11억7000만원에 각각 주인이 바뀌었다.

서울시 마포구 ‘래미안웰스트림’ 단지도 유사한 흐름이 관찰된다. 전용면적 114㎡ 타입의 경우, 3Bay와 4Bay 평면 차이에 따라 가격에도 1억8000만원 가량 차이가 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3Bay가 적용된 114B㎡는 지난해 7월 18억4700만원에 실거래 됐고, 4Bay 평면의 114A㎡는 같은 해 9월 20억3000만원에 손바뀜 됐다. Bay가 집값을 더 올렸다는 설명이 가능한 대목이다.

Bay란 건물에서 기둥과 기둥 사이 공간을 말하는데, 아파트에서는 전면 발코니 쪽으로 배치된 방과 거실의 수를 가리킨다. 밖에서 아파트를 볼 때 ‘방-거실-방’이 보이면 3베이이고, ‘방-거실-방-방’처럼 4개의 공간이 드러나면 4베이로 부른다.

1기 신도기 개발이 시작된 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까지 아파트 분양시장에서는 2Bay, 3bay 평면이 대세였다. 용적률과 건폐율에 대한 개념이 거의 없던 시절이었고, 한정된 공간에 더 많은 입주민을 수용하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는 게 통상적인 견해다.

그러나 공급이 늘면서 주택수가 모자라지 않은 상황이 되자 주거품질에 대한 고민이 건설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서 공통적인 화두로 자리잡았다. 채광과 통풍 효율, 이사할 때의 편리함, 공간활용 측면에서 유리한 점이 많은 4Bay 평면 공급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시점이 2010년대 초반이다.

4Bay 평면은 2Bay나 3Bay에 비해 채광과 통풍 효율이 우수하기 때문에 냉난방비 절감에 유리하고 확장 시 서비스 면적이 더 많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한정된 공간을 세분화 함으로써 각 Bay별 공간이 좁아진다는 단점도 있다. 이 때문에 4Bay 평면공급이 시작된 초기에 분양된 일부 아파트는 공간 활용 측면에서 비효율적인 경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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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편한세상 영종국제도시 센텀베뉴 84A타입 4Bay 평면

 

그러나 최근 공급되는 신규 아파트는 이런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해 주거 편의성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드레스룸과 전용 욕실이 겸비된 넉넉한 크기의 안방, 더 넓은 폭의 거실을 적용하면서 나머지 방 2개 사이에 가변형 벽체를 세워 공간을 넓게 쓰거나 분리해서 쓸 수 있도록 하는 경우가 그렇다.

특히 판상형은 베이(bay) 수를 늘리기에도 적합한 평면이다. 획일화된 ‘ㅡ자’ 주동 배치, 단조로운 외관으로 한 때 화려한 외관의 타워형 아파트에 밀린 것도 잠시, 지금은 판상형 아파트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여전한 인기를 얻고 있다. 1990년대 지어진 신도시 아파트처럼 2000년 이전만 하더라도 판상형이 다수를 차지한 주택시장이 2000년대 고급 주상복합의 탄생으로 타워형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주상복합은 주동을 ‘Y, X, ㅁ’자형으로 구성해 좁은 부지에 높게 지을 수 있으며 주로 타워형으로 평면이 설계되었다. 이러한 타워형 아파트는 화려한 외관의 랜드마크가 되기도 하고 당시 진일보된 세련된 주거공간 이미지를 갖췄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주상복합의 인기가 이전만 못하고 실수요자 위주의 시장이 형성되자 판상형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4베이 등 신(新)평면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좌우하는 경우가 늘면서 개발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예컨대 DL이앤씨가 소비자 니즈를 분석하여 내놓은 주거 플랫폼 ‘C2하우스’는 DL이앤씨만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4Bay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Bay별 공간구성을 입주자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단점 자체를 상품 경쟁력으로 승화시켰다. C2하우스는 현대인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집에 투영시킬 수 있도록 기존의 내력벽 구조를 최소화하고 가변형 벽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입주민의 기호와 취향에 맞춰 집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한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집의 역할이 단순히 머무는 공간을 넘어 다목적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는 요즘 트렌드에 C2하우스는 최적화된 플랫폼이라는 평가다.

국내 주요 건설사들 역시 소비자 니즈를 잘 알고 있는 만큼 4Bay 평면의 진화와 함께 5Bay, 5.5Bay, 6Bay 평면구조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나아가 아파트 전면에만 머물렀던 개방구조를 2면 이상으로 늘려, 더 높은 채광·통풍 효율을 노리는 평면 역시 등장빈도가 잦아지고 있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분양시장에서 4베이를 비롯한 신(新)평면 구조는 분양 성패를 가늠하는 잣대로 떠오른 지 오래”라며 “집의 개념이 달라지면서 아파트에서의 ‘Bay’는 기존의 ‘향’이나 ‘로얄층’처럼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자리잡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편화된 4Bay 평면이나 향후 본격적으로 공급될 5~6Bay 평면 중 본인에게 유리한 구조가 어떤 것인지를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채훈식 기자 ch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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