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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칼럼] 아이 틱 장애 치료 위한 첫걸음, ‘감정에 대한 이해’

입력 2023-05-30 07:00 | 신문게재 2023-05-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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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소아한의원 목동점 이종훈 원장
이종훈 함소아한의원 목동점 원장

틱 장애 아이들을 치료하다 보면 아이들이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분노, 흥분, 긴장, 걱정, 불안, 공포, 우울, 슬픔 등과 같은 수많은 감정들을 어른과 똑같이 느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아이들의 성향과 감정, 표현 방식 등은 어른들과 분명히 다른 점이 몇 가지 있다.


먼저 아이들은 성인과 달리 스스로를 지킬 수 없는 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무서움, 즉 공포의 감정이 기본적으로 성인보다 강하다. 아이들은 특정 상황, 예를 들면 ‘천둥소리’나 ‘기계음’ 같은 크고 강력한 소음에 두려움을 느끼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아이들은 대체로 슬픔, 우울 같은 음적인 감정들이 적고 기분이 좋을 때는 흥분을, 기분이 나쁠 때는 화나 짜증 같은 양적인 감정들을 더 많이 나타낸다. 한의학에는 ‘순양지체(순수한 양기 덩어리)’라는 말이 있는데, 바로 아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TED의 강의에 따르면, 아이들은 하루에 무려 400번의 미소를 짓는다고 한다. 그만큼 아이들은 명랑하고 쾌활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존재다. 어른들에 비해 ‘나는 우울해요’라고 얘기하는 아이들은 정말 드물다.

타고난 유전적인 소인에 따른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동일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어떤 사람은 화를 내고 어떤 사람은 억울해하며 긴장하거나 우울해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직 그런 학습이 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타고난 DNA에 따른 감정이 더 솔직하게 드러난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은 스스로 어떤 감정을 느끼더라도 그것을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다. 스스로를 제3자의 시선으로 돌아볼 수 있는 메타인지가 어려워 자기 마음을 모를 때가 훨씬 많다. 그래서 스스로 제대로 표현해낼 수 없는 감정을 잘 살펴본 뒤 아이들이 현재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알려주고 그 감정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설명해 줘야 한다.

틱 장애 치료에 많이 쓰이는 ‘억간산’은 ‘간(肝)’을 억제하는 처방이라는 뜻이다. 간은 한의학에서 화나 분노의 감정을 주관하는 장부다. 따라서 억간산은 기본적으로 화나 분노, 짜증 같은 감정들이 과할 때 쓰는 처방으로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음적인 감정이 우세이거나 양적인 감정과 음적인 감정이 비슷한 비율로 발현되는 사례도 꽤 있다. 이럴 때는 기본 처방만으로는 치료가 될 수 없다. 어떤 특정 감정이 지나치게 폭주한다면 그런 감정들을 적절히 제어할 수 있는 1:1 맞춤 처방이 반드시 필요하다. 틱 치료 시 아이들의 감정을 세심하게 잘 살펴서 치료하는 디테일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이종훈 함소아한의원 목동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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