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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작소]추석에 보는 '색다른 가족영화' 3편...'어른의 부재 그리고 어른같은 아이'

비대면 한가위,뻔한 영화 말고 '우리들','남매의 여름밤','담보'가 주는 색다른 감동 눈길

입력 2020-10-0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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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이들의 시각으로 ‘어른들의 부재’를 다양하게 풀어낸 영화들이 극장가를 장식하고 있다.(사진제공=각 배급사)

 

올해 한가위 풍경은 예년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코로나19 재확산 위험 때문에 정부는 ‘명절 대이동’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가족과 친구 간 왕래는 줄고 모든 관계가 언택트화되는 요즘 가장 걱정되는 세대는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은 세상’을 살아야 하는 어린이들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몇년 간 극장가는 다양한 방식으로 어른의 부재와 어른보다 더 어른 같은 아이들 그리고 새로운 대안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독립영화지만 관객들의 사랑을 듬뿍받은 ‘우리들’, 해외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고 있는 ‘남매의 여름밤’, CJ엔터테인먼트가 추석을 겨냥해 야심차게 내놓은 ‘담보’가 그 주인공이다.

 

 

◇“이것은 초딩의 영화가 아니다, 바로 우리 이야기” 영화 ‘우리들’(2016)

우리들
또래의 우정과 실감나는 소재로 실제 초등학교 4학년 2학기 국어 교과서에도 실린 영화 ‘우리들’.(사진제공= 엣나인필름, 필라멘트 픽쳐스)

일단 이 영화, 시사회 직후 난리가 났다. 표면적으로 스토리는 간단하다. 귀여운 아이에서 이제 막 소녀로 넘어가는 초등학교 4학년 두 소녀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매신에 담겨있는 감정들은 관객들의 추억을 소환할 만큼 높은 공감도를 자아낸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단순히 ‘딸 혹은 여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성별을 남자로 바꿔도 이들이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호감과 질투, 화해는 충분히 교집합으로 상쇄된다.

우리는 안다. 어린아이들일수록 순수함이라 불리는 그 고결한 감정 속에 잔인함이란 송곳이 감줘쳐졌다는 것을.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반 아이들끼리 팀을 이뤄 스포츠를 할 때 주인공 선(최수인)은 가장 마지막에 선택된다. 그마저도 바로 아웃되는 이유는 학급에서 가장 인기없는 ‘은따’에 가까운 존재기 때문이다.

전학생 혜인(지아)는 그 사실을 모른 채 선과 친해지고 두 사람은 최고의 여름방학을 보낸다. 균열은 이제 전학생이 아닌, 전교생에 흡수된 혜인이 다른 아이들과 친해지면서 시작된다. 선이는 평소처럼 혜인을 대하지만 두 사람의 우정은 예전같지 않다.

영화는 보호자 혹은 관찰자로서의 어른의 시각을 배제한 채 ‘아이들의 성장통’에 집중한다. 동심인가 싶지만 깊고 어른스러운 감정이 훅 치고 들어오는 장면이 한 두 컷이 아니다. 당시 ‘무서운 신예’였던 윤가은 감독은 이 영화로 세계가 주목하는 연출자로 떠올랐다. 윤 감독은 차기작인 ‘우리집’을 찍으며 ‘우리들’과의 연결고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화자가 아이인 영화를 찍는 이유는 내가 아이 때 못했던 이야기를 성인이 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 같아서다. 앞으로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린이들의 실질적인 고민이 담긴 영화를 하고 싶다.”

 

 

 

◇“어른들은 우리의 고민을 거들 뿐?” 영화 ‘남매의 여름밤’(2020)

그린나래미디어(주)
영화 ‘남매의 여름밤’의 공식 포스터.(사진제공=그린나래미디어(주))

지난 8월 20일 개봉해 지금까지도 흥행숭항 중인 ‘남매의 여름밤’ 역시 여름 방학 동안 아빠를 따라 할아버지 집에서 지내게 된 남매 옥주와 동주가 겪는 가족의 이야기다.


북미의 대표적인 아시아 영화 축제인 제19회 뉴욕아시안영화제에서 최우수 장편 영화상을 수상하며 한국영화의 위상을 높였으며 부산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무주산골영화제 등 국내 영화제 수상과 극찬을 이끌어내고 있다.

기울어진 집안 형편으로 할아버지네로 들어오는 남매의 롱샷으로 시작되는 이 영화에는 아빠와 고모, 즉 ‘또다른 남매’가 나온다.

제목의 ‘남매’는 옥주와 동주를 뜻하는 동시에 어른이 된 남매의 쉽지 않는 현실을 대변한다.

할아버지네 이층집은 아버지와 고모가 유년 시절을 보낸 곳이자 할아버지의 유일한 안식처다. 그곳에서 다섯 식구는 간만에 만난 반가움과 몸이 불편한 할아버지에 대한 걱정, 불편함을 동시에 느낀다.

극적인 사건은 없지만 옥주와 동주의 엄마는 아빠와 헤어진 상태로 나온다. 잠시 들른줄 알았던 고모 또한 곧 이혼을 앞둔 것 같은 뉘앙스다. 극중 대사가 거의 없는 할아버지는 그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하지만 부모가 집을 나온 자식의 사연을 모를 리 없다.

‘남매의 여름밤’은 바로 그런 어른들의 사연보다 그 불안함에 발을 딛고 자신만의 고민과 인생을 사는 어린 두 남매의 일상을 다룬다. 윤단비 감독은 사춘기에 들어선 옥주의 섬세한 감정 묘사와 어른들의 고민을 교차시키며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인생의 진리를 완성해냈다.

 

 

 

◇“이런 가족은 영화에서나…” 영화 ‘담보’

담보
지난달 29일 개봉,관객 수 1위를 달리고 있는 영화 ‘담보’.(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한국 영화계에 ‘가족’이란 주제로 이 정도 성공한 제작사는 보기 드물다. JK필름은 ‘국제시장’ ‘하모니’ ‘히말라야’ 등 다양한 상황 속에서 꽃피는 가족애를 전면적으로 다뤄왔다.


그렇다고 ‘담보’를 무작정 울 생각으로 보면 안된다. 영화는 툭 치기만 해도 불평을 해(댈 것 같은)대는 성동일 특유의 생활연기, 외모와 전혀 상반되는 따스함을 지닌 김희원을 내세운 투톱 영화다.

극 중 두 남자 사이에서 ‘다음에 보물’이 될 거라고 굳게 믿는 어린 승이는 사실상 돈 70만원에 담보(?)로 잡힌 비운의 인물이다.

조선족인 엄마가 돈을 갚지 않자 경찰에 신고할 수 없다는 특수상황(?)을 겨냥해 하루만 데려온 아이다.

영화는 그렇게 하루이틀만 있을 것 같은 승이를 졸지에 입양까지 한 사채업자 두식(성동일)의 개과천선기에 가깝다. 영화의 중반부는 아이를 착취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나쁜 어른들’이 3종 세트로 나온다.

큰아버지라는 사람은 승이를 동네 술집 작부에게 판다. 고작 9살인 아이에게 온갖 청소와 악행을 일삼는 마담은 물어 물어 찾아온 두식에게 채 12시간이 지나지 않아 400만원이라는 ‘몸값’을 요구한다. 아이에게 유리컵을 던지고 가지고 있는 가방을 노리는 동네 깡패도 등장한다.

매사에 여리고 착한 종배(김희원)조차 승이의 학업을 위해 입양을 고민하는 두식을 말리지만 ‘담보’는 그렇게 ‘키다리 아저씨’의 한국버전으로 제 몫을 충실히 한다.

피 한 방울 안 섞인 세 사람이 보여주는 ‘가족애’는 솔직히 사실적이지 않다. 하지만 이런 관계도 지구상 어딘가에 있어야 살아갈 맛이 나는 법이라고, ‘담보’는 따스한 온기로 관객들을 품에 안는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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