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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황혼을 황홀하게"… '꽃할배 4인방' 박인환·신구·임현식·윤덕용

[Pair Play 인터뷰] 영화 '비밥바룰라' 배우 박인환, 신구, 임현식, 윤덕용
원로배우 4명이 전하는 할아버지의 유쾌하고 따뜻한 삶
박인환 "점점 줄어드는 우리의 무대, 이 영화를 만난 건 행운"

입력 2018-01-24 07:00 | 신문게재 2018-01-2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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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드라마나 영화에서 특정 계층을 묘사하는 캐릭터를 제외하면 할아버지를 보기 힘들어졌다. 자식과 손자를 돌보는 할머니는 있지만 할아버지는 없다. 그런 가운데 이 시대 할아버지가 주인공인 영화 ‘비밥바룰라’가 24일 개봉한다. 영화는 암 선고를 받은 영환(박인환 72)이 오랜 친구 순호(신구 81)·현식(임현식 72)·덕기(윤덕용 75)와 함께 가슴 속에 담아 둔 일을 하나씩 실행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에는 할아버지의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이 더러 나온다. 극중 영환은 같이 사는 며느리를 돕기 위해 빨래를 한다. 하지만 색 구분 없이 빨래를 한 탓에 하얀 와이셔츠가 파랗게 물 들어 버렸다. 며느리는 화가 나지만 차마 표현을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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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밥바룰라'. (사진제공=영화사 김치)

영환이 같이 사는 아들 내외에 짐이 되는 것이 싫어 따로 독립을 선언하자 아들과 며느리는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발언에 당황하며 “어디 섭섭한 게 있으셨냐”고 무릎을 꿇는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박인환은 그런 부분이 현실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할머니는 집에서 손자를 돌보거나 집안일 등 하는 일이 있어요. 그런데 할아버지는 청소를 하는 것도 아니고 애도 돌보지 않으니 천덕꾸러기 신세죠. 그러니 나가서 놀다가 저녁에 오라고 하잖아요(웃음). 할아버지의 쓰임새가 없어지니 자연스레 작품에서 보기 힘들어졌죠.”

곁에 있던 신구 역시 동의를 표했다. “우리 젊었을 때만 해도 남자 작가들이 많아 그들이 쓰는 시대극, 정통 사극이 많았다. 우리 같은 배우들이 할 역할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양반들이 지금은 다 죽었다”고 회상했다.  

 

자극적인 작품이 범람하는 극장가에서 ‘비밥바룰라’가 가지는 의미는 크다. 가장 특별한 것은 그동안 중심에서 밀려났던 노인들이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더불어 편하게 볼 수 있는 따뜻한 작품으로 가족관객의 선택 폭을 넓혀준다. 박인환은 ‘범죄도시’에서 받은 충격을 설명하며 오늘날 영화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솔직히 ‘범죄도시’를 보고 충격받았어요. 도끼로 팔을 자르고 싸우고… 물론 경찰이 이기는 스토리지만 사람들이 너무 자극적인 영화만 즐겨보는 것 같아 걱정이 됐죠. 이제는 좀 따뜻하고 가족을 생각하는 영화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나이가 들어선지 ‘비밥바룰라’처럼 편안하고 따뜻한 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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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밥바룰라'. (사진제공=영화사 김치)


젊은 남자 배우를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들이 대부분인 극장가, 노배우들의 설 자리가 줄어든 상황에서 ‘비밥바룰라’에 출연한, 게다가 작은 역할이 아닌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데 대해 박인환은 ‘행운’이라고 표현했다. 임현식도 노인 영화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며 앞으로도 이런 작품이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우리나라에서 할아버지 네 명이 나와 연기하는 작품은 처음 아니에요?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소탈하게, 재미있는 내용이 많이 담긴 것 같아요. 한 관계자 말로는 100만 관객이 들면 이런 시나리오가 많이 발굴된다고 하더라고요. 돈벌이도 좋지만 때로는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하면 좋겠어요.” 

 

배우들에게 나이를 먹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박인환은 과거 연극 무대에서 오래 고생을 했다는 말 끝에 “지금이 좋다”고 속내를 밝혔다. 임현식은 스스로를 ‘노인 클럽’으로 규정짓는 걸 거부했다. 그만큼 젊게 산다는 의미다. 신구는 “(나이가 들면서) 배우로서 장단점이 명확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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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밥바룰라'. 왼쪽부터 박인환, 신구, 임현식, 윤덕용(사진=추영욱 인턴기자 yywk@viva100.com)

“나이가 들수록 맡을 수 있는 역은 점점 줄 수밖에 없어요. 반면 그 덕분에 내공이라는 것이 쌓이죠. 어느 것이 좋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각각 장단점이 있죠. 아마 젊은 시절부터 주인공만 하던 친구들이 나이가 들면 이 부분에 대해 더 고민을 할 것 같아요.”

제목 ‘비밥바룰라’는 극 중 현식이 부르는 노래 가사다. 그는 친구들의 성화에 못 이기는 척 그러다 곧 신나게 ‘비밥바룰라’ 노래를 부르며 영화에 흥겨움을 더한다. 캐릭터는 각 배우의 실제 성격이 반영됐다. 그래서 모든 상황과 설정이 더욱 친숙하게 다가온다. 

 

‘비밥바룰라’에 대해 임현식은 “청소년 시절 즐겨 듣던 노래인데 영화에선 우리의 주제곡과 마찬가지다. 그걸 어떻게든 재미있게 만들려고 노력했다”며 “최소한의 것을 가지고 그럴싸하게 만드는 것. 그게 배우들의 운명 아니겠나”며 웃었다.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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