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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r Paly 인터뷰]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사내 윤석원·김바다, 뮤지컬 ‘무한동력’으로 한무대에! “멈추지 말아요”

주호민 작가 동명 웹툰을 바탕으로 한 김동연 연출, 이지혜 음악감독의 '무한동력'
취준생 장선재 김바다·오종혁, 공무원 준비생 진기한 안지환·임철수, 고3 수험생 수자 박란주·정소리, 수자의 아빠이자 하숙집 주인이며 발명가인 한원식윤석원·김태한 출연

입력 2018-04-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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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무한동력’ 한원식 역의 윤석원(왼쪽)과 장선재 김바다(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이렇게 평범한 역할은 처음 맡아 봐요. 제 스스로 신선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그래요.”

 

‘트레인스포팅’ 식보이, ‘오펀스’의 필립, ‘히스토리 보이즈’의 크라우더, ‘카라마조프’의 스메르, ‘B클래스’ 이환 등 범상치 않은 역할을 주로 연기했던 김바다는 뮤지컬 ‘무한동력’(4월 24~7월 1일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의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 장선재로 무대에 오르는 데 대한 기대로 말문을 열었다. 

 

“캐스팅 때문에 미팅을 가면 유독 범죄자 상이다, 사연을 가지고 있다 등의 평을 많이 들었어요. 평범함과는 거리가 있는 역할을 주로 했었죠. (스물일곱) 선재는 대한민국 표준 청년이고 그 나이 또래 사람들 대부분이 공감하는 인물이잖아요. 기대가 되면서도 어렵고 고민도 많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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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무한동력’ 장선재 김바다(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뮤지컬 ‘무한동력’은 연재 10주년을 맞은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어쩌면 해피엔딩’ ‘신과함께-저승편’ ‘프라이드’ ‘난쟁이들’ 등의 김동연 연출, ‘더 데빌’ 등의 이지혜 음악감독이 넘버를 꾸렸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서성이는 취준생 장선재(김바다·오종혁, 이하 인터뷰 배우·가나다 순), 공무원 준비생 진기한(안지환·임철수), 고3 수험생 수자(박란주·정소리), 수자의 아빠이자 하숙집 주인이며 발명가인 한원식(윤석원·김태한) 등의 이야기다.

 

“저는 배우도 여러 직업들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유별나거나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고민하는 방향이 다르긴 하더라고요. ‘무한동력’을 준비하면서 제가 또래 친구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구나를 느꼈어요. 원래도 배우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지만 좀더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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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무한동력’ 한원식 역의 윤석원(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지금 우리,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


“처음 ‘무한동력’이라는 작품을 읽었을 때 되게 아프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 겪고 있는 상황들이니까요. 어떻게 표현해야지 계획하기 보다는 좀더 리얼하게, 쇼적으로 보여주기 보다는 공감할 수 있게 훨씬 더 평범하게 아무 것도 안해야겠다 생각했어요.”

20년째 연료 공급 없이도 에너지를 만들어 인류를 구할 ‘무한동력기관’을 연구하고 있는 철물점 주인 한원식 역의 윤석원은 작품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한원식이라는 캐릭터도 특이해보일 수도 있지만 아인슈타인같은 천재도 아니고 그냥 기계를 좋아하는 옆집 아저씨예요. 그 사람 행동이 돈키호테 같으니 좀 특이해보일 뿐이죠. ‘무한동력기관’을 완성하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사는 사람이에요. 뭘 더 표현해야겠다기 보다 대본에 주어진대로 진정성있게 표현하자 생각했어요.”

 

다들 먹고 살겠다고 아등바등하는 시대에 꿈을 좇는 원식에 대해 ‘그냥 기계 좋아하는 옆집 아저씨’라고 표현한 윤석원은 “아무리 달동네지만 철물점과 하숙집 주인이니 많은 돈을 벌지는 않아도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뮤지컬배우 김바다 인터뷰
뮤지컬 ‘무한동력’ 장선재 김바다(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마치 영화 ‘백투더퓨처’ 속 과학자처럼 생각할 수도 있는데 대본을 보면 그렇지 않거든요. 원식도 그렇고 선재도 그렇고 뭔가 더 안해야 더 아프고 공감이 갈 것 같아요.”

원작자 주호민 작가조차 “10년 전 키워드가 지금에 맞을까, 먹고 살아야하는데 꿈만 쫓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고 알려진 ‘무한동력’에 대해 윤석원은 “지극히 현실의 상황 같다”고 단언했다. 

 

뮤지컬배우 윤삭원.김바다 인터뷰10
뮤지컬 ‘무한동력’ 한원식 역의 윤석원(왼쪽)과 장선재 김바다(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10년이 흘렀어도 변한 건 없어요. 청년들은 여전히 힘들고 없는 사람들은 더 힘들고 나아진 게 없는 현실이죠. 그래서 공감할 수 없는 내용은 아닌 것 같아요.”

이어 “오히려 더 공감이 간다”고 덧붙인 윤석원의 말에 김바다는 “저도 지금은 (윤석원) 형이랑 같은 생각인데 처음엔 좀 달랐다”고 말을 보탰다.



◇긍정을 강요하는 사회 “못하면 좀 안돼?”

“요즘 친구들과 종종 나누는 얘기 중 하나가 왜 그렇게 긍정을 강요하냐는 거예요. 꿈을 이뤄야 한다, 뭔가를 해야한다고 성과를 강요받는 느낌이거든요. 못하면 좀 안돼? 싶기도 하고.”

이렇게 반문한 김바다는 “이 작품을 만나면서 10년 전이랑 달라지지 않은 현실에 상처 받지 않으려고 저 스스로 무한동력을 더 안믿게 됐다는 걸 깨달았다”고 털어놓았다. 

 

“방어막을 치는 거죠. 상처받지 않으려고. 무한동력을 더 안믿는 척 하는 걸로 상처 받지 않으려고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형님같은 생각으로 돌아오는 데 시간이 좀 걸렸어요. (김동연) 연출님께 질문도 많이 드렸죠.”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은 이미 옛말이 돼버렸다. 김바다의 표현처럼 “아프면 병원에 가라가 말이 되는 시대”다. 그런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무한동력을 믿어야 한다고 얘기하는 건 폭력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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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무한동력’ 한원식 역의 윤석원(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할 수 있어’가 아니라 ‘생각해봐, 멈추지 않아도 돼’라고 얘기하고 싶었어요. 무조건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라고 하는 건 폭력일 수도 있잖아요.”

김바다의 말에 윤석원은 “이번 ‘무한동력’의 테마는 ‘죽기 직전에 못 먹은 밥이 생각나겠는가, 못 이룬 꿈이 생각나겠는가?’다. 하지만 강요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저마다의 선택”이라고 부연했다.


◇숨을 쉴 수 있게 하는 윤석원, 영감을 불어넣는 김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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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무한동력’ 장선재 김바다(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바다한테 많이 배우고 있어요. 작전을 잘 짠 상태에서 작전을 생각하지 않고 연기해야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연습 초반에 작전이 덜 짜여진 상태에서 바다랑 호흡을 맞췄는데 이 친구가 작전을 짜게 만들어주더라고요. 상대로 하여금 상상력을 발휘하게 하는, 진짜 좋은 배우죠.” 


김바다에 대해 극찬한 윤석원은 ‘기계에게’라는 넘버를 부르고 나서 “죽기 직전에 못 먹은 밥이 생각나겠는가, 못 이룬 꿈이 생각나겠는가?”라는 대사를 던지는 장면을 예로 들었다. 

 

“그렇게 물었을 때 이 친구(선재)가 ‘밥이요’라고 답해요. 그런데 대답을 하는 눈을 쳐다보면 밥이 아닌 것 같아요. 입은 밥이라고 하고 있지만 눈은 밥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거든요.”

윤석원의 말에 김바다는 “이런 게 흥미롭다. 같은 장면을 연습할 때 저는 형(윤석원)을 계속 보는데 원식은 선재를 안본다”며 “질문도 저(선재)한테 하지만 넋두리 하듯이 얘기를 하다가 제가 대답을 하면 그때야 본다”고 부연했다.

“그 장면에서 형에게 밥이라고 대답하면서 느꼈어요. 선재가 무한동력, 무한동력, 무한동력? 하는 걸요. 마침표, 마침표에서 물음표로 넘어가는 순간이 여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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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무한동력’ 한원식 역의 윤석원(왼쪽)과 장선재 김바다(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그렇게 영감을 주고 받는 두 사람은 시인 백석과 자야의 사연을 시적으로 풀어낸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사내로 번갈아 무대에 올랐다. 그때나 처음으로 한 무대에 오를 ‘무한동력’ 연습실에서는 윤석원은 김바다에게 숨을 쉴 수 있게 하는 사람이다.

“대학로 배우들 사이에 형 팬들이 많아요. 형이랑 같이 작품한다고 하면 제일 처음 하는 말이 ‘좋겠다’예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정적인 작품이에요. 서정적이고 시적이고 은유적이고 무채색죠. 자야와 백석의 깊고 진지한 얘기를 고민하는 동안 전 형님 때문에 숨을 쉬었거든요. 지금도 그래요.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죠.”


◇윤석원의 ‘멈추지 말아요’와 김바다의 ‘아저씨는 진짜 이게 돌아갈 거라고 믿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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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무한동력’ 한원식 역의 윤석원(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저는 ‘멈추지 말아요’라는 곡이 너무 좋아요. 테이블 리딩을 하면서 눈물이 나왔어요. 짜임새나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이 음악만으로도 좋은 극 같아요.”

가장 좋아하는 넘버로 ‘멈추지 말아요’를 꼽은 윤석원은 “대본을 보면서 인문학에 기초한 작품 같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원식은 반드시 무한동력기관을 돌아가게 할 생각이 없어요. 하는 게 중요하지 성공이 중요한 게 아닌 것 같거든요. 인생에 빗대면 살아가는 게 중요하지 뭐가 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계속 느끼고 있죠.”

 

뮤지컬배우 윤삭원.김바다 인터뷰3
뮤지컬 ‘무한동력’ 한원식 역의 윤석원(왼쪽)과 장선재 김바다(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윤석원의 말에 김바다는 “저도 되게 좋아하는 넘버”라며 “저는 기계를 보면서 ‘아저씨는 진짜 이게 돌아갈 거라고 믿었을까’라는 혼잣말 대사가 요즘 자꾸 걸린다”고 털어놓았다.

“선재는 저랑은 다르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그 대사를 보면서 선재도 저랑 비슷하구나 했어요. 저도 무한동력이 뭐라고 싶거든요. 무한동력 이론이 실제로 있고 실패했다는 평도 있는데 63차나 실험을 하면서 의심을 안했을까 했는데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형 말처럼 무언가를 이뤄서가 아니라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멈추지 말아요’가 너무 좋아요.”

결국 두 사람은 “진심을 다 할테니, 뭔가 이루거나 성공하지 않아도 좋으니 멈추지 말라”고 한 목소리로 외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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