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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9살 상처 감싸주듯…외로운 존재에 父情 일깨우고파"

[인터뷰] 22년 만에 후속작 <가시고기 우리 아빠> 낸 조창인 작가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느껴보세요”

입력 2022-04-05 07:05 | 신문게재 2022-04-0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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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고기>는 지난 2000년 교보문고에서 연속 42주 판매 1위를 기록했던 조창인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이다. 조 작가가 최근 후속작으로 <가시고기 우리 아빠>를 출간해 화제다. <가시고기>에서 아홉살이었던 주인공 다움이는 어느 새 스물 아홉의 청년이 되었다. 아버지를 향한 다움이의 그리움은 그동안 원망으로 바뀌었고 그 탓에 그는 냉담하게 세상을 살아가지만 귀국해 아버지의 사랑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된다는 따뜻한 이야기다. 조창인 작가를 만나 새 작품의 의미와 집필의 뒷이야기들을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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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가시고기>에 이어 22년만에 내놓은 후속작 <가시고기 우리 아빠>를 통해 조창인 작가는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을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 20년 후의 뒷이야기를 쓴 특별한 이유는 무엇인지요.


“후속작에 대한 독자들의 요청이 많았습니다. 작가의 책무로 여겼지만 구체적으로 계획하진 않았습니다. 후기에도 밝혔듯이 제 아들이 주인공 다움이와 같은 나이입니다. 아들이 스물아홉 살이 되더니, 자신의 삶이 과거와 미래의 분기점에 도달한 듯하다고 고백했습니다. 불쑥 가시고기의 다움이는 어떻게 성장했을까 하는 생각에 미쳤습니다. 다움이가 겪었을 아픔과 인내의 세월을 돌아보며, 다움이의 미래를 격려하고 싶었습니다. 더불어 새로운 문턱을 넘어설 제 아들을 응원하는 심정으로 집필을 시작했습니다.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코로나’입니다. <가시고기>가 나왔을 때는 IMF 외환위기로 가장들이 힘들었을 때였습니다. 아버지들이 그 책으로 위로를 받았지요. 아버지의 사랑이 사회 전반적으로 다시 인식되는 역할을 했다고 할까요. 요즘 코로나로 아버지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가 고통을 받고 있죠. 경제적으로도 어렵고 정서적으로도 단절되는 모습을 보면서,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을 느낀다면 힘이 될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입체북 png

 



- <가시고기>가 300만 부나 팔린 베스트셀러였으니 후속작 부담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부담이었죠. <가시고기>가 많은 독자에게 감동으로 남아 있다 보니, 자칫 뒷이야기가 그 여운을 무너뜨리면 어쩌나 하는 우려였습니다. 사실 <가시고기>에서 독자들을 지나치게 가슴 아프게 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에는 가능한 담담하게, 따뜻하게 전개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감동을 조율하기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더불어 스물아홉 살 청년의 시각이다 보니 요즘 청년들의 심리를 그려내는 것도 어려웠어요. 조금은 개인주의적이고 타인과의 경계를 정확히 하는 게 요즘 젊은이들의 성향이잖아요? 그러나 사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고, 그 안에서 위로받고 사랑받기를 원하거든요. 그게 행복의 근원이기도 하고요. 혼자의 성에서 행복한 사람은 없어요. 그게 이 소설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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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인 작가는 주로 가족에 관한 주제로 글을 써 왔다. 그는 가족이 유일하게 사람들에게 아낌없는 사랑과 지지를 주는 곳이라며, 가족이야말로 삶의 원천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 작가님 작품은 유독 가족과 관련한 주제가 많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저는 사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와 단둘이 살아왔습니다. 아버지의 사랑을 경험한 적이 없어요. 가족도 단출하고요. 가족의 따뜻한 사랑을 잘 모릅니다. 게다가 여행을 좋아하고, 작품 구상이 잘 안 되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는 성향입니다. 정상적인 가정을 이루고 살기 힘든 사람이었죠. 이런 제가 아내를 만나 가정을 이루고, 아들을 낳고 보니 가정은 가장 따뜻하고 안정감을 주는 곳이더라고요. 우리는 모두 공동체를 이루고 어딘가에 속하면서 살아오잖아요. 가족만이 아낌없이 사랑과 지지를 주는 곳이고, 힘을 얻는 곳이죠. 그리고 그 사랑의 힘으로 세상에 나가 살게 되거든요. 가족은 개인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힘의 원천인 것이고. 그것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 그 동안 사회 문화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가족의 형태와 개념도 달라지고 비혼주의와 저출산이 많아졌습니다. 이번 소설은 지금 이 시대에 어떤 메시지를 주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맞습니다. 이젠 가족 형태도 옛날과 많이 달라졌어요. 대가족도 없어지고, 핵가족을 넘어 일인가구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자녀 수도 적어지고, 자녀 없는 가정도 많지요. 부모의 양육 태도도 많이 다릅니다. 예전에는 무조건적인 헌신과 희생이 부모의 모습이었다면 지금은 부모와 자녀 간의 경계가 좀 더 확실해지는 모습이더라고요.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어요. 바로 ‘본질’이죠.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다 주고 싶은 부모의 사랑입니다. 목숨까지도요. 그걸 알게 되는 건 자식에게도 축복이에요. 자식은 부모의 사랑을 통해 혼자가 아니라는 걸 깨닫습니다. 자신이 세상에서 혼자 치열하게 싸워야 할 외로운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알기만 해도 삶은 달라집니다. 부모만이 아닙니다. 사실은 자신이 살아오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손이 내 어깨에 얹어져 있었다는 걸 안다면 힘이 날 겁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도움과 응원이 필요하거든요. 점점 혼자인 듯 살아가는 시대에 지지와 응원을 주는 것, 그게 제가 이 책에서 주고 싶은 메시지입니다.”



- <가시고기>는 동화와 만화로 출간되었고, 일본 중국 등 해외 여러 나라 언어로도 번역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드라마와 연극으로도 올려졌고요. 후속작은 어떤 콘텐츠를 예상하고 계신지요.


“<가시고기>는 참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다양한 장르로 소개되기도 했어요. 가슴 아픈 결말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기는 하지만 좀 아프지요. 아이에게 아빠의 죽음을 알리지 못하고, 아빠 없는 이후의 삶을 잘 살게 하고 싶어 차갑게 아이를 내치는 장면은, 쓰면서도 마음이 아팠어요. 이번 <가시고기 우리 아빠>는 그 상처를 감싸주는 결말입니다. 그래서 <가시고기>와 후속작인 <가시고기 우리 아빠>를 하나의 테마로 연결하면 완성된 드라마로 표현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출간 후 독자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혹시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 있다면?


“작가로서 나쁜 영향력을 주는 책은 쓰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누군가 제 작품을 읽고 선한 마음을 갖게 된다면 그것이 저에게는 가장 기쁜 일입니다. <가시고기> 독자들이 이메일로 피드백을 많이 보내왔습니다. 가출 소녀가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구석에 뒹굴던 <가시고기>를 보고 아버지와 화해하고 싶어 돌아간다는 메일이 가장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이번에는 자식을 두고 자살한 어머니에게 미움과 원망만 가득했던 아들이 <가시고기 우리 아빠>를 읽고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던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한다는 피드백이 있었습니다. 주인공 다움이가 결국 아빠의 마음을 알고 고통 속에서 자신을 꺼내오는 과정을 보며, 자신도 엄마를 향한 미움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는 글이었죠. 그런 독자들의 변화와 치유가 제가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향후 계획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어떤 작품을 구상하고 계신지요.


“다움이처럼 저 역시 전업작가로서 그 만큼의 세월을 통과했습니다. 나름 새로운 문턱을 넘어설 시기인 셈입니다. 이전과는 다른 장르의 글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중남미를 배경으로 한 우화입니다.”


이금재 맘스커리어 대표 겸 브릿지경제 객원기자 ceo@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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