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Culture Board

타이밍이 훌륭한 배우 이도엽과 하나의 철학을 가지고 움직이는 연출 이은진이 만났을 때...연극 ‘연옥’

입력 2016-04-27 18:50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13555_46098_552
이은진 연출과 이도엽 배우 (사진=정컬처)

 

이도엽 배우의 컬러는 상당히 독특하다. 생생하지만 위압적이지 않고, 웃음을 유발하지만 그 안에 ‘슬픔’의 기운이 스멀 스멀 올라온다. 한 지점에 가만히 놓여있는 ‘묵직함’으로 관객의 마음을 노크하는 배우랄까.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풍겨 말을 건네기가 조심스럽기 보다는 손을 한번 따뜻하게 잡아주고 싶어지는 배우이다. 정의신 작가의 ‘가을반딧불이’의 사토시는 눈물 섞인 웃음을, 이선희 작가의 ‘종일본가’에서 분한 아버지는 쓸쓸한 인생과 시간의 흐름을 되돌아보게 했다.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고려의 마지막 왕 공양왕으로 출연해 대중의 관심을 받았지만, 사실 그는 20년이 넘게 연극 배우로 활동 중이다. 그의 진가는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신경수 연출과 tvN 드라마 ‘시그널’의 김원석 연출에게도 통했다. 신경수 연출은 연극 ‘가을반딧불이’를 보고, 김원석 연출은 연극 ‘종일본가’를 보고 이도엽 배우에게 러브콜을 보냈다고 한다. 동물 같은 연기가 일품인 정감 가는 배우 이도엽과 하나의 철학을 가지고 움직이는 이은진 연출을 만났다.

 

◇ 진정한 치유로 가는 과정을 묻다...연극 ‘연옥’

 

현재 이도엽 배우는 대학로 예그린 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극단 바바서커스의 연극 ‘연옥’(연출 이은진, 협력연출 심재욱)에 출연 중이다.

 

만약, 남녀가 서로에게 되돌릴 수 없는 큰 상처를 주었다면, 그들 사이의 치유는 가능할까?
연극 ‘연옥’은 “진정한 치유란 무엇일까? 그 치유를 위해선 무엇이 전제되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저승과 이승 사이의 중간 단계이자 천국도 지옥도 아닌 제3의 세계를 뜻하는 ‘연옥’은 천국의 구원을 받지 못한 죽은 자들의 영혼이 머무르는 곳으로 알려졌다. 라틴어로 ‘푸르가토리움(purgatorium)이라 불리기도 한다. 연극은 남녀 주인공이 각자의 연옥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연옥’은 칠레의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아리엘 도르프만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다. 연극을 감상하기 전, 알아두면 좋은 정보로는 그리스 비극 ‘메디아’를 들 수 있다.

 

메디아는 황금 양털을 찾아 온 남자 이아손을 본 순간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혼신의 힘을 다해 이아손을 도운 메디아는 결국 버려지고 남편에게 복수를 다짐한다. 모든 것을 바쳐 헌신한 남편에게 배신당한 여인의 절망과 분노, 그리고 복수는 상상 이상으로 강력했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자식을 죽이고 남편의 새 아내가 될 글라우케와 그의 아버지인 코린트 왕까지 죽이게 된다.

 

배우 이도엽은 “‘연옥’은 사랑에 대한 원리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서로에게 잊지 못할 상처를 줬다고 했을 때, 그 상대가 가족이라면... 과연 용서 할 수 있고, 희생 할 수 있고 화해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원작에서 등장인물은 2명이다. 하지만 극단 바바서커스는 각 인물을 3명으로 세분화시켜 그들의 감정을 섬세하고 힘 있게 표현한다. 진실을 정면으로 마주한다는 건 결코 편치 않다. 이 배우는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해주는 작품으로 편하게 감상하기 힘들 순 있지만 이런 작품이 한편 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대중적이거나 흥행이 잘 되는 상업적인 작품은 아니다. 즉각적인 이미지로 압도하기 보다는 말들이나 의미가 지배를 하는 작품으로 쉽진 않지만 그 만큼 질문을 많이 도출 해 낼 수 있는 연극이다. 작품을 보고 난 관객들은 물론 무대에 오르는 배우들 간에도 토론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인 연극이다.”

 

이번 작품은 전 배우가 더블 캐스팅 돼 ‘연’ 팀과 ‘옥’팀으로 나뉜다. 임준식 배우와 더블로 출연하는 이도엽 배우는 “액팅이 많이 다르다” 며 “ 30대인 준식 배우가 팔팔 끓어오르는 힘이 강하다면, 40대인 저는 슬픔을 관조하는 쪽에 무게 중심이 실린다”고 했다.

 

13555_46100_554

(사진=정컬처) 

◇ 타이밍이 훌륭한 배우와 하나의 철학을 가지고 움직이는 연출이 만났을 때

 

극단 바바서커스의 대표 겸 이번 작품을 연출한 이은진은 “‘연옥’ 을 한마디로 말하면, ‘잔인한 사랑 이야기’이다”고 말했다.

 

‘연옥’은 서로에게 최악의 순간을 물으며 가장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부분을 들춰낸다. 나를 알고 나서 상대를 더 잘 이해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순간도 불러낸다. “‘치유’를 주제로 다루고 있는 작품이지만, 단순히 용서, 치유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자기를 정확히 들여다봐야 남을 볼 수 있다. ‘나’를 인정해야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는데, 사실 그게 제일 어렵고 고통스럽다. 이 작품은 그 지점을 건드린다.”

 

이은진 연출과 이도엽 배우는 ‘연옥’으로 처음 만났다. 이 연출은 선배 격인 이도엽 배우와의 작업을 만족스러워했다. “배우로서, 선배로서 모두 훌륭한 배우시죠. 후배들이 어떻게 힘을 내서 가야 할지에 대한 밀도 있는 코치 역시 큰 힘이 되고 있어요.”

 

이도엽은 유연성이 뛰어난 배우다. 협력연출로 참여하고 있는 심재욱 연출은 “이도엽 선배는 타이밍이 훌륭한 배우이다”고 했다. 무대 위에서는 반응과 호흡의 타이밍을 제대로 캐치해 보여주고, 무대 밖에서는 적절한 조언과 적절한 간식(?)으로 후배들에게 좋은 선배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이 배우는 “제 바로 앞에서 그렇게 말하니 부끄럽다” 며 웃었다.

 

바바서커스는 하나의 철학을 가지고 움직이는 팀이다. 마지막으로 이 배우는 “색깔 있는 배우와 연출이 모여 만들어낸 작품이 ‘연옥’이다” 며 “단순히 하고 싶어서 작품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니, 직접 와서 그 색깔을 판단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2016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 ‘연옥’은 4월 22일 개막해 5월 15일까지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배우 이도엽 박성연 최자연 김신록 최주현 김지수 김승기 임준식 손산 등이 출연한다.

 

정다훈 객원기자 otrcoolpen@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