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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 서로의 에너지이자 자극이 되는 수영친구?! 연극 ‘엠. 버터플라이’ 르네 김주헌·송릴링 장율

입력 2017-09-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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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엠.버터플라이’ 송릴링 역의 장율(왼쪽)과 르네 갈리마르 김주헌.(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형을 보면 자꾸 웃음이 나요.”

언뜻 말이 없어 내성적인가도 싶고 생각이 지나치게 많은 듯도 한 장율은 김주헌을 보며 이따금씩 설핏 웃음을 보이곤 했다. 연극 ‘엠. 버터플라이’(M. Butterfly, 12월 3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르네 갈리마르(김주헌·김도빈)를 비롯한 남녀노소를 매혹시키는 송릴링(장율·오승훈)에 대한 부담과 생각으로 말이 없어지기 일쑤였던 연습기간에도 그랬다.

“남자배우를 보면서 매력적이라고 느끼기는 처음이었어요. 진짜 멋있는, 계속 알고 싶은 친구죠. 같은 걸 고민할 수 있고 절로 잼(Jam, 악보 없이 하는 즉흥적인 연주)이 되는 동료를 만난다는 건 신나는 일이죠. 정말 열심히 하고 솔직하고 집요해서 이 친구(장율)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제가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를 풍겨요. ‘율아 괜찮니’ 물어보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을 정도로 힘들어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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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엠.버터플라이’ 송릴링 역의 장율.(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김주헌의 말에 “저를 포장할 정신이 없을 정도로 작업과 연습이 힘들었다”고 토로한 장율은 “웃으려고 노력해도 쉽지 않았는데 주헌 형 때문에 많이 웃는다”고 전했다.

“저한테는 형이 큰 에너지가 돼요. 굉장히 부지런하고 잠도 잘 못자는데 어떻게 늘 초사이언 상태로 있는지…. 보통은 힘내서 하다가도 지쳐서 좀 찌부려져 있다가 다시 힘을 내야지 하는데 형은 늘 스태미너가 넘쳐요. 그런 형을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요. 연습기간 내내 아침에 ‘파이팅’하고 시작해도 끝나고 나면 ‘우리 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들곤 했어요. 그럴 때마다 형이 ‘할 수 있어’라고 해주면 진짜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죠.”



◇에너자이저 김주헌 “연습실은 나의 힘!”

“저한테는 연습실이 그런 곳이에요.”
 

늘 힘이 넘쳐난다는 장율의 증언(?)에 그 에너지원이 무엇인지를 물으니 김주헌은 “연습실”이라고 답했다.

“발산하려는 무언가가 제 안에 있나봐요. 연습실에서 사람들과 소리를 지르며 대사를 하고 잠깐이나마 신을 맞추더라도, 그들과 같이 있는 것만으로 힘이 나요. 제가 에너지를 주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주는 걸 받아서 에너지업을 하는 거예요.”

이는 연기에 회의를 느껴 한동안 무대를 떠나 있었던 김주헌의 전력에서 찾을 수 있다. 미술학도였지만 배우를 꿈꿨던 김주헌은 2009년 극단 골목길에서 연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2014년 돌연 연극이 싫어져 무대를 떠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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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엠.버터플라이’ 르네 갈리마르 역의 김주헌.(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극단 위주의 작품만 하다 보니 제 안에서 구분을 짓고 편견이 생겼던 것 같아요. 그 무서운 편견이 상업극에 대한 편견을 만들고 문득 연극이 싫어지고 그랬는데…어느 날인가 안되겠더라고요.”

그렇게 올봄 그는 서울시극단 창단 20주년 기념작인 김광보 연출의 ‘왕위주장자들’로 복귀했고 ‘엠. 버터플라이’로 대학로 첫 상업극 무대에 도전한다.

“연습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하고 행복해요. 알고 보면 저 혼자 만들어낸, 제 안의 많은 편견들을 부수고 있는 과정이죠. 잘 짜여진 시간과 연습 공간 등 배우가 연기만 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 극도 처음이고…요즘은 연습도, 인터뷰도 다 너무 재밌어요.”


◇각별한 수영 친구와의 편의점 우유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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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엠. 버터플라이’.(사진제공=연극열전)

  

“(장)율이는 자극이 되는 배우예요.”

장율에 대해 이렇게 말한 김주헌은 “고민이 엄청 많은, 자신을 그 역할에 투영하기 위해서 굉장히 시간적으로 많이 쓰는 배우”라며 “그래서 많이 배운다”고 털어놓았다.

“이 작품을 하면서 율이랑 가장 많이 했던 질문이 ‘왜’예요. 저 역시 왜 라는 질문을 하고 집요하게 쫓아가려고 노력하는데 율이가 그래요. 정말 열심히 묻고 집요하게 쫓는 모습이 자극을 주고 전염시키죠. 연습이 끝나면 율이랑 편의점에서 바나나우유와 우유를 마시면서 그런 얘기들을 많이 나눴어요.”

그렇게 두 사람은 연습이 끝난 후에도 ‘왜’라는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 결과 점점 늘어가는 표현방법, 그들 중 선택을 하기 위해 또 다시 머리를 맞대기의 반복이었다. 생각이 많고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집요하게 좇는 것 뿐 아니라 물을 좋아해 수영을 즐기는 등 취미, 취향 등도 닮아 있다. ‘엠. 버터플라이’ 팀이 엠티를 가는 날에도 숙소에 딸린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겠다고 의기투합한 두 사람이 일행보다 먼저 움직일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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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엠.버터플라이’ 르네 갈리마르 역의 김주헌.(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형이 이거 너한테 잘 맞을거야 하면서 개인적으로 시간을 보내는 방법 등을 알려주곤해요. 진짜 형 같은 느낌이죠. 그런데 형이 잠을 좀 잘 잤으면 좋겠어요.“


극에 대한 부담, 많아지는 생각 등으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형 김주헌에 동생 장율이 한걱정이다.


◇전작 ‘왕위주장자들’ ‘프라이드’의 김광보·김동연 연출

 

“김광보 연출님은 너무 힘들게 작업을 하세요.”

김주헌의 복귀작이자 전작 ‘왕위주장자들’의 김광보 연출은 ‘엠. 버터플라이’ 3연까지의 수장이기도 했다.

 

김주헌은 ‘왕위주장자들’ 작업 당시 작가들의 대사 하나, 단어 하나까지도 그대로 살리려 애를 쓰던 김광보 연출에 대한 에피소드를 털어놓기도 했다.

“대사를 좀 바꾸고 싶은 부분이 있어서 양해를 구한 적이 있어요. 연출님께서 정중하게 ‘주헌아 그냥 가자’고 하시더라고요. 대본에 절대 손을 안대시고 연출적으로 풀어내기 위해서 엄청 애를 쓰시죠.”

작가들의 노고를 중시하고 그들의 언어, 결 등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애쓰는 것으로 잘 알려진 김광보 연출은 ‘왕위주장자들’ 인터뷰 당시 “이번 작품에서는 주헌이가 눈에 띌 것 같다”고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장율은 전작 ‘프라이드’에 이어 ‘엠. 버터플라이’까지 연달아 김동연 연출과 함께 하고 있다. 장율은 “‘프라이드’를 하면서 연출님을 비롯해 다양한 선배들한테서 정말 많은 자극을 받으며 배웠다.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스럽고 행복한 나날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원캐스트가 아닌 극도, 긴 공연도 ‘프라이드’가 처음이었어요. 페어도 많아서 처음엔 힘들기도 했고 정신도 없었죠. 하지만 선배들이 워낙 개성 있게 다른 느낌으로 자극들을 주셔서 저 역시 그때그때 다른 감정을 표현하는 순간들을 맞을 수 있었어요. 연출님은 배우들과 대화를 많이 해주세요. 질문을 하면 배우 입장에서 대화를 하시죠. 그 대화들이 굉장히 감각적인 것들이에요. ‘그건 아냐’가 아니라 ‘그렇게 하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식의 표현에 대한 감각적인 이야기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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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엠.버터플라이’ 송릴링 역의 장율.(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그렇게 빠르게 성장한 장율은 ‘프라이드’의 올리버와 ‘엠. 버터플라이’ 송릴링의 차이를 ‘절실함’과 ‘강단’으로 정리했다.


“1958년의 올리버는 단단하고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느껴졌던 사람이었고 2017년의 올리버는 유약한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자신의 직업에 대한 확신도 없었던 것 같고 연약함의 표현으로 상대(필립)를 절실하게 붙잡곤 했죠. 하지만 송릴링은 좀더 강한 목표를 가진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절실함이라는 단어의 감각은 아닌 것 같아요.”


◇김주헌의 좋은 배우, 장율의 오래오래

“배우를 한다면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연습실에서, 무대에서 감정을 다 표현하잖아요. 물론 그에 따르는 고민이 크죠. 하지만 그 고민 또한 얼마나 지적이고 철학적인지…본질을 건드리는 짜릿함이 있죠.”

말문에 ‘배우를 한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았던 김주헌은 “사실 계속 배우를 하고 싶다. 작품이 안끊겼으면 좋겠고 감동을 주는 배우, 아주 솔직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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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엠.버터플라이’ 송릴링 역의 장율(왼쪽)과 르네 갈리마르 김주헌.(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엠티가는 길에 주헌 형이랑 잠깐 얘기했었는데 전 다양한 사랑을 하고 싶어요. 여인과의 사랑 뿐 아니라 내가 모르는 타인, 아픈 사람 등 세상에는 사랑할 수 있는 이들이 많은 것 같아요. 많은 경험들을 바탕으로 따뜻하게 표현하면서 성장하고 싶어요.”


바람을 털어놓으며 장율은 배우로서의 목표에 대해 “나이 들어서도 연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때 내가 가진 모습, 감성으로 관객들과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그 만큼 행복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구 선생님께서 공연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선생님에게 공연장으로 오는 그리고 관객을 만나고 돌아가는 시간은 어떤 의미일까그 시간을 저도 오래오래 누리고 싶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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