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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r Paly 인터뷰] ‘버터플라이 버터플라이’…르네 김주헌·송릴링 장율의 ‘엠. 버터플라이’

연극 ‘엠. 버터플라이’(M. Butterfly, 9월 9~12월 3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르네와 송릴링으로 호흡 맞추는 김주헌과 장율
‘프라이드’ ‘어쩌면 해피엔딩’ ‘난쟁이들’ 등의 김동연 연출을 중심으로 대본·번역을 비롯한 창작진과 출연진을 새로 꾸린 4연, 김도빈 오승훈과 더블캐스팅

입력 2017-09-0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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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엠.버터플라이’ 송릴링 역의 장율(왼쪽)과 르네 갈리마르 김주헌.(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너무 하고 싶다.”
르네 갈리마르 역의 김주헌이 연극 ‘엠. 버터플라이’(M. Butterfly, 9월 9~12월 3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의 대본을 받자마자 든 생각은 이랬다.

“대본을 읽고 바로 반납했어요. 제가 하는지 안하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가지고 있기가 그래서요. 하지만 너무 하고 싶었죠.”

그렇게 김주헌은 마지막에 르네 갈리마르(이하 르네)로 ‘엠. 버터플라이’에 합류했다. ‘엠. 버터플라이’는 중국 주재 프랑스 대사관의 하급직원 르네 갈리마르와 여장남자 송릴링이 사랑과 욕망의 경계를 오가며 20년 동안 함께 한 과정을 담고 있다.  

 

배우 장율 인터뷰5
연극 ‘엠.버터플라이’ 송릴링 역의 장율(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처음부터 너무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혼란스럽고 계속 어렵고….”

장율은 ‘엠. 버터플라이’라는 작품과 자신이 연기해야할 송릴링에 대해 “여전히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엠. 버터플라이’는 데이비드 헨리 황이 북경주재 프랑스 외교관 베르나르 브리스코(이하 브리스코)와 베이징 오페라단의 유명 경극배우 쉬 페이푸(페이푸)의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극화한 작품으로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과 극 중 극 형태로 진행된다.

“인물을 알 수가 없었어요. 도대체 왜 이러는지도 모르겠고 하면 할수록 더 어렵게 느껴졌죠. 하지만 그 시대에 이런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실화에 약간의 픽션, 재미요소를 넣어 극화한 작품은 실제 사건보다 더 디테일한 부분이 있더라고요. 그 인물을 통해 당시 시대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어요. 굉장히 혼재되고 혼란스러운 느낌이었죠.“

2012년 초연돼 네 번째 시즌을 맞은 ‘엠. 버터플라이’는 ‘프라이드’ ‘어쩌면 해피엔딩’ ‘난쟁이들’ 등의 김동연 연출을 중심으로 대본·번역을 비롯한 창작진과 출연진을 새로 꾸렸다. 르네와 송릴링 역에는 김주헌과 장율을 비롯해 ‘지구를 지켜라’ ‘모범생들’ ‘신과 함께-저승편’ 등의 김도빈과 연극 ‘렛미인’ ‘나쁜자석’, 드라마 ‘피고인’ 등의 오승훈이 더블캐스팅됐다.

스스로 “춤도 노래도 잘 못한다”는 장율에게 경극연습과 캐릭터 잡기 등을 동시에 진행한 준비과정은 고통의 나날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송릴링이 선보이는 경극은 르네 뿐 아니라 관객들까지 사로잡아 환상을 심어줄 수 있는 경지(?)에 이르러야하기 때문이다. 경극 손동작 연습에 인대가 늘어날 정도였다는 김주헌의 전언이 이어진다.

“연습밖에 없었어요. 저는 기술적으로 뛰어난 배우가 아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연습했습니다. 힘들면서도 제가 소화해야할 인물이 성(姓)을 연기한다는 게 파격적이고 충격적이었어요. 굉장히 명확하고 단순하게 이 인물을 표현할수록 관객들께 혼란스럽게 다가갈텐데 그게 쉽지 않아 또 어려웠죠. 연습을 할수록, 표현할수록 어려움들이 더 많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김주헌의 콤플렉스 덩어리 르네, 이 죽일 놈(?)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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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엠.버터플라이’ 르네 갈리마르 역의 김주헌.(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르네는 콤플렉스 덩어리예요. 자칫 지질해 보일 수도 있겠다 싶었죠. 르네는 멋있는 사람이면 안될 것 같거든요. 르네 더블인 김도빈 배우랑 지질함의 표현에 대해 얘기를 많이 나눴는데 그 지질함의 안을 들여다보면 결핍과 콤플렉스 덩어리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김주헌이 전하는 르네의 결핍과 콤플렉스는 실제 이야기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는 “엄격한 천주교 집안에서 원칙주의자로 살아왔고 그의 첫 경험은 남자들과의 장난으로 시작된 섹스였다. 기댈 곳 없고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신 안에 갇혀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송릴링이 다가왔을 때 환상을 더 키울 수 있었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싶어요. 자기한테는 없는 것을 가진 송릴링이라는 여자한테 찾으려는 무언가가 분명 있었고 그 시대의 자유롭지 않은 중국, 그 외딴 곳에서 오롯이 송릴링만 보고 있었을 것 같아요.”

이를 김주헌은 결국 사랑이라고 정의했다. 남들이 나쁘다 욕하고 말도 안된다 손가락질해도 르네 스스로에게는 결국 ‘이 죽일 놈의 사랑’이다.

“저(르네)한테는 일단 그게(사랑) 있어야 해요. 어떤 사랑이든 상대가 남자든 여자든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에 남자임이 밝혀졌을 때조차 충격을 받고 당장은 부정을 하지만 사랑이 그렇게 쉽게 없어질까요? 조금 다르긴 하지만 사랑이잖아요. 일반적으로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거나 좋은 사랑, 예쁜 사랑만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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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엠.버터플라이’ 송릴링 역의 장율(왼쪽)과 르네 갈리마르 김주헌.(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르네와 송릴링처럼 20년을 함께한 정도의 것은 아니지만 김주헌 역시 뜨거웠던 사랑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 경험을 극대화시켜 르네에 대입시켰다는 김주헌은 “이 작품이 어려우면서도 매력적인 건 말로 그림을 그려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털어놓는다.

말을 도구 삼아 이 복잡한 캐릭터가 가진 환상과 사랑을 그림으로 보여주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을 김주헌은 “마법을 준비 중”이라고 표현했다.

“연극이라서 더 좋은 것 같아요. 말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풍성하게 마법을 부릴 수 있거든요.”


◇장율의 지휘자이자 천재예술가 송릴링, 르네를 캐스팅하다

“일단 1960년대 당시의 중국을 좀 들여다봤어야 했어요. 공산주의 체제에서 예술가로 살아간다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본연의 자기 모습을 이 시대 안에서 누군가 바라봐주지 않는 데 대한 힘듦이 분명 있었을 거예요. 굉장히 트여 있지만 그런 강박들도 분명 있는, 천재성을 가진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무대 연기를 넘어 삶을 연기할 만큼 천재였고 철저한 배우였던 것 같아요. 그 연기에는 (첩보라는) 목적이 있지만 그 보다 더 큰 목적이 있었다고 봐요.”

송릴링에 대해 설명한 장율은 “그 목적들이 있어서 송릴링은 분명 힘들었을 거고 저 역시 힘들어진다. 송릴링은 예술가로서 천재지만 저는 그렇질 못해서”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 사람은 연기를 굉장히 잘했고 시대를 꿰뚫어보는 눈을 가졌죠. 그 시대 안에서 자신만의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시대를 비틀어 요리하고 비소를 날리면서 자기 글을 써가는 거죠. 어쩌면 송릴링을 지휘하는 또 다른 인격 같은 지휘자가 있었을지도 몰라요. 마지막에 남자임을 밝히는 순간에는 그 인격으로 나온다고 생각했어요. 그 상황이 물론 혼란스럽고 힘들었겠지만 그래도 분명히 ‘나는 나야’ 했을 것 같아요. 송릴링이라면. 그런 사람한테 르네 같은 캐릭터의 등장은 굉장히 흥미로웠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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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엠.버터플라이’ 송릴링 역의 장율(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장율은 자신의 삶마저도 연기하는 철저한 배우였고 지휘자였던 송릴링이 자신과 호흡을 맞출 주연으로 ‘르네를 캐스팅했다’고 표현했다.

“프랑스 사람인 르네가 천재 예술가 송릴링이나 그가 선사하는 중국의 전통공연, 춤, 오페라, 경극을 바라보는 시선은 분명 중국인의 그것과는 달랐을 거예요. 당시 완전 폐쇄돼 있던 중국을 바라보는 환상, 알고 싶은 욕망 혹은 동경 등이 있었을 거고 저(송릴링) 역시 서양에 대한 동경이 내재돼 있었겠죠.”

그리곤 “내(송릴링)가 르네의 어떤 면을 사랑했을까를 고민했다”며 “사랑하는 것과 이 사람이 없으면 안되는 느낌은 좀 다를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르네가 동양에 대한 판타지든 욕망이든을 가지고 공연을 보며 저에게 반한 눈빛이 굉장히 흥미로웠을 거예요. 인생을 연기하는 데 나와 같이 주연을 할 파트너는 ‘이 사람이다’라는 생각도 들었을 것 같아요. 르네에게 준 사랑이 다 거짓은 아니었을 거예요. (욕망을 그대로 드러내는) 그 순수한 눈빛이, ‘너는 중국에서 배우로 연기해야하지 않냐’는 그 착함이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에. 제가 사랑한 건 그런 르네의 욕망이었을 것도 같아요. 그걸 이용하고 그 욕망으로 인해 제 사랑이 실패하는 순간도 맞게 되죠.”


◇욕망과 사랑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 무너져야 하는 것들의 경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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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엠.버터플라이’ 송릴링 역의 장율(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사랑해야하는 감정만으로 모든 걸 꿰뚫을 수 있는 극은 아닌 것 같아요. 시대 속에서 겪었을 개인적인 트라우마, 우리가 생각하는 서양과 서양인이 동양을 바라보는 시각 등 무너져야하는 경계들이 존재하고 그것들을 아주 신랄하게 성이라는 주제로 드러내는 작품이죠.”

이렇게 말한 장율은 “그렇기 때문에 가장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걸 잘 다뤄야할뿐더러 이 사람을 어떻게 하고 싶은지, 마지막에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에 대해 좀 더 디테일하게 생각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극 중에 ‘남자는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대사가 있어요. 송릴링이 남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보다는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기는 했을 것 같아요. 단순한 사랑 뿐 아니라 욕망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실화의 결말은 사랑 보다는 욕망이었음을 강하게 시사했고 1993년의 제레미 아이언스·존론 주연의 동명영화는 아름다운 로맨스에 초점을 맞췄다. 조금은 다른 두 이야기가 내포한 욕망과 사랑의 경계를 오가고 있다는 김주헌은 극 중 극 형태로 등장하는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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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엠.버터플라이’ 르네 갈리마르 역의 김주헌.(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송릴링이 그 오페라에서 초초상을 연기했고 핑커톤이라는 인물과 그가 가진 동양여자에 대한 환상에 저 자신(르네)을 대입시키지 않았을까 생각하거든요. 아내에게 존댓말을 썼을 것 같을 정도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르네가 오직 송릴링 앞에서만은 자신의 전부를 보여줬을 것 같아요. 문득 그런 생각들이 들 때가 있죠. 송릴링이 저한테 안기기보다 제가 오히려 품에 안겨서 얘기도 하고 어린아이처럼 애교도 부리고 그랬을 것 같다는.”

이렇게 말하는 김주헌은 전작 ‘왕위주장자들’의 호콘왕처럼 무겁고 권위있는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왔다. 그런 배우의 지질하면서도 애교부리는 남자 연기에 대한 궁금증을 드러내자 장율이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신기한 몸짓을 흉내 낸다.

김주헌 르네의 극 중 동작이라는 설명과 함께 “일반적이지 않은 걸 자꾸 한다”고 웃는 장율에 “그런 상황이 되면 몸이 양식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김주헌의 답이 돌아온다.


◇르네와 송릴링의 습성, 그 공통분모 외로움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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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엠.버터플라이’ 송릴링 역의 장율(왼쪽)과 르네 갈리마르 김주헌.(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결핍을 가진 한 남자가 여성으로 다가온 한 남자에게 빠지게 되는이유에 아름다움과 내가 가진 환상만 있었을 것 같지는 않아요. 진심으로 내 얘기를 들어주고 온전히 내 편이 돼주는 느낌을 받았을 거예요. 르네가 가진 외로움이 그래서 중요한 것 같아요. 그건 송릴링도 마찬가지죠. 외로움이 모든 인물의 기본인 것 같아요.”

이에 김주헌은 “20년을 어떻게 살았든, 속았든 중요하지 않다. 이 사람을 사랑했고 사랑받았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이는 장율의 송릴링 역시 마찬가지다.

“엄청 폐쇄되고 억압받는 데서 자유를 꿈꾸고 표현하면서 살아가는 건 분명 쉽지 않았을 거고 외로웠을 거예요. 그런 중에도 송릴링은 자신을 풀어가는 방법을 만들었어요. 이 사람(르네)을 만날 때 매혹시키는 방법들이 분명 있을 것 같아요. 앉을 때도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 위치를 알았을 거고 몸이 그렇게 행동했을 것 같아요. 그런 습성이 밴 사람이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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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엠.버터플라이’ 송릴링 역의 장율(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장율 역시 조금씩 다른 습성을 보이는 르네와 송릴링의 공통분모는 외로움과 사랑, 욕망이라는 김주헌의 해석에 동의를 표했다.

“송릴링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가 안가는 사람이에요. 참 어려운 캐릭터지만 송릴링에 공감되는 순간들은 있어요. 특히 연기하고 예술하는 사람의 면들이 그렇죠. 송릴링과는 전혀 다른 습성을 가지고 있지만 저 역시 연기를 굉장히 잘하고 싶은 욕망이 큰 사람이거든요. 그런 공감가는 부분들을 송릴링의 습성에 잘 매치해 표현하고 싶어요.”

이에 가장 큰 고민거리는 마지막 장면이었다. 송릴링의 ‘내가 당신의 환상’, 르네의 ‘넌 내가 사랑한 사람이 아니다’ 등이 가진 대사의 깊은 뜻과 맥락을 짚어내는 데 애를 먹었고 여전히 고민 중이란다.

 

그런 중에도 “르네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마지막은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을 보탰다.

“서양 법정에서 르네와의 일과 자신의 행적을 얘기하는 감정을 여전히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20년의 세월이 흐르고 남자인 게 밝혀졌고 스파이 노릇을 했고 문서를 빼돌린 걸 들켜 경찰서에 끌려가 조사받고 법정에까지 앉았을 때 송릴링의 심장이 어떤 박동으로 뛰고 있었을지를 상상하죠.”


◇진정성 있게 지질한 르네? 가만히 바라보는 송릴링, 김주헌과 장율의 흥미로운 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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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엠.버터플라이’ 르네 갈리마르 역의 김주헌.(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서양권, 하물며 유럽의 프랑스 유머코드를 어떻게 표현할지는 계속 애매했어요. 제대로 표현하지 않으면 그 소중한 글들이 날아가 버리게 되니까요. 공감대 형성과 상대와의 호흡이 그래서 더 중요한 극 같아요. 떠나지 말라고 매달리고 미친 듯이 울고 화내고…”

김주헌의 말에 장율은 “형의 갑작스러운 지질함이 자꾸 저를 웃게 한다”는 말을 보탰다.

“그 지질함에서 굉장한 진정성이 느껴지거든요. 굉장히 격렬하고 술에 취해 울고 하는 표현들이 매번 진정성이 있게 지질한 느낌이 너무 좋아요. 저를 자꾸 웃게 만들죠. 장율로서도 웃게 되지만 송릴링도 그런 르네에 웃었을 것 같거든요.”

‘진정성있게 지질한 김주헌의 르네’가 너무 좋다는 장율에 김주헌 역시 ‘생각 많은 장율의 송릴링’이 좋다고 대꾸했다.

“언젠가는 송릴링의 대사 타이밍이었는데 저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어요. 저를 한동안 바라보다 대사를 하는데 그 느낌이 좋았죠. (장)율이랑은 그런 잼(Jam, 악보 없이 하는 즉흥적인 연주)이 돼요.”

그 호흡은 김주헌·김도빈과 장율·오승훈의 전혀 다른 르네와 송릴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시간에 따라 다른 장율, 다이내믹 오승훈, 묵직하면서도 허술한 김주헌, 날카롭지만 센티멘털 김도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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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엠.버터플라이’.(사진제공=연극열전)

 

“율이는 묵힌 장처럼 깊은 느낌이 있어요. 스튜디오에서 프로필 촬영을 하던 그 짧은 순간에도 시간에 따라 여성화가 돼요. 되게 신기하고 매력적이었죠. 연습실에서도 그랬어요. 차츰차츰 달라지죠. 그래서 가만히 보게 돼요. 율이 자체가 가진 진지함이 성숙하고 지적인 송릴링을 만들죠.”

장율이 연기하는 송릴링의 ‘깊은 느낌’을 전한 김주헌은 오승훈의 송릴링에 대해 ‘다이내믹하다’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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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엠.버터플라이’ 르네 갈리마르 역의 김주헌.(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통통 튀어요. 굉장히 발랄하죠. 송릴링으로서 삐치기도 잘 삐치고…다이내믹해요. 그렇다고 가벼운 건 아니에요. 율과 (오)승훈이가 송릴링을 표현하는 방향이 달라서 굉장히 기대하고있죠.”

장율은 “불쌍하고 지질한 느낌은 같지만 주헌 형은 좀 더 묵직하고 도빈 형은 날카롭다”고 털어놓았다.

“욕망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주헌)형의 르네는 굉장히 묵직한데 허술하고 도빈 형은 날카롭게 날이 서 있는데 센티멘털한 느낌이 있어요. 불쌍한 느낌도 좀 달라요. 주헌 형은 절규하면서 무너지는데 도빈 형은 날카롭게 날을 세우고 있다 무너지거든요. 형은 허술하면서 불쌍한데 또 엄청 멋있는 척을 해요. 진짜 멋있는 건가 싶게…굉장히 다양한 느낌을 주죠. 도빈 형도 장난기 많고 밝다가 갑자기 날을 세우곤 해요. 두 르네의 대비되는 지점이 전혀 다르죠.”


◇허망하고 충격적인 마무리…어쩌면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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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엠.버터플라이’ 송릴링 역의 장율(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계속 생각하는데 안떠올라요.”

‘엠. 버터플라이’는 송릴링이 남자임이 밝혀지면서 무너진 르네가 허망함과 충격을 극단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그 이후를 생각해 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생각많은 장율은 이렇게 답했다.

“송릴링은 자신의 성을 밝혀서 무얼 하고 싶었을까, 그래서 이 남자가 날 받아준다면 그 다음엔 어떻게 하고 싶은가, 그렇게 밝혀야할 순간이 아니었다면 40년이고 50년이고 그런 상태로 있었을까 등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이 사람은 자신과 르네의 인생을 쓰고 연기하는 작가니까요. 성을 밝히면서 있는 그대로 본연의 모습으로 인정받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인정받는다면 오래도록 사랑하면서 살아가고 싶었을 거예요.”

그리곤 “물론 어려운 일이다. 이런 극적인 상황이 아니라도 상대의 환상을 깨고 본연의 인간으로 인정받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두 사람의 삶을 쓰는 작가로서) 송릴링이 원하는 완벽한 결말은 본연의 모습으로도 르네가 나를 사랑한다, 나도 그를 사랑한다 아니었을까요? 그런 결말로 이끌 수 있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마음가짐이 있다면 정말 아름다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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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엠.버터플라이’ 르네 갈리마르 역의 김주헌.(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반문으로 또 다른 물음을 던진 장율이 말하는 그런 사람 그리고 마음가짐은 김주헌이 그리는 결말과도 맥을 같이 한다. 김주헌 역시 또 다른 반문을 던진다.

“분장을 지우고 편지를 보냈겠죠. ‘다시 와줘’. 그렇게 멋있게 ‘나는 거울 속에서 한 여자를 봅니다. 그 버터플라이는 저였습니다’ 하지만 죽은 척하다가 일어나 분장을 지우고 송릴링에게 미안해하면서 엄청 찾았을 거예요. 그게 진짜 사랑 아닐까요?”


◇“버터플라이 버터플라이” 너와 나 그리고 만나지는 본연의 우리

“‘당신이 내 버터플라이요?’ ‘난 당신의 버터플라이에요’에 이어지는 마지막 ‘버터플라이 버터플라이’가 무서웠어요. 우리(송릴링과 르네)가 지금까지 가져온 관계와 그 속에 있던 수많은 감정, 의미들이 담겨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장율의 설명처럼 대사로 전달되고 표현되는 ‘버터플라이’는 ‘엠. 버터플라이’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단어기도 하다.

“자기가 만들어낸 환상, 자꾸만 보려하고 놓치고 싶지 않은 그것 같아요. 놓치면 생명이 끊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 망가져 버리는 거죠. 여자가 화장을 지우니 멋있는 남자였다는 변신의 내면에 어떤 것을 담을지, 그 변신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고 찾고 있어요.”

김주헌의 정의에 장율은 “그래서 그 대사를 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렵다”로 토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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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엠.버터플라이’ 송릴링 역의 장율(왼쪽)과 르네 갈리마르 김주헌.(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이 사람(르네)이 만들어낸 환상과 내(송릴링)가 만들어낸 환상, ‘버터플라이 버터플라이’는 결국 있는 그대로의 송릴링과 르네 갈리마르가 아닐까 생각해요.”

누구나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을 보려고 한다. 이 극이 던지는 메시지는 이 명제에서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장율의 마지막 바람이 환상에 대한 꽤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진다.

“우리 삶도 어떻게 보면 환상이에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살고 싶은 환상이죠. 극을 보고 혼란스러움을 가지고 나가셨으면 좋겠어요. 그 혼란 속에서 자신이 바라보는 환상은 무엇인지, 내가 욕망하는 것에 대해 한번쯤 생각할 수 있는 그런 극이면 좋겠어요. 그렇게 찾아지는 본연의 사람을 어떻게 만날지 또 생각하고, 그러면서 성장하고…그게 (이 작품에 임하는) 저의 환상이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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