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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시나리오·특수효과·마케팅… AI "바쁘다 바빠"

[안종배 회장의 인공지능과 메타버스 미래세상] 인공지능이 바꾸는 미래 영화

입력 2022-01-24 07:20 | 신문게재 2022-01-2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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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영화계를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A.I.’와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의 ‘아이로봇’을 비롯해 인공지능이 영화의 주요 소재가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영화 시나리오를 직접 작성하기도 한다. 영화 제작의 영상 품질을 혁신하고 제작 과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도 한다. 나아가 영화의 흥행 가능성까지 예측하는 것은 물론 영화 마케팅 전략까지 입안할 정도다.

영화제작사 워너브라더스는 영화의 흥행 확률을 높이고 제작비를 절감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해 영화 장르와 예산 수준, 배우 선택 등 영화의 주요 변수에 따른 흥행 수준을 예측하고 최적의 조합을 결정한다. 특히 영화 제작 일정 관리는 물론 영화 편집, 시각 효과 등에 인공지능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영상 품질도 높이면서 제작 기간까지 단축하며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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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을 소재로 한 윌 스미스 주연의 영화 ‘아이로봇’의 한 장면.


◇ 이제 영화 시나리오도 인공지능이 쓴다


2016년 6월 영국에서 개최된 공상과학(SF) 영화제 ‘사이파이 런던영화제(Sci-Fi London film festival)’에 출품된 오스카 샤프 감독의 9분짜리 단편영화 ‘선스프링(Sunspring)’은 당시 영화인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영화의 시나리오를 벤자민이라는 인공지능이 썼기 때문이다. ‘선스프링’은 48시간 이내에 영화를 제작해야 하는 ‘48시간의 도전’ 부문에 출품되어 180여 개의 출품작 중 10위권에 들었다.

2020년에는 미국의 영화 전공 학생들이 인공지능 시나리오로 3분 30초짜리 단편 영화 ‘상품판매원(솔리시터스: Solicitors)’를 만들었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 역시 오픈 인공지능 플랫폼으로 딥러닝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는 GPT-3였다. 아직은 뛰어난 수작이라고 평가받지는 못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언젠가는 인공지능이 작성한 시나리오로 제작된 할리우드 대작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게 되는 날이 오게 될 것이다.


◇ AI가 혁신하는 영화 CG와 시각특수 효과


최근 영화에서 컴퓨터 그래픽의 비중은 가히 절대적이다. 한국 영화에서도 ‘괴물’, ‘해운대’, ‘명량’, ‘신과 함께’, ‘안시성’, ‘천문’, ‘백두산’ 등 과거 히트작 및 2021년이후의 ‘승리호’, ‘영웅’ 등 컴퓨터 그래픽과 시각 특수 효과를 십분 활용해 영화의 수준을 높이고 상상의 세계를 영상으로 생생하고 실감나게 구현해 낸 작품들이 줄을 잇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4관왕을 차지해 세계 영화계를 놀라게 했던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시각 효과상 후보에 오른 ‘아이리시맨’과 ‘어벤져스: 엔드게임’도 공히 인공지능으로 시각 특수 효과를 구현해 주목을 받은 영화들이다.

영화 ‘어벤져스’에서는 인공지능 기술로 빌런인 악당 타노스를 생생하게 구현해 실제 배우와 디지털 캐릭터 간의 경계를 허물어 화제를 뿌렸다. ‘아이리시맨’은 디에이징(de-aging) 효과를 통해 배우들의 젊은 시절 모습을 자연스럽게 재현해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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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리시맨’은 영화배우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 니로의 30년 전 모습을 구현해 화제를 모았다.

 

‘아이리시맨’은 70대 중후반과 80대 초반인 세 명의 주인공 로버트 드니로(Robert DeNiro), 알 파치노(Al Pacino), 조 페시(Joe Pesci)의 30대에서 80대까지 50년 동안의 얼굴을 실제 모습처럼 생생하게 구현해 냈다. 인더스트리얼 라이트 & 매직(ILM)이 개발한 인공지능 기반 시각 특수 효과(VFX) 기술인 페이스파인더(Facefinder)를 활용한 덕분이다.

인공지능 합성곱 신경망 기술(CNN, Convolutional Neural Networks)을 통해 영화 이미지를 분석하고, 생성적 적대 신경망(GAN, 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 기술을 이용해 영화 등장인물의 얼굴을 원하는 대로 합성한다. 또 사람의 표정 데이터를 딥러닝으로 학습해 영화 속의 얼굴 표정이나 표현 감정을 스스로 판별하여 재생함으로써 더욱 자연스러운 감성 표현이 가능해 졌다. 실제로 시각 특수 효과(VFX) 스튜디오인 그라디언트 이펙트(Gradient Effects)는 인공지능 기반 기술 셰이프쉬프터를 이용해 배우의 얼굴을 변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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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T-3는 오픈 딥러닝 인공지능으로 이제 영화 시나리오까지 만들어 낸다.

 

월트디즈니는 영화사인 마블 스튜디오에서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기반의 이모션 캡처 기술을 적용한 시각 특수 효과(VFX)로 영화 배우의 입 꼬리, 얼굴 표정 등을 정밀하게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배우의 얼굴에 어떤 감정이 더 적합한지 알게 되고 전체적인 영화 완성도에도 더 깊이 있게 관여할 수 있게 되었다.

영상에서 특정 객체의 테두리를 추적해 정밀하게 배경에서 분리하는 기법인 로토스코핑(Rotoscoping) 영상 작업을 호주의 코그낫(Kognat) 회사의 인공지능 기계학습 기반 로토스코핑 알고리즘 ‘로토봇 (Rotobot)’이 대신하고 있다. 로토봇은 영상에서 인물, 자동차, 비행기, 새, 자동차 등 대상을 자동으로 배경에서 오려낸다. 더 많은 학습 덕분에 이렇게 분리할 수 있는 대상은 끝없이 늘어난다.



◇ 인공지능이 바꾸는 영화 마케팅

인공지능은 영화 마케팅에도 널리 활용된다. 영화 마케팅 기업 무비오(Movio)는 인공지능으로 영화를 분석해 유효 관객층을 예측하고 영화사에 배급 및 마케팅 전략을 제시한다.

우리가 어떤 영화를 볼 지를 결정하게 만드는 2~3분 분량의 예고편은 영화 마케팅에서 매우 중요하다. IBM이 개발한 인공지능 ‘왓슨(WASTON)’은 이런 영화 예고편도 만든다. SF영화 ‘모건’내 장면들을 공포, 평온, 슬픔, 행복 등 다양한 감정으로 분석하고, 예고편에 넣기에 가장 적합한 10개 베스트 장면을 골라 인과관계에 따라 극적으로 재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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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의 인공지능 ‘왓슨’이 시나리오를 쓴 영화 ‘모건’

 

디즈니의 ‘프베스(FVAEs)’라는 이름의 AI는 영화 초반에 단 몇 분 동안 관객들의 얼굴을 분석한 것만으로도 영화 전체에 대한 평가와 영화의 흥행 가능성을 미리 예상하고 이를 스토리텔링에 반영해 영화 마케팅에 활용토록 하고 있다.

지바 다이나믹스(Ziva Dynamics)는 현재 널리 사용되는 영상 특수 효과 제작소프트웨어인데, 인공지능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이용해 인간이나 동물의 자연적인 신체 상태와 운동 상태를 실제처럼 구현해 낸다. 이를 통해 영화 캐릭터를 만드는 데 오프라인 참조물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시간과 비용을 줄이면서 고품질의 결과까지 도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중국에서는 온라인 영화보기 플랫폼 아이치이가 심층학습, 자연 언어 처리 등의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시나리오에 대한 가치 추출 및 리뷰 분석을 통해 IP 자동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나아가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시나리오의 성격, 분위기 등을 분석해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를 캐스팅하는 데 활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인공지능 기술의 영화계 활용 범위가 점점 넓어지게 되면, 이제 영화 산업의 종사자들은 인공지능 기술이라는 새로운 도구를 영화 산업이 다음 단계로 크게 도약하는 발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안종배 국제미래학회 회장·인공지능메타버스포럼 공동회장 daniel@cleancontent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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