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금융 > 은행

[창간 8주년] 취약차주 시한폭탄… 가계빚 뇌관을 자르자

[쇠락하는 대한민국, 돌파구를 찾아라] 3高 파고 넘어라-고금리

입력 2022-09-15 06:00 | 신문게재 2022-09-15 3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60

코로나19 위기 대응과정에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났다. 이런 가운데 기준금리와 시장 금리 상승이 본격화되면서 저금리로 대출받았던 차주들의 상환부담이 크게 증가했고 부실위험이 확대되고 있다.


15일 금융권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이후 지난 8월 25일까지 1년간 기준금리는 연 0.50%에서 2.50%로 2.00%포인트 뛰었다. 가계대출 잔액은 1757조9000억 원(올해 6월말 기준)이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중 기준금리 상승의 영향을 받는 변동금리 비중은 78.1%다. 기준금리 상승폭만큼 대출금리가 오르고 은행 외 2금융권의 변동금리 비중도 78.1%라고 가정하면, 산술적으로 지난 1년간 늘어난 차주의 이자부담은 총 27조4583억9800만원(1757조9000억 원×78.1%×2.00%)으로 추산된다. 차주 1인당 이자 부담 증가액은 약 137만7000원(1분기말 차주수 추정치 1994만명 기준)으로 추산된다. 

7월 가계대출 금리 4.52%…9년4개월 만에 최고
지난달 30일 서울의 한 은행. (사진=연합뉴스)

 

A은행 대출자 예시에 따르면, 아파트 매입자금으로 주택담보대출(30년 원리금균등상환) 4억원을 빌린 직장인 B씨(신용등급 3등급)는 6개월 마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에 따라 바뀌는 변동금리를 선택했다. 초기 6개월간 적용된 주담대 금리는 3.61%였다. 이에 따라 연 환산 원리금 상환액은 2185만2000원, 월 상환액은 182만1000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2년여 후인 지난 13일 주담대 금리는 5.11%로 뛰었다. 연 원리금 상환액은 2609만1084원으로 최초 대출 시점보다 423만9084원, 월 납입액(217만4257원)도 35만3257원 늘었다.

이처럼 금리가 가파르게 올라가면서 이자부담을 견디지 못하는 저소득 한계차주는 적자가구로 전환되면서 부실화될 우려가 커진다. 대부분이 다중채무자들이다. 윤창현 의원이 한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가계대출자 중 22.4%(1분기말 기준), 446만여명이 다중채무자다.

저신용자는 대출절벽에 내몰리면서 생계가 곤란해지거나 불법사금융에 노출될 수도 있다. 지난해 7월 최고금리 인하(20%)가 시장대출 금리 상승과 맞물리면서 대부업조차 이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금융부문 민생안정과제 추가 설명하는 김주현 위원장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7월 18일 정부서울청사 기자실에서 금융부문 민생안정과제와 관련된 추가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금리상승에 따른 소상공인·가계·청년·서민 등 취약부문의 부담 경감을 위해 대환(저금리, 고정금리, 상환기관 연장 등), 채무조정(원리금 감면) 등의 금융부문 민생안정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정부의 고민도 있었다. 손실 부담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놓고 은행 등 금융기관의 반발도 있었고 부채를 대규모로 탕감해주는 것을 놓고 도덕적 해이 논란도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이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 있는 문제도 거론됐다. 논란이 제기되자 금융당국은 소통 강화에 나섰고 금융권 등의 우려를 반영해 새출발기금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지원대상자 선정이나 시장금리를 반영하기로 한 점 등 은행권의 입장이 많이 반영된 것 같다”며 “연체가 발생하면 부실채권 관리를 은행이든 정부든 해야 하니 정책에 토를 달 이유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기자간담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기준금리 인상 등을 설명하는 모습.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8월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취약차주가 그동안 한 십여년에 걸쳐 저이자율 체제에 익숙해 있다가 갑자기 금리가 오르게 되면서 이자부담이나 이런 것들에 의해서 고통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이 재정이라든지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서 당연히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을 하고 있고 한국은행 입장에서도 재정정책처럼 타겟해서 할 수는 없지만 이 가계부채의 구조를 변동금리부에서 고정금리부로 옮기기 위해 이번 주택금융공사에 대한 지원이라든지 이런 것을 통해서 가계부채를 해결하는 문제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앞으로 금리가 추가로 오르면서 얼마나 부실이 발생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잭슨홀 미팅 이후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3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0.75%p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이 경우 미국 기준금리(3.00~3.25%) 상단이 한국(2.50%) 보다 0.75%p 높아진다.

이 총재는 “한은이 정부로부터는 독립적이지만 연준으로부터는 독립적이지 않다”며 “역사적으로 (한미간 금리) 격차가 크게 벌어졌을 때 한 1% 중심으로 왔다갔다 했기 때문에 격차가 너무 커지지 않는 정도로 모니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