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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지난해 '이 영화'를 놓쳤다면… 왓챠로 봐야할 인생작 '애프터 양'

[#OTT] 한국계 감독과 배우 뭉친 '애프터 양', 인간의 소중함은 '현재'
저스틴 H.민 연기 돋보여

입력 2023-05-03 18:30 | 신문게재 2023-05-0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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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을 도와주는 로봇이자 테크노로 불리는 양은 가족사진을 찍어주는 존재에서 함께하는 순간을 저장한다.(사진제공=왓챠)

 

흑인 아내와 백인 남편, 동양인 딸로 이뤄진 가족이 있다.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 영화 ‘애프터 양’은 화목한 가정을 돌보는 휴머노이드 로봇 양(저스틴 H. 민)이 존재한다는 것. 이름에서도 가늠되듯 양은 동양인의 모습을 한 로봇이다. 입양한 중국인 딸 미카(말레아 엠마 찬드로위자야)의 뿌리와 근간을 찾아주기 위해 제이크(콜린 파렐)와 키라(조디 터너 스미스) 부부가 리퍼 제품인 양을 ‘사왔던’ 것.


비록 정품은 아니지만 보증기간이 확실했기에 한 결정이었다. 사실 주변에 양 같은 존재는 차고 넘친다. 이웃집 부부는 일명 테크노로 불리는 이 인간형 로봇인 쌍둥이 딸을 ‘키우고’ 있다. 카페에서 일하는 직원이나 거리에서 곁을 지나는 그 누군가도 테크노일 수 있지만 구분되지 않는 세상이다. 다행히 어린 딸은 양을 친오빠처럼 의지하고 가족은 화목했다. 갑자기 전세계인이 AR로 맞붙는 4인용 가족 댄스경연대회에서 양이 멈추지 않기 전 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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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보면 중독되는 테크노 댄스 가족대회 포스터. ‘애프터 양’에서 가장 크게 웃고 즐기는 부분이기도 하다. (사진제공=왓챠)

 

‘애프터 양’의 시작은 발랄하다. 테크노 리듬에 맞춰 초마다 바뀌는 경연자들 가족의 댄스는 현란하고 구성원 또한 다국적임을 숨기지 않는다. 나이와 성별, 인종을 떠나 구성된 이들은 춤을 추고 즐긴다. 갑자기 바뀐 화면은 미카가 고장난 양의 부재를 견디지 못하고 수리점에 따라 나서며 시작된다.

인간과 흡사한 테크노는 부패가 시작되기 전에 잘 고장나는 12곳의 신체만 바꾸면 정상 작동된다. 하지만 양은 이상하게도 코어(기억) 부분이 과부하된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차이나 타운 소재의 구입처는 이미 물고기를 파는 가게가 됐다. 리퍼 제품인 양은 공식 판매점에서 구매하지 않은데다 테크노들을 출시한 ‘형제자매회사’는 코어의 정보기술을 공개하지 않는 탓에 이제 영원히 양의 존재는 없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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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을 하고 부모와 한국어로 대화하지만 중국인 설정의 로봇을 연기한 저스틴 H. 민. 그는 “미국인들은 여전히 그것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다. 코고나다 감독은 바로 이 아이러니를 건드리고 싶어했다”는 씨네21과 인터뷰를 남기기도. (사진제공=왓챠)

 

지난 2021년 제74회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초청된 이 작품은 2022년 제38회 선댄스영화제에서의 수상 이후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면서 국내에 첫 소개됐다. 한국계 미국인 감독인 코고나다 감독이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애플TV의 ‘파친코’를 연출했다는 점과 극 중 양을 연기한 저스틴 H. 민이 한국계 포토그래퍼 겸 배우로 활동한 이력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관객수는 4만명에 그쳤지만 왓챠 익스클루시브를 통해 지난 4월 단독 공개되면서 OTT시장에서 ‘진정한 힐링 영화’로 뒤늦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일단 양은 헌신적인 휴머노이드다. 부부는 교육용으로 구매했지만 미카의 존재감과 자긍심을 높이며 가족의 장남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의 존재감이 드러나는 지점은 고장인 줄 알았더니 영원히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휴머노이드에게는 존재하지 못하는 코어의 기억메모리가 ‘발견’되면서부터다. 휴머노이드들의 박물관 관계자는 최종 가족이었던 이들에게 기억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조건으로 기증을 요구한다. 양의 기억은 앞으로 더욱 대중화 될 테크노들의 기술향상과 인간 역사의 산기록이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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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 수집품으로 나오는 릴리 슈슈 티셔츠. 국내 이와이 슌지 팬들이라면 눈치 챌 반가운 오마주다. (사진제공=왓챠)

 

애초 3초 이상의 메모리가 존재되지 않는 게 테크노들의 불문율이었지만 양에게는 알파와 델타, 감마로도 압축되지 않는 대단한 양의 기억들이 보존돼 있었다. 그렇다면 초 단위의 기억들이 수십년 치가 쌓여있었던 양의 기억에는 어떤 것들이 남아있을까. 제이크는 양의 기억에서 반복되는 한 여성을 발견한다. 집안의 평화를 위한 교육용이자 반려 로봇이었던 양에게는 테크노 여자친구(?)가 있었다. 인간처럼 살을 섞고 감정을 나눌 거란 생각을 하지 않았던 인간들의 이기심은 대단하다. 여자친구를 수소문한 그는 “양이 인간이 되고 싶었냐?”고 묻는다. 이 얼마나 이기적인 질문인가.

되려 키라는 점차 수집품이 늘고 미카에게 헌신적이었던 양에게 자신이 얼마나 의지하고 있었는지를 깨닫는다. 사실 양의 취향이란 건 지극히 동양적이었다. 나비를 모으거나 물고기 연등을 벽에 거는 식이었다. 하지만 소유를 시작한 양에게 ‘무와 유’에 대해 묻는 자신의 기억이 저장돼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키라는 점차 ‘그저 테크노’였던 양에게 인간을 뛰어넘는 ‘사랑과 연민, 책임감’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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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모르는 딸의 고민을 파악하는 양. 나무들의 접목을 통해 뿌리와 새로운 문화의 ‘합’을 성명한다.(사진제공=왓챠)

 

그리고 부부는 동시에 양에게 인간들이야 말로 영원불멸한 자신의 삶에 있어서 ‘가장 가치있는 존재’였음을 진심으로 깨닫는다. 생업이 있고 시간이 없어서 정작 소중한 것을 가장 먼저 희생하며 ‘나중에…’라고 말하는 인간들의 무능함을 꾸짖기보다 토닥였음을. 영화의 말미 미카는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았다는 듯 또렷한 중국어로 말한다. “최고의 오빠여서 고마웠어. 미워한다고 했던 말, 거짓말이야”라고.

어른보다 아이가 진정한 이별과 사과를 아는 법이다. ‘애프터 양’을 극장에서 놓쳤다면 꼭 봐야 할 이유는 열 손가락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더불어 이와이 슌지 감독을 좋아한다면 강추한다. 국내 팬층이 두터운 아오이 유우의 데뷔작 ‘릴리 슈슈의 모든 것’ OST를 비롯해 제목 티셔츠가 등장하는 등 코고나다 감독이 보여주는 오마주가 상당하다. 그는 “인물들이 지닌 다양성을 통해 여전히 동양인으로 구분되는 내 사회에 정체성의 정의를 되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러 번 곱씹어 볼 말이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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