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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당신이 '아는' 배우 오대환이 '아니'라면?

[人더컬처] 오대환, 영화 '악마들' 통해 '믿보배' 만렙 다시금 선보여
올해 개봉작만 무려 5편, '한예종 돌쇠'의 묵직함 눈길
"힘들었던 촬영 스케줄, 선한 캐릭터지만 악에 받친 표정 생생하게 나와 만족"

입력 2023-07-10 18:00 | 신문게재 2023-07-1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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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들’은 검거의 순간 서로의 몸이 바뀐 희대의 살인마 진혁(장동윤)과 형사 재환(오대환), 둘의 대결을 그린 바디체인지 액션 스릴러다.(사진제공=TCO(주)더콘텐츠온)

  

사회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밀입국자거나 출생신고 없이 떠돌며 밑바닥 인생을 살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존재들. 타고난 사이코패스인 진혁(장동윤)은 다크웹(아이피 주소 추적이 어려운 인터넷 공간)에 시체를 유린하고 범죄를 생방송하며 돈을 번다. 일당들을 추격하던 형사 재환(오대환)은 오랜 파트너이자 매제였던 후배를 잃고 ‘법의 심판대’보다 더 확실한 복수를 다짐한다.

지난 5일 개봉한 ‘악마들’은 보는 내내 ‘누가 과연 악마인가?’를 되묻게 만드는 영화다. 특유의 선한 이미지와 순수한 얼굴을 가진 장동윤이 희대의 살안마 역할을 맡았다. 그를 추격하다 함께 산 밑으로 추락한 재환은 한 집안의 가장이자 팀 내에서도 인정받는 경찰이다. 범인을 쫓다가 실종된 지 한 달여. 갑자기 영혼이 바뀐 범인과 형사가 등장하며 ‘악마들’의 본격적인 재미를 알린다.

“솔직히 초반 시나리오 몇장을 넘기면서 ‘완전 할리우드의 페이스 오프네’ 라며 읽었습니다. 하지만 엔딩에 엄청난 반전을 보고는 무조건 해야겠다 싶었어요. 다만 저예산으로 28회차로 마무리 지어야 해서 드라마적인 완성도를 살리지 못한 것 같은 죄책감에 시달렸죠. 감독님께 여러번 전화해서 ‘이게 맞는건가요?’ 질문할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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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악에 받힌 연기력은 ‘악마들’이 가진 최고의 볼거리다. (사진제공=TCO(주)더콘텐츠온)

 

그가 기획단계부터 받았던 원제는 ‘에프터’(After)였다. 몸이 바뀐 두 사람이 ‘각자의 삶’을 유지한 채 목적을 달성해야 하는 과정은 온통 피범벅이다. 청소년관람불가다운 잔인한 설정 너머로 썰리고 갈리는 살점이 상당부분이다. 게다가 재환의 몸에 들어간 진혁은 10대 딸과 아름다운 아내의 몸을 끈적거리는 눈빛으로 훑는다. 헌신적인 가장에서 순식간에 악마의 눈빛으로 변하는 오대환의 연기를 보노라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2014년 ‘해적: 바다로 간 산적’ 조감독 출신인 김재환 감독은 캐스팅 단계부터 오대환의 피지컬과 눈빛에 집중했다. 누가 봐도 장동윤이 형사 역할을, 오대환이 살인마 역을 할거라 생각했지만 김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몸이 바뀐 재환과 진혁이 맞부딪힐 때의 감정 밀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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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남 3녀 다둥이 가족으로 유명한 오대환은 “현역으로 오래오래 연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배우의 끼가 있는 자녀로는 아들을 꼽았다. 딸들은 머리가 좋은데 아들은 넉살이 좋다고(사진제공=TCO(주)더콘텐츠온)

 

“바디 체인지라는 소재 자체가 좀 판타지적인 성향이 강한데 굉장히 힙하게 나왔다고 자부해요. 서로 고문하는 장면이 꽤 되는데 제가 날카로운 것과 바늘에 공포심이 있어서 촬영이 쉽지 않았거든요. 역시 영화는 편집예술이란 걸 느낀 작품이죠.”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의 오대환은 ‘입시 경험’을 살리기 위해 넣은 원서로 덜컥 합격한 케이스다. 삼수는 기본이라는 ‘한예종 연극원’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채로 자유로운 실기시험을 치렀고 그를 눈 여겨 본 교수가 러브콜을 보내자 “중앙대와 동국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거절한 일화는 유명하다.

“본격적인 실기에 앞서 경험상 들어간 시험이라 더 당당했던 거죠. 교수님이 ‘우리 학교에도 너 같은 이미지의 배우가 필요하다’길래 솔직히 말씀드렸는데 아직도 회자된다니 좀 창피하네요.(웃음) 나중에야 한예종의 위상을 듣고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한테 ‘국가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등록금이 저렴하다’고 설득했던 기억이 나요.”

그에게 합격증을 쥐어준 교수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영화 ‘신부수업’으로 데뷔한 오대환은 ‘부러진 화살’ ‘더 킹’ ‘안시성’ 등 약 41편의 영화를 비롯해 드라마 ‘38사기동대’ ‘한 번 다녀왔습니다’ 등 약 20편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데뷔 후 오대환이 맡은 역할은 진지함과 평범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데 그 조차도 자신의 계산된 빅피처임을 숨기지 않았다. 주연보다는 “조연으로 더 길게, 오래 연기하고 싶다”는 그는 “주연들을 빛나게 해주려다 보니 어쩌다 내가 빛나는 순간이 있는데 그런 순간에서 연기적 재미를 느낀다”고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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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악마들’을 통해 “다시금 악역의 매력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아무런 서사가 없는 악함 그 자체의 극악무도한 캐릭터를 맡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오대환은 “얼마전 만난 박성웅 선배가 ‘너는 내 뒤를 잇는 악역전문배우가 될거야’라고 응원해 주셨다”는 에피소드를 밝히기도. (사진제공=TCO(주)더콘텐츠온)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역할을 맡는 게 좋아요. 아빠도 좋고 동네형도 좋고 시골청년같은 무난한 캐릭터요. 제 성격이랑 비슷하기도 하거니와 되려 연기로는 표현하기 힘든 분야라 늘 도전하는 마음이 들어서요.”

데뷔 20년차, 영화 ‘베테랑 2’ ‘소방관’을 포함해 올해에만 무려 5편의 작품으로 대중과 만날 그는 첫 스크린 주연작이란 스포트라이트에도 손을 내저었다.

“사실 ‘악마들’은 시각적인 불편함이 있어서 호불호가 확실히 갈릴 영화예요. 그래서 굳이 봐달라고 말씀은 못 드리겠어요. 다만 ‘오대환의 초심’이 궁금하다면 강추합니다. 최근에 진지한 연기를 거의 하지 않았기에 이번 영화에서는 그런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는 확실해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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