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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연극인생 60년 여든살의 손숙, 1963년 첫 연극을 하던 그때처럼! 악보를 연주하듯 ‘토카타’

입력 2023-08-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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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숙 연극인생 60년 토카타
손숙 연극인생 60년 기념작 ‘토카타’의 창작진과 출연진. 왼쪽부터 박명성 프로듀서, 배삼식 작가, 손진책 연출, 손숙, 김수현, 정영두 안무가, 이태섭 무대디자이너(사진=허미선 기자)

 

“그냥 살다 보니 60년이 됐어요. 연극한 지가. 그런데 이번 연습을 하면서는 좀 새로운 걸 많이 느꼈어요. 1963년 처음 무대에 섰을 때의 느낌을 받았죠.”

연극 인생 60년을 맞아 연극 ‘토카타’(Toccata, 8월 19~9월 10일 LG아트센터 서울 유플러스 스테이지)를 연습 중인 여든살의 손숙은 “그러다 보니 오랜만에 굉장히 몸은 힘들다. 게다가 손진책 연출은 배우를 가만 두는 연출가가 아니다”라면서도 “몸은 굉장히 힘든데 머리가 굉장히 맑다”고 밝혔다. 

 

“연습을 나오는 게 오랜만에 설렌다고 할까요. 연극을 60년 하다 보니 연습하고 공연하고 연습하고 공연하고…그랬어요. 정말 좋은 작품, 작가, 연출가, 관객들도 만났지만 늘 목말랐던 느낌도 사실은 있었죠. 그런데 이번에는 연습엘 가면 힘든 걸 아는데도 너무 설레는 느낌이에요. 너무 힘들지만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죠.”

[연극 토카타] 기자간담회_배우 손숙
연극 ‘토카타’ 손숙(사진제공=신시컴퍼니)

손숙의 연극인생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신작 ‘토카타’는 유일하게 곁을 지키던 늙은 개를 떠나 보내고 마음 둘 곳 없어 걷고 또 걷는 늙은 여인(손숙)과 바이러스에 감염돼 코마에 빠져 기억들을 떠올리는 남자(김수현) 그리고 사람의 가장 어둡고 깊은 심연과 가장 찬란한 희망을 몸으로 표현하는 춤추는 사람(정영두)이 꾸리는 독특한 형식의 작품이다.


이를 위해 손진책 연출, 배삼식 작가, 이태섭 무대디자이너, 최우정 음악감독, 신시컴퍼니 대표 박명성 프로듀서 그리고 배우 김수현과 정영두 무용가이자 안무가가 의기투합해 연습에 한창이다.

애초 올초 공연 예정이었으나 손숙의 다리부상으로 미뤄진 ‘토카타’에 대해 손진책 연출은 “그간 코로나로 2년여의 단절된 시간을 보냈다. 이 작품은 거기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손 연출의 설명처럼 ‘토카타’는 급속한 분산화음과 음계적 패시지(Passage)를 주체로 하는 기교적·즉흥적인 건반음악 형식인 동시에 이탈리아어로 ‘손을 대다’ ‘접촉하다’라는 뜻을 지닌 ‘토카레’(Toccare)에서 유래한 단어이기도 하다.

“건반음악곡이지만 단절된 접촉, 심리적·물리적 접촉에 대한 이야기죠. 이야기의 축도, 내러티브도 없어요. 바이러스로 감염된 극한 상황에서 혼자인 여인, 함께 했던 접촉을 생각하는 중년 남성 그리고 존재론적인 고독을 몸으로 표현하는 춤추는 남자, 이 세 인물의 각자 독립된 이야기와 춤으로 이어가는 4악장의 연극입니다. 마치 악보를 보듯 해보자는 생각으로 하고 있는 세 인물의 삼중주죠.”

손진책 연출은 “사실 손숙의 연극인생 60년이 아니라 인생 80에 초점을 맞췄다”며 “존재론적인 고독에 대한 이야기지만 ‘슬프다’가 아니라 나이가 들면서 저렇게 삶을 바라볼 수도 있구나 라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털어놓았다.

“어떤 고독이 아니라 생의 찬가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역설적으로 그 삶이라는 게 이처럼 찬란하구나를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손숙 인생 80년처럼) 연륜이라는 게 중요하구나, 저런 시각으로 삶을 살아볼 수도 있구나 등이 잘 나타나기를 바랐습니다. 음미할 대사, 뉘앙스 등 찾아가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죠.”

연극 토카타 배삼식 작가 손진책 연출
연극 ‘토카타’ 배삼식 작가(왼쪽)와 손진책 연출(사진제공=신시컴퍼니)

 

손 연출은 “고독과 단절된 관계 속에서 나름대로 세상을 보는 눈이 생기고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방법도 배우게 된다”며 “우리 작가가 (여인을) 관세음보살이라고 표현하고 있다”고 말을 보탰다.

“관세음보살처럼 제 각각 삶의 방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생명들을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고 안쓰럽게 생각하며 보듬으면서 조각배를 타고 강을 건너요. 그렇게 노래하면서 끝이 나는데 각 악장과 악장 사이의 대사와 뉘앙스가 많은 생각을 들게 합니다.”

배삼식 작가는 “따뜻하거나 편안하지만은 않은, 어떤 면에서는 서늘하고 괴팍할 수도 있는 작품을 흔쾌히 받아주셔서 영광”이라며 “손숙 선생님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연극 토카타] 연습 시연 장면 (4)
연극 ‘토카타’ 시연장면(사진제공=신시컴퍼니)

 

“예술가로서 서로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서로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오늘날을 살아간 관객들에게 의미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일상이 돼버린, 여전히 남아 있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산책길에서 나온 것 같아요. 할일 없던, 혼자 먹었던 시간들 속에서 생각해 낸 이야기죠”

이어 “단절 속에서 끝없이 산책하는 여자와 정지되고 움직이지 못하는 고립상황에서 자신의 기억 속을 더듬으면서 산책하는 남자, 이야기 속의 여자와 남자의 행위를 통해 팬데믹으로 점차 희박해져 가는, 어쩌면 위험한 것으로 여겨지는 ‘접촉’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군더더기나 연극적 장치, 데코레이션, 꾸밈 등을 최대한 배제하고 하나의 목소리로 이야기가 들려지기를 원했어요. 작품 속 인물 자체가 외롭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실제로 몸과 마음이 극한의 바닥까지 외로움과 신선함을 겪어보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진실한 이야기죠.” 

 

연극 '토카타' 이태섭 무대디자이너(왼쪽)와 박명성 프로듀서
연극 ‘토카타’ 이태섭 무대디자이너(왼쪽)와 박명성 프로듀서(사진제공=신시컴퍼니)

 

이태섭 무대디자이너는 “설명적인 무대는 아니다. 대본을 읽어보니 굉장히 애매한 부분이 예술적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일 수도 있는 작품이었다”며 무대 위의 풀밭을 언급했다.

“무대 위 풀밭은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앤드루 와이어스(Andrew Wyeth)의 ‘크리스티나의 세계’(Christina‘s World)라는 하이퍼리온 그림에서 리서치했습니다. (와이어스의 친구로 다리가 불편한) 여인 하나가 풀밭에 쓰러져 (언덕 위 집을 바라보며) 있죠. 이는 극 속 반전으로 마지막까지 귀를 기울이면 왜 풀밭이 됐는지 아시게 될 겁니다.”

손숙은 “처음엔 너무 당황했다”며 “전부 대사인데 거의 모노드라마같다. 이걸 어떻게 외워야 하나 했는데 (갑자기 다리를 다쳐) 3개월을 꼼짝 못하고 집에 누워 있으면서 매일 하루 두 번씩 작품을 봤다”고 털어놓았다. 

 

[연극 토카타] 연습 시연 장면 (5)
연극 ‘토카타’ 시연장면(사진제공=신시컴퍼니)

 

“눈이 좋질 않아서 딸이 녹음을 해줘서 잘 때 듣곤 했는데 그게 나를 일으켜 세우는 희망이었던 것 같아요. ‘이걸 해야지’ ‘빨리 일어나야지’라는 생각이 들게 하면서 ‘토카타’가 저를 일으켜 세웠던 것 같아요. 사실 작품 자체가 아무 것도 없어요. 세트도 그렇고 의지할 데가 없어요. 그런데 요구는 너무 많아서 나도 모르겠어요. 그저 하루하루 달리 해보고 깨우치는 중인데 그게 너무 재밌어요.”

바이러스에 감염돼 인공호흡장치를 단채 사경을 헤매고 있는 남자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김수현은 “저도 아직 잘 모르겠다”며 “그냥 열심히 매일 새롭게 해보려고 애쓰고 있는데 잘 될 것”이라고 동의를 표했다.

악장 사이에 등장하는 춤추는 사람의 정영두 무용가는 “굳이 뭘 해야겠다는 마음을 갖지 않아도 두 분이 연기하시는 걸 보면 쌓이는 감정들이 있다”며 “그것들을 억지로 끄집어 내지 않아도 믿음과 영감들이 매일 쌓이는 경험을 하면서 굉장히 새롭고 놀랍다”고 말을 보탰다. 

 

[연극 토카타] 연습 시연 장면 (1)
연극 ‘토카타’ 시연장면(사진제공=신시컴퍼니)

 

손숙은 ‘토카타’에 대해 “앞으로도 연극은 계속 하겠지만 ‘내 이름을 걸고 하는 연극’으로는 ‘토카타’가 마지막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제 인생을 쭉 한번 돌아보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아름다웠던 젊은 시절, 아이들을 키울 때 행복했던 시절, 남편과의 그 아름다웠던 순간들, 키우던 개까지 보내고 쓸쓸했던 때…이게 그냥 내 얘기, 내가 살아온 인생이구나 싶었어요. 예술, 연극이라는 건 끝이 있질 않잖아요. 정상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올라가도 올라가도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는 때가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정말 최선을 다해야 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습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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