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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연극 ‘토카타’ 손숙 “한 문장도 버릴 게 없는, 도전할 만한 작품!”

입력 2023-08-24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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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토카타
연극 ‘토카타’ 창작진과 출연진. 왼쪽부터 손진책 연출, 배삼식 작가, 손숙, 김수현, 정영두(사진=허미선 기자)

 

“처음에는 막막하다는 느낌이었지만 너무 좋았어요. 한 문장도 버릴 게 없는, 시어 같은 작품을 썼다는 게 놀라웠고 도전정신이 생겼죠. 쉽게 가지는 못하더라도 도전할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연극인생 60주년을 맞아 신작 ‘토카타’(9월 10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유플러스 스테이지)를 공연 중인 배우 손숙은 서울 강서구 소재의 LG아트센터 서울 유플러스 스테이지에서 23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이렇게 밝혔다. 

 

[2023 토카타] 여자(손숙) (3)
연극 ‘토카타’ 공연장면(사진제공=신시컴퍼니)

 

“처음부터 끝까지 한 대사도 버릴 게 없어요. 눈을 감고 대사만 들어도 좋은 작품이 아닐까 싶을 정도죠. 원래 3월 공연 예정이었는데 제가 느닷없이 다치는 바람에 3개월 동안 누워 있으면서 ‘토카타’의 뜻을 깨달은 것 같아요. 접촉하지 못하고 고독하게 있는 상황을 깨닫게 되면서 작품이 제 속에서 묵었다고 할까요.”

 

부상으로 인해 고립을 깊이 이해할 수 있었고 준비 중 지난해 12월 세상을 떠난 남편(배우 김성옥)을 떠올렸다는 손숙은 “슬프고 아픈 얘기들인데 연극에는 도움이 되니 삶이라는 게 아이러니”라고 털어놓았다.

손진책 연출 역시 “어렵지만 내용을 보면 누구나 겪고 겪어야할 것들을 극적 갈등 없이 시어만으로 만들어낸 훌륭한 대본”이라고 동의를 표했다. 이어 배우 김수현은 “이야기가 어렵진 않은데 배우가 극이 끊이지 않고 흘러가도록 하는 게 어려웠다”고 말을 보탰다.  

 

[2023 토카타] 남자(김수현) (1)
연극 ‘토카타’ 공연장면(사진제공=신시컴퍼니)
손숙은 “만나지도 못하는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가 교차되는데 따로 움직이는 것 같지만 사실은 전부 이어져 있다”며 “그렇게 남자와 여자의 대사가 이어져 있다 보니 조금이라도 놓치면 이상한 연극이 되기 때문에 정말 집중력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손숙의 연극인생 60주년 기념작으로 손진책 연출, 배삼식 작가 등이 의기투합한 ‘토카타’는 이탈리아어로 ‘손을 대다’ ‘접촉하다’라는 뜻을 지닌 ‘토카레’(Toccare)에서 유래한 단어로 급속한 분산화음과 음계적 패시지(Passage)를 주제로 하는 기교적·즉흥적인 건반음악 형식이기도 하다.

전형적인 연극 형식에서 벗어나 음악처럼, 4악장으로 구성된 작품으로 접촉과 고립, 삶과 죽음 등에 대한 이야기다. 배삼식 작가는 ‘토카타’의 이미지를 “오솔길 산책”이라고 요약했다.

작품에는 유일하게 곁을 지키던 반려견까지 떠나보내고 혼자가 된 늙은 여자(손숙)와 위험한 바이러스에 감염돼 인공호흡장치로 연명하며 사경을 헤매는 중년 남자(김수현) 그리고 고독과 단절의 심연, 그 가운데서도 피어오르는 삶의 찬란한 희망 등을 표현하는 춤추는 남자(정영두)가 등장한다.

배삼식 작가는 “코로나 팬데믹 2년 동안 거의 매일 산책을 하면서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각자의 상념에 젖어 스치면서 지나가는 모습을 봤다”며 “그 수많은 산책에서 묵묵히 입을 닫고 혼자서 산책길을 걷고 있는 분들의 이미지로부터 이 작품은 시작됐다”고 털어놓았다.

“일반적인 연극이 목표를 정해두고 그것이 어떻게 되는지, 최종 목적지에서 어떤 결과를 낳는지에 집중하면서 관객들을 정신차릴 수 없을 정도로 사로잡아 멱살잡고 이끄는 것이라면 저는 조금 다른 걸 해보고 싶었습니다. 밀어붙이는 힘보다 어쩌면 보시는 분들께서 배우들의 말과 움직임 속에서 떠오르는 이미지, 각자의 상념들을 곱씹으며 조용히 오솔길을 걸으시기를 바라면서 썼는지도 모르겠어요.”

[2023 토카타] 여자(손숙), 남자(김수현) (2)
연극 ‘토카타’ 공연장면(사진제공=신시컴퍼니)

 

이어 “어떤 의도를 가지고 포기해버린, 연극의 가장 중요한 힘인 사건과 갈등의 자리를 다른 힘으로 어떻게든 채워야 했다”며 “그래서 똑같은 고립과 고독 속에 있지만 서로 다른 조건 속에서 다른 방향을 향해 걷는, 같은 장 안에서도 서로 다른 결과와 방향을 향해 마음을 움직이는 상태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기 위해 한쪽에서는 모든 접촉을 상실하고 혼자 걷고 있는 여자, 한편에서는 완전히 움직이지 못해 생명 유지 장치를 단 채로 완벽하게 자신의 육체 안에 고립된 남자 이야기를 교차시키면서 끌고 나가게 됐습니다. 스펙타클하고 다이내믹한 데 사로잡혀 무대에서 보여주는 대로 도취돼 보는 연극도 있지만 혼자서 조용히 산책하듯, 상념에 잡혀 능동적으로 무대에서 들리는 것과 교감하는 여유를 만들어 내고 싶었어요.” 

 

[2023 토카타] 춤추는 사람(정영두) (1)
연극 ‘토카타’ 공연장면(사진제공=신시컴퍼니)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 소장작인 앤드루 와이어스(Andrew Wyeth)의 ‘크리스티나의 세계’(Christina‘s World)에서 영감을 얻은 무대는 잔디로 빼곡하다. 그 잔디 위로 끝없이 산책하는 여자와 정지된 채 자신의 기억 속을 더듬으면서 산책하는 남자의 독립된 이야기들이 교차하고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은 정영두의 춤이 대신한다.

극 중 춤추는 남자로 출연하는 정영두는 “손숙 선생님과 김수현 배우의 연기를 보면서 그리고 텍스트를 읽으면서 인물들의 기분과 상황들을 짐작해 보는 것도 재밌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별한 지시가 있는 지문도 없었고 그냥 세 악장 사이에서 춤추는 사람이어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나 고민이 많았습니다. 연출님, 작가님께서 힌트를 주셨고 배우님들이 연기하는 걸 보면서 영감을 얻어 표현할 수 있었죠. 말이 아닌 조형적인 움직임으로 얻어지는 시각적 즐거움이나 정서가 작품 안에서 튀지 않게 해야 겠다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연극 토카타
연극 ‘토카타’ 창작진과 출연진. 왼쪽부터 배삼식 작가, 손진책 연출, 손숙, 김수현, 정영두(사진=허미선 기자)

 

손숙은 “제 이름을 건 마지막 작품일지도 모르는데 초심으로 돌아가 죽을 만큼 해보자 했다”며 “힘들었지만 생각 외로 재밌고 즐거운, 잊을 수 없을 만큼 사랑하는 작품”이라고 털어놓았다.

“어떤 때는 40대로 보는 것 같은 (손진책) 연출의 요구도 너무 즐거웠어요. 이 나이에 이런 작품을 할 수 있어 너무 감사하다, 그 이상은 아무 것도 없어요. 이 연극이 끝나고 죽어도 ‘오케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애착 가는 작업이었죠. (손진책 연출, 배삼식 작가, 배우 김수현, 안무가이자 무용가 정영두) 네 사람에 감사해요. 그 밖에는 할 말이 없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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