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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손숙 연극인생 60주년을 기념하는 4악장짜리 생의 찬가 ‘토카타’

[Culture Board] 데뷔 60주년 연극 '토카타' 손숙

입력 2023-08-16 18:30 | 신문게재 2023-08-1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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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토카타
연극 ‘토카타’ 연습장면(사진제공=신시컴퍼니)

 

“원로 아니고 ‘배우’인데요.” “저 앞으로도 계속 무대에 설 겁니다. 연극 할 거예요,”

스스로를 어떤 수식어도 없는 ‘배우’라고 소개하고 앞으로도 꾸준히 무대에 설 의지를 표현하는 배우 손숙이 연극인생 60주년을 맞아 ‘토카타’(Toccata, 8월 19~9월 10일 LG아트센터 서울 유플러스 스테이지)를 무대에 올린다. 

손숙은 유진 오닐의 연극 ‘밤으로의 긴 여로’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아 배우를 꿈꾸기 시작한 문학소녀였다. 고려대학교 사학과 재학시절인 1963년 ‘삼각모자’로 데뷔해 ‘어머니’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위기의 여자’ 등 꾸준히 무대에 올랐고 TV, 영화 등으로 활동영역을 넓힌 후 지금까지도 ‘햄릿’ ‘장수상회’ 등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연극 토카타
연극 ‘토카타’ 포스터(사진제공=신시컴퍼니)

“연극을 꿈꿨던 그 어릴 적 초심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새로운 연극으로 관객 여러분의 사랑에 보답하고 싶었다”는 그는 연극 무대 데뷔 60주년을 대부분 자신의 대표작이나 흥행작 중 하나로 ‘과거’를 기념하기 보다는 신작 ‘토카타’로 미래를 가늠한다. 


“몸은 굉장히 힘들지만 1963년 처음 무대에 섰을 때의 설렘을 느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손숙의 ‘토카타’를 위해 손진책 연출, 배삼식 작가, 이태섭 무대디자이너, 정영두 안무가, 최우정 음악감독, ‘아이다’ ‘시카고’ ‘빌리 엘리어트’ ‘마틸다’ ‘맘마미아!’ 등의 박명성 프로듀서가 기꺼이 함께 한다.

 

‘토카타’는 유일하게 곁을 지키던 반려견까지 떠나보내고 혼자가 된 늙은 여자(손숙)와 위험한 바이러스에 감염돼 인공호흡장치로 연명하며 사경을 헤매는 중년 남자(김수현) 그리고 고독과 단절의 심연, 그 가운데서도 피어오르는 삶의 찬란한 희망 등을 표현하는 춤추는 남자(정영두)의 이야기다.

단절 속에서 끝없이 산책하는 여자와 정지되고 움직이지 못하는 고립상황에서 자신의 기억 속을 더듬으면서 산책하는 남자, 독립된 인물들의 이야기는 말로 그리고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은 춤으로 구현되는 4악장짜리 연극이다.

제목 ‘토카타’는 이탈리아어로 ‘손을 대다’ ‘접촉하다’라는 뜻을 지닌 ‘토카레’(Toccare)에서 유래한 단어로 급속한 분산화음과 음계적 패시지(Passage)를 주체로 하는 기교적·즉흥적인 건반음악 형식이기도 하다. 

[연극 토카타] 연습 시연 장면 (1)
연극 ‘토카타’ 연습장면(사진제공=신시컴퍼니)

지금은 일상이 돼버린 코로나 팬데믹의 산책길에서 영감을 얻어 대본을 집필한 배삼식 작가의 표현처럼 “따뜻하거나 편안하지만은 않은, 어떤 면에서는 서늘하고 괴팍할 수도 있는 작품이다.” 

어쩌면 위험한 것으로 여겨지는 ‘접촉’을 통해 고독을 이야기하는 ‘토카타’에 대해 손진책 연출은 “이야기의 축도, 내러티브도 없지만 세 인물의 각자 독립된 이야기와 춤으로 이어가는 4악장의 연극”이라며 “마치 악보를 보듯 해보자는 생각으로 준비한 세 인물의 삼중주”라고 설명했다.

2023 연극 토카타 _ 손숙 프로필(컬러)
연극 ‘토카타’ 손숙(사진제공=신시컴퍼니)
“손숙의 연극인생 60년이 아니라 인생 80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존재론적인 고독에 대한 이야기지만 ‘슬프다’가 아니라 나이가 들어서도 저렇게 삶을 바라볼 수도 있구나 싶었어요. 어떤 고독이 아니라 생의 찬가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죠. 삶이라는 게 이렇게 찬란하구나를 오히려 역설적으로 느끼기를 바랐어요. 고독과 단절된 관계 속에서 나름대로 세상을 보는 눈이 생기고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방법도 배우게 되거든요.”

‘토카타’ 연습을 하면서 “제 인생을 한번 돌아보게 됐다”는 손숙은 “아름다웠던 젊은 시절, 아이들을 키울 때 행복했던 시절, 남편과의 아름다웠던 순간들, 키우던 개를 떠나보내고 쓸쓸했던 때 등을 떠올리다 보니 그냥 내 얘기, 내가 살아온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무대는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앤드루 와이어스(Andrew Wyeth)의 ‘크리스티나의 세계’(Christina‘s World)라는 하이퍼리온 그림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이태섭 무대 디자이어는 “(다리가 불편한 와이어스의 친구인) 여인 하나가 풀밭에 쓰러져 있다. 이는 극 속 반전으로 마지막까지 귀를 기울이시면 왜 풀밭이 됐는지 아시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손 연출은 “작가의 대사, 뉘앙스 등에서 자꾸 뭔가를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라며 “첫 장면부터 그렇다”고 전했다.

“그 첫 장면에서 여자의 상태를 깨닫는 관객도 있을 거고 얼마쯤 지나서 혹은 마지막까지도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저마다 삶의 방식을 갖고 살아가는 생명들에 대한 따뜻한 눈길, 그 생명들을 소중하게 보듬는 이들이 어딘가로 향하는 여정에서 발견하는 재미가 충분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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