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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노인일자리사업을 통해 자아실현은 계속된다

입력 2023-08-0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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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정 남서울대학교 휴먼케어학과 교수
이소정 남서울대학교 휴먼케어학과 교수
‘일’이라는 단어에는 많은 의미가 뒤섞여 있다. 피로와 보람이 있고 불안과 자긍심이 있으며 애환이 서려 있다. 우리는 보통 절대적인 시간을 일을 하며 보내며 직장동료와 벗이 되기도 하고, 경력이 쌓이면 성장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일’은 경제적 소득원일 뿐만 아니라 관계, 역량향상, 자존감 등 다차원적인 의미를 갖는다.

노인일자리사업이 처음 도입된 2004년,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속도의 고령화라는 충격적 현실에 직면했으나 노인복지 수준은 미비했고 자녀는 더 이상 노후보험이 될 수 없었다. 이에 대응해 시작된 노인일자리사업은 노후 4고(苦: 빈곤, 불건강, 고독, 무위)를 해결하는 정책으로 여겨졌다. 이후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 1위’가 사회적 화두로 부각됨에 따라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인의 소득보충에 정책 초점이 맞춰졌고 ‘공익활동(공공형)’이 집중적으로 확대됐다. 일의 여러 의미 중 특별히 소득의 의미가 강조된 정책으로 발전한 것이다.

도입 당시 3만여개에 불과하던 노인일자리가 20년간 80만개가 넘는 규모로 확대되면서 양적인 성장은 이뤄졌으나 질적인 측면에서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얼마 전 정부는 제3차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종합계획(제3차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향후 5년간 정책목표를 ‘노년기 자아실현’과 ‘노후소득보장’의 두 가지로 제시했다. ‘자아실현’이라는 단어의 등장이 낯설면서도 한편으로 벅차다. 노년과 자아실현의 조합이 낯설지만 앞으로 평균 백 살까지 살게 된다고 하지 않는가. 그간의 인생경륜을 바탕으로 자아실현에 도전할 만한 기간이다. 벅찬 이유는 노인일자리사업의 ‘질적 발전’이라는 과제가 비로소 비전을 찾았기 때문이다. 노인이 사회활동과 일자리 참여를 통해 역량을 향상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며 자아실현을 할 수 있게 지원하는 일자리임을 명확하게 제시한 것이다.

제3차 종합계획은 ‘신노년’이라 부르는 베이비붐 세대의 노년기 진입이라는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교육수준이 높고 건강하며 디지털 활용능력 뛰어난 은퇴자가 역량을 발전시켜 사회에 기여하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사회서비스형 노인일자리’를 정비해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학교 등 교육시설에서 학습보조, 장애인·노인 등 취약계층 대상 전문 돌봄 제공, 일자리를 찾는 또래 노인이 취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컨설팅, 공공행정업무 지원 등이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다. 또한 지역사회의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새롭고 혁신적인 일자리가 개발될 수 있다.

사회서비스형 일자리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참여자를 선발할 때부터 역량과 전문성을 반영해 다양한 계층의 참여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직무와 관련된 충분한 교육을 제공해 전문 역량을 향상하고, 사업참여 과정에서 이론은 실전이 되어 참여자 역량을 한층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어야 한다.

제3차 종합계획이 제시한 비전으로서 ‘자아실현’하는 노인일자리사업이 되기 위해서는 계획에 담긴 과제가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하며 무엇보다 사회적 지지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눈앞의 성과에 급급해 ‘몇 명을 취업시켰나’, ‘얼마나 안정된 고용으로 연결되었나’와 같은 잣대를 들이밀지 말자. 노인일자리사업으로 새로운 계기가 열릴 수 있고,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도 있으며 높아진 자존감은 가족과의 관계도 개선할 수 있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또는 상상하지 못하는 나비효과를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책이다. 우리는 모두 노인이 되므로 결국 머지 않은 미래의 ‘나’에 관한 일임을 잊지 말자.

이소정 남서울대학교 휴먼케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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