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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라흐마니노프, 리플렉션’ 발매한 선우예권 “라흐마니노프는 저를 들끓게 만드는 작곡가죠”

입력 2023-09-12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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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예권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

 

“라흐마니노프는 감정적으로, 가슴으로 저를 들끓게 만드는 작곡가 같아요. 라흐마니노프의 ‘코렐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은 17, 18세 무렵 (커티스 음악원 유학 당시의 스승인) 세이무어 립킨(Seymour Lipkin) 선생님에게 처음으로 가르침을 받았죠. 그때 선생님의 연주가, 소리가 아직도 귀에 남아 있어요. 그렇게 표현법에 대해 배우고 성장했던 것 같아요.”

12일 데카와의 두 번째 앨범 ‘라흐마니노프, 리플렉션’(Rachmaninoff, A Reflection)을 발매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은 왜 라흐마니노프인지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선우예권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

“라흐마니노프는 굉장히 대중적으로 다가오는, 직접적으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작곡가라고 생각했어요. 어려서부터 애정하고 좋아하던 작곡가죠. 제가 처음 미국으로 유학을 갔을 때가 만 15세 정도였어요. 저는 영재도 아니고 천천히 가는 아이다 보니 당시 상당히 고충을 겪었죠. 음악을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 어떻게 느끼고 표현하는지에 대한 생각도 전혀 없었어요. 음악을 들어도 감동받지 못하던 때 립킨 선생님의 연주로 성장하기 시작했죠.” 

 

선우예권은 2017년 한국인 최초로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16th Van Cliburn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에서 우승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그는 2020년 ‘모차르트’에 이은 데카와의 두 번째 앨범 ‘라흐마니노프, 리플렉션’에 라흐마니노프의 ‘코렐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 Op. 42’ ‘쇼팽 주제에 의한 변주곡, Op. 22’ ‘첼로 소나타 G단조, Op. 19’ 3악장: 안단테, ‘사랑의 슬픔’ 그리고 ‘모스크바의 종’이라는 부제로도 유명한 ‘전주곡, Op. 3’ 중 2번 등 6곡을 담았다.


“라흐마니노프는 뛰어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죠. 손도 크고 너무나 피아노를 잘 알고 있는 작곡가였기 때문에 많은 물감을 가지고 색채를 표현하고 다양하게 믹스할 수 있는 재료들을 남겼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만큼 피아니스트들은 고충을 느끼죠. 저 역시 힘겹게 10도각이 닿고 연주할 때 불편함을 많이 느껴요. 그렇게 어렵고 부담이 큰 패시지들인데 신기하게도 제 손에 잘 맞아 떨어지기도 해요.”

이번 앨범에 대해 선우예권은 “제 마음을 훔치고 요동치게끔 만든 작품들을 선정해 최대한 그 곡들에 더 다가가려 노력했다”며 “감정선을 더 유연하게 노래하기 위해 한뼘 정도 떨어져 바라보려고 노력했다”고 털어놓았다.

 

선우예권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

 

“라흐마니노프 음악에서는 광활하고 넓은 바다를 저공비행하는 느낌을 받아요. 대자연의 풍경을 상상하게 만들기도 하죠. 그래서 멜로디 라인을 더 긴 호흡으로, 완급조절이 선율 안에서 이뤄지는 게 특징이고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작곡가예요. 러시아 작곡가들의 특징이 완만하다면 라흐마니노프는 넣고빠지는 힘들의 밸런스를 잘 찾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앨범 작업 전 부비동염, 편도선염 등이 한꺼번에 발병해 녹음 중 병원으로 달려가 수액을 맞아야 했을 정도로 신체적·정신적 컨디션 난조를 겪었던 그는 ‘라프마니노프, 리플렉션’을 “가슴 아픈 앨범이고 많은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그래서 애정과 애착이 남다른 특별한 앨범”이라고 표현했다. 

 

그런 그의 여정이 고스란히 담긴 앨범명 ‘리플렉션’은 “저의 투영이자 거울을 바라보듯 저 스스로를 다시 한번 돌아보고 점검할 수 있었던 시간”의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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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선우예권(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

“거울을 보고 싶을 때도 있지만 어떤 때는 보고 싶지 않을 때도 있잖아요. 그렇지만 그 또한 제 모습이기 때문에 직면하고 싶었어요. 모든 저의 모습들은 1, 2년 후의 제가 되기 위한 것들이고 그래서 그 모습을 회피해 버리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의미에서 ‘리플렉션’이죠. 그래서 다시 한 단계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된 앨범인 것 같아요. 가슴 아프기도 하고 애정이 너무 크기도 하고, 아이 같은 특별한 앨범이죠.” 

 

더불어 “어두운 밤하늘, 잔잔한 물결에 리플렉션되는 달빛을 좋아해서 그걸 의미하기도 한다”고 전한 선우예권은 이번 앨범이 “한분 한분의 마음과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털어놓았다.

“퇴근길 운전을 하거나 버스, 지하철 안에서 정신없는 일상, 공부를 하면서 어려움을 느끼시는 분들과 함께 하고 싶어요. 어떤 상황을 겪고 계시든 이 앨범이 그 분들의 마음에 함께 할 수 있는 선물이 됐으면 좋겠어요.”

9월 23일 화성을 시작으로 울산, 부산, 김해, 대전, 성남, 함안, 익산, 안양, 서울, 여수 등 11개 지역의 순회 리사이틀을 앞두고 있는 그는 최근 청와대에서의 ‘2023 블루하우스 콘서트’를 비롯해 전북 김제의 시골집 앞마당 등 독특한 공간에서의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그 분위기가 굉장히 애틋하면서 제가 연주를 더 사랑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가져다주는 것 같다”며 “(시골집 앞마당 콘서트를 한 ‘오느른’) 유튜브 채널을 다시 찾아보곤 하는데 제 연주지만 너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청자들의) 코멘트들도 제가 황송할 정도로 너무 따뜻하게 표현해 주시죠. 그 소중한 말씀들로 다시 연주할 에너지를 보충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어떤 공간이든 음악을 애정하고 사랑하는 분들이 계신 곳이라면 가고 싶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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