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오피니언 > 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 진화의 디딤돌은 ‘공유’와 ‘공존’ 그리고 ‘공감’이다

입력 2023-10-03 14:01 | 신문게재 2023-10-04 19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20230822010006020_1
허미선 문화부장
“초능력 그게 뭔데? 사람의 진짜 능력은 공감 능력이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게 무슨 영웅이야.”

 

전세계적으로 시청되고 있는 OTT 플랫폼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무빙’ 중 전 국정원 요원 이미현(한효주)이 타고난 비행 능력을 자랑하다 친구를 다치게 한 어린 아들 김봉석(이정하)에게 ‘공감’을 강조한다. 그렇게 ‘공감’은 기술 발전으로 급변하는 지금, 뻔하지만 어디에 대입하든 가장 유효한 키워드일지도 모른다.

63년 만에 발생한 사상 초유의 미국작가조합(WGA)의 ‘할리우드 셧다운’이 막을 내렸다. 지난 5월 할리우드 작가 1만 5000여명이 속한 WGA가 넷플릭스, 월트디즈니, 워너브라더스, 유니버설 등이 속한 영화·TV 제작자연맹(AMPTP)에 대항하기 위해 시작한 지 5개월여 만이다.

넷플릭스의 테드 서랜도스, 월트디즈니의 밥 아이거,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의 데이비드 자슬라브, NBC유니버설의 도나 랭글리 등 제작사 CEO 등과 진행한 5일간의 마라톤 협상 끝에 끌어낸 합의안은 저작권료 인상, 작업 환경개선,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작가들의 권리 보호를 골자로 한다.

AMPTP의 진정한 공감과 의지에 따른 합의안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플러스까지 “가구 내가 아니면 계정 공유 불가”라며 자신들의 권리는 주장하면서도 온라인 콘텐츠 소비 증가에 따른 그 어떤 대가도 작가들에게 지불하지 않고 창작과정에 AI를 도입하면서 작가들의 창작물을 무작위로 활용하던 파업 이전보다는 나아질 기미라도 보이는 봉합이다.

WGA와 극적 합의라는 산을 넘어선 AMPTP는 이제 배우·방송인조합(SAG-AFTRA)과의 협상을 남겨두고 있다. 스트리밍 사업으로 인한 수익에 따른 공정한 분배도, AI 도입으로 인한 활용에 그 어떤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던 작가들 뿐 아니라 아티스트들도 재상영분배금 정산 문제를 비롯한 AI에 의한 복제·재가공 작품에 대한 ‘디지털초상권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높이며 지난 7월부터 파업 중이다.

어쩌면 이 첩첩산중은 플랫폼들의 자충수에 가깝다.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면서도 창작자, 아티스트들의 권리는 나 몰라라, 그 어떤 대안이나 시스템 구축도 없이 기술발전의 후광을 ‘공유’하기보다는 ‘독점’하려던 대가인 셈이다.

기술 발전은 더욱 빨라지고 정교해질 것이 분명하다. 사람을 기계가 대체하는 것, 그 과정에서 누군가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것은 진보도, 발전도, 진화도 아닌 디스토피아로 가는 지름길이다. 일각에서는 두 조합의 파업으로 미국 내 경제적 손실이 50억 달러(한화 약 6조 6700억원)에 이른다며 “모두에게 악순환”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는 두 조합의 파업 때문이 아니다. 그 어떤 상생 방안도, 권리 보호도 고려하지 않았던 게 먼저다. 이는 AMPTP와 WGA, SAG-AFTRA 사태에서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웹툰, 개인 창작물, 유튜브 복제, 문학작품 등 인간의 창작활동을 아카이브로 기술을 도입하는 모든 데서 고려하고 선결해야 하는 것들이다.

 

허미선 문화부장  hurlkie@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