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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시대상 표현한 예술작품

입력 2023-10-04 14:16 | 신문게재 2023-10-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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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

올해는 한국-인도 수교 50주년이다. 세계 1위 14억 인구수를 자랑하는 인도는 풍부한 노동력, 서방 글로벌 기업들의 탈중국화로 인한 반사이익, 활발한 소비시장 등으로 인해 지난해 명목 GDP 기준 세계 5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인도가 10년 안에 일본, 독일을 제치고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에 오를 거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관료들의 부패와 극심한 빈부격차 등 경제성장의 걸림돌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급속한 경제성장과 빠른 서구화 속에서 이면에 가려진 인도의 모습을 예술적으로 표현해 현대 미술계의 찬사를 받고 있는 인도 작가가 있다. 수보드 굽타(Subodh Gupta)는 인도 하층민들이 주로 사용하는 흔한 스테인레스 스틸 냄비, 양동이, 수저, 고물식기, 그리고 힌두교에서 신성시 되는 소의 배설물 등을 소재로 독창적인 작업을 해오고 있다. 굽타는 회화작품 위주였던 인도 현대미술의 지형을 퍼포먼스, 조각, 설치, 회화, 사진, 공연, 비디오 등으로 확대하여 세계 미술계의 관심을 인도로 향하게 한 장본인으로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라있다. “가장 일상적인 것이 가장 신성하다”고 말하는 그의 가치관은 배금주의, 물질주의를 향해 질주하고 있는 한국사회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예술은 그 나라의 문화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아버지가 먹다 남긴 밥을 먹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모티프를 얻었다는 굽타의 초기 회화 작품들은 봉건적인 힌두문화와 인도 극빈자들의 이면을 고스란히 그려낸다. 그는 재래시장에서 직접 구입한 식기들로 거대 해골 조형물을 탄생시켰다. 이는 삶의 흔적인 그릇들을 통해 죽음을 상징하는 해골을 표현한 것으로 죽음 앞에서 모두가 평등하다는 무언의 메시지이자 인도 사회의 고질적 문제인 카스트제도를 비판한 것이다.

굽타의 작품은 영국 런던 테이트 브리튼,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독일 프랑크푸르트 MMK 현대미술관, 인도 뉴델리 국립현대미술관, 핀란드 사라 힐덴 미술관 등이 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굽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컨벤션센터 야외정원에 가면 4000개 스테인리스 스틸 주방용품으로 만든 대형작품 ‘Ray’가 전시돼 있으며 천안종합버스터미널 아라리오 조각공원에도 인도인들이 사용하던 스테인레스 그릇들로 만든, 원자폭탄 버섯구름 모양의 ‘Line of control 통제선’이 설치돼 있다.

양국 수교 50주년을 기념한 의미있는 예술교류 행사도 눈길을 끈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서는 10월부터 내년 2월까지 인도작가 총 17명의 도자 조형, 설치, 영상작품 등 총 32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동시대 인도 도자예술을 만나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인도와 한국작가들 20명이 서로 소통하고 교류하는 ‘2023 한국-인도 아티스트 캠프’도 있다. 난생 처음 인도 작가, 한국 작가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는 이들은 “특별한 섬에서 정성이 가득한 프로그램들을 체험하며 색다른 예술적 영감을 얻었다”고 입을 모았다.

춘천 남이섬에 모여 지난 9월 5일부터 열흘 간 함께한 이들의 작품들은 9월 20일부터 11월 17일까지 인사동 마루아트센터를 시작으로 춘천, 대구 등 한국 주요 도시와 인도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전시된다. 남이섬은 2015년부터 매년 ‘나미나라 인도문화축제’를 주한인도대사관과 개최해 왔다.

 

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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