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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응답? 조작? 한국방송통신대 '교명' 선호도 조사…'가짜메일' 외면

한국방송통신대…현재 교명-국립미래대 두고 '선호도 2차 조사' 실시
학생 등 방통대 구성원 한정, 인증-IP 제한 없어…외부인-가짜메일 참여 가능
부정응답 우려, 올해 정부 지원 약 500억 방송대 "어쩔 수 없다"

입력 2023-10-1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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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사진=브릿지경제DB)

매해 혈세 수백억원이 투입되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가 학교 경쟁력 제고, 위상 강화 등을 내세우며 교명 변경을 추진 중이지만 공정성, 신뢰성이 확보되지 않은 것으로 의심되는 의견수렴을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대학가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마감되는 ‘국립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명 변경 후보안 2차 선호도 조사’에서 방송대는 현 교명과 ‘국립미래대학교’에 대한 선호도 설문조사를 실시, 참여 대상은 △재학생 △졸업생 △교직원으로 한정했다.

앞서 지난 8~9월 이뤄진 방송대 교명 변경 관련 1차 선호도 조사에서 △국립미래대학교 △국립우리대학교 △국립원격대학교 등 후보군 중 ‘국립미래대’가 1순위에 올랐다. 지난 4일부터 진행된 2차 선호도 조사는 휴대전화 문자서비스(SMS), 학교 홈페이지 등을 통해 참여 방법이 안내됐다.

방송대 측은 ‘미래 100년의 관점’을 강조하며 ‘교명 변경 관련 1·2차 선호도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교내 각종 의사결정기구 논의를 거쳐 교명 변경안이 최종 선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명 선호도 조사 참여 대상을 두고 방송대는 재학생, 졸업생, 교직원 등으로 한정했다. 취재 결과 이번 조사는 방송대 학생 등 구성원 인증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이메일’ 입력만으로 설문 참여가 가능하도록 설정됐다.

또한 학교 이메일 계정을 개설하지 않고도 OOOOOO@OO.OO 등 형식만 갖춘 ‘가짜메일’ 입력만으로 투표에 참여할 수 있었고, 이 같은 방식으로 반복 참여도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사람이 이메일 계정을 다수 개설하거나 실제 존재하지 않는 메일 계정을 임의로 입력한 뒤 설문조사에 참여하는 방식을 반복할 수도 있으나 부정 응답을 막기 위한 구성원 인증 과정, 아이피(IP) 제한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매크로 등을 이용해 외부인이 조사 대상보다 더 많은 응답에 나설 경우 설문 결과 자체가 조작될 우려마저 있었다.

방송대 교명 선호도 조사 관련 업무를 대행하는 업체 측은 “인증을 따로 받지 않아도 된다”면서, 기재 실수 등으로 인한 설문조사에 대해선 “회수가 안 된다”며 번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메일을 잘못 기입한 설문조사의 경우 ‘알려줘야 허수를 발견하는 거냐’라는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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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명 변경 후보안 2차 선호도 조사 안내문. (방송대 온라인 설문지 캡처)

교명 변경을 두고 방송대 학생, 동문 등은 온라인 커뮤니티, 학내 게시판 등에서 학교 명칭 교체를 반대하는 의견이 오르내리는 상황이다. 방송대 한 학생은 “학교가 신경을 썼다면 (가짜메일 참여 등이) 가능하도록 했겠나”라면서 “교명 변경에 대해 학생들의 반대 입장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허위 참여, 조작 가능성 등을 두고 방송대는 설문조사 결과가 교명 변경을 확정하는 요소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방송대 관계자는 “메일 계정들을 돌려가면서 (설문조사를) 한다면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다. 걸러낼 수 없다”면서, 가짜메일 입력 후 조사 참여에 대해선 “의견을 여쭈는 것이니깐, 그렇게 한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방송대 측은 “교내 의사결정기구가 있고 거기서 (2차 선호도 조사) 결과치에 대해 참고자료로 활용한다”며 “교명 변경은 의사결정기구에서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위 입력 등을 통해 설문조사 결과가 조작되거나, 허수로 인해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으나 방송대는 교명 교체 여부를 결정하는 의사결정기구에 2차 선호도 조사 데이터를 참고자료로 제출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설문 조작 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방송대 측은 학생들을 폄하하는 듯한 발언도 내뱉었다. 방송대 직원은 “방송대 학생들의 (학교) 이메일 계정은 한정되어 있고, 졸업하면 학교 메일을 사용할 수 없다”면서 “10개, 100개씩 (이메일) 계정을 만들 정도로 학생들이 젊지도 않고 할 줄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방송통신대의 올해 중앙정부이전수입은 523억원으로, 전년도보다 약 40억원 늘어난 정부 지원이 이뤄졌으며 방송대 전체 예산 중 약 38.5%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류용환 기자 fkxpfm@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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