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음악

[비바100] 학자 그리고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 “인류에 없어서는 안될 음악 그리고 인문학”

[人더컬처] 테너·인문학자 이안 보스트리지

입력 2023-10-23 18:00 | 신문게재 2023-10-24 11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이안 보스트리지 2 Credit Warner Classics
이안 보스트리지ⓒ워너클래식(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

 

“음악은 지극히 인간적이면서 인간을 초월하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인간적인 것과 인간적이지 않은 두 세계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인류에게 분명 없어서는 안 될 존재죠. 인류의 역사, 우리의 사회 등을 이해하고 도덕적인 존재로서 거듭나기 위해, 더불어 미래에는 어느 곳을 향해야 할지를 알기 위해서는 인문학 뿐 아니라 음악에 대한 이해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인문학과 음악, 두 가지 모두를 놓쳐서는 안되는 이유죠.”


세계적인 테너이자 인문학자이며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이안 보스트리지(Ian Bostridge)는 음악과 인문학에 대해 “인류가 놓쳐서는 안되는 두 가지”라고 표현했다.
 

이안 보스트리지 Credit Ben Ealovega
이안 보스트리지ⓒBen Ealovega(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

옥스퍼드·캠브리지 대학에서 학위를 딴 철학·역사학 박사인 그는 스물아홉이던 1993년 전설적인 독일의 리트전문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Dietrich Fischer-Dieskau)의 권유로 영국 위그모어홀에서 성악가로 데뷔했다. 

 

1995년까지 옥스퍼드 대학 강단에 서면서 성악가 활동을 병행하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 ‘물랑루즈’ ‘로미오와 줄리엣’ ‘댄싱 히어로’ 등의 각본가이자 연출가인 바즈 루어만 예술감독의 오페라 ‘한여름밤의 꿈’에 캐스팅되면서 성악가로 전업했다.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등 11월 유례없는 내한 러시를 예고한 글로벌 클래식 악단들 대부분과 협연했던 그는 2017년 ‘셰익스피어의 노래’로 그래미에서 베스트 클래식 솔로 보컬 앨범상을 수상했고 폴 로저러프 쿠퍼 상의 논픽션 부문 수상작인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의 저자이기도 하다.

“학자적인 관점에서 집필할 때보다는 예술가로서 임할 때 폭 넓은 글을 쓸 수 있어요. 학자였을 때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하고 분석했던 습관과 훈련이 지금 음악가로서의 삶에 큰 도움이 됩니다.”

한국 클래식 앙상블의 원조 격인 세종솔로이스츠가 주최하는 제6회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11월 9~2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JCC아트센터, 거암아트홀, 코스모스아트홀, 언커먼 갤러리 외, 이하 힉엣눙크)에서 이안 보스트리지는 헤드라이너로서 성악가와 인문학자의 면모를 발휘하는 무대를 꾸린다.

 

“축제를 위한 연주는 훌륭한 음악가들과 직접 교류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늘 즐겁습니다. 각기 다른 배경과 문화를 가진 음악가들의 정치, 이상, 예술 등이 음악을 통해 하나로 이어지는 기회를 제공 받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죠.”

 

이안 보스트리지 Credit Warner Classics
이안 보스트리지ⓒ워너클래식(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

 

헤드라이너로서 그는 랭보의 9개 연가시에 음악을 붙인 벤자민 브리튼(Benjamin Britten)의 ‘일루미나시옹’(Les illuminations 11월 1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선보이는가 하면 ‘음악, 인문학으로의 초대’(11월 9일 거암아트홀)라는 제목의 렉처를 진행한다. 

 

그는 ‘일루미나시옹’에 대해 “환각적 이미지로 가득한, 관능적이고 재미있으면서 어둡기도 한 작품”이라며 “인간사를 거울처럼 온전히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규모가 큰 음악이지만 슈베르트나 슈만 못지않게 섬세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작품이기도 하죠. 많은 소프라노들이 무대에 올린 작품이지만 제 생각으론 테너가 부를 때 더 자연스러워요. 남성의 목소리가 작품 특성에 좀 더 잘 맞는 것 같거든요. 마치 꿈의 세계를 통해 감성적인 여행을 떠나는 느낌이랄까요.” 

 

이안Kalpesh Lathigra
이안 보스트리지ⓒKalpesh Lathigra(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

 

이어 “저는 오랜 시간 여러 단체들과 이 곡을 연주했는데 해석은 연주마다 다르다”며 “저 스스로는 그 변화를 알아차리기가 어려울 수도 있는데 예전보다 더 어둡고 커진 목소리가 음악에도 변화를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브리튼은 성악 작곡에 능했고 언어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일루미나시옹’을 통해 아주 독특한 방식으로 랭보를 조명하죠. 다른 한편으로는 (뜻을 몰라도) 소리 그 자체로도 즐길 수 있는, 즉각적으로 이해되고 마음을 끄는 소리의 세계를 창조해냈습니다. 랭보의 시도 그렇지만 브리튼의 작품에서 언어가 만들어내는 소리는 시어의 의미만큼이나 중요해요. 가사를 사전에 읽고 오시면 그 소리와 뜻을 결합해 좀 더 재미있게 감상하실 수 있을 거예요.”

이안 보스트리지 Credit Kalpesh Lathigra
이안 보스트리지ⓒKalpesh Lathigra(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

힉엣눙크 뿐 아니라 한국 클래식계에서는 흔히 접하기 어려운 렉처 형식의 무대를 준비 중이기도 한 이안 보스트리지는 “제가 부를 ‘일루미나시옹’의 작곡가인 브리튼과 전쟁의 연관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브리튼은 전쟁에 반대하며 미국으로 이주하는가 하면 영국 합창의 대표 레퍼토리인 ‘전쟁 레퀴엠’ ‘우리들 사냥의 조상들’ 등을 비롯한 작품에 반전 철학을 담아내기도 했다.

 

“브리튼은 20세기 후반을 대표하는 위대한 작곡가죠. 20세기를 통틀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작곡가라고 생각합니다. 브리튼은 경력 초기부터 다양한 사회적 주제를 여러 작품에 직접 담아냈어요. 저 역시 요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을 보면서 다양한 시각으로 그 현상을 바라보려는 노력하고 있죠. 이 정도까지만 귀뜀을 해드려도 될까요?”


최근 전세계적으로 급부상한 한국, 한국의 음악가 그리고 한국 관객들에 대해 이안 보스트리지는 “한국 음악가들은 오케스트라 단원이든 앙상블 멤버든 독주자든 무대가 원하는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며 “한국인들의 음악적 능력은 전 세계 음악 무대에 막대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어디에도 한국처럼 음악에 목말라하고 열광하는 젊은 층으로 가득한 청중은 없거든요. 작년 롯데콘서트홀에서 줄리어스 드레이크와 함께 ‘겨울 나그네’를 공연한 적이 있어요. 대한민국의 월드컵 경기가 있던 바로 다음 날이었죠. 그날 관객들이 슈베르트 작품에 큰 애정을 가지고 있음이 느껴졌습니다. 몇 년 전에는 통영의 훌륭한 홀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는데 연주홀은 물론 반짝이는 바다 위의 무수한 푸른 섬까지 아름다웠습니다. 한국은 정말 아름다운 나라예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