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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연륜에 빠지거나 패기에 반하거나! 가을, 치열한 클래식대전

[키워드+] 조성진과 베를린 필·게반트하우스, 빈필과 랑랑, 정명훈·임윤찬과 뮌헨 그리고 힉엣눙크!…가을, 치열한 클래식대전

입력 2023-10-06 18:30 | 신문게재 2023-10-0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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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대전(大戰)이다. 그리고 클래식 공연 관계자들이 한목소리로 외치듯 “별들의 전쟁”이다.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시작으로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280년 역사를 자랑하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11월 전후로 세계적인 클래식 오케스트라들이 한국을 찾는다.

이 악단들은 저마다의 음색과 레퍼토리들 그리고 스타 지휘자·연주자와의 협연으로 무장하고 ‘스타워즈’를 예고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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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필, 안드리스 넬슨스의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와 협연하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사진제공=빈체로)

 

키릴 페트렌코(Kirill Petrenko)가 이끄는 베를린 필, 안드리스 넬슨스(Andris Nelsons)의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는 한국의 스타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정명훈이 이끄는 뮌헨은 임윤찬·클라라 주미 강과 협연한다.  

 

투간 소키예프(Tugan Taymourazovitch Sokhiev)가 지휘하는 빈필과 중국의 피아니스트 랑랑, 최근 급부상한 클라우스 메켈레(Klaus Mekele)가 지휘하는 오슬로와 바이올리니스트 재닌 얀센(Janine Jansen), 파비오 루이지(Fabio Luisi)의 로열 콘세트르헤바우와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Yefim Bronfman), 파보 예르비(Paavo Jarvi)가 이끄는 취리히 톤할레와 한국의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에드워드 가드너(Edward Gardner)의 런던 필하모니와 크리스티안 테츨라프(Christian Tetzlaff) 등 대단한 아티스트들이 함께 무대를 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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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가드너가 이끄는 런던 필하모니(사진제공=빈체로)

4년만에 내한하는 런던 필하모닉(10월 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에드워드 가드너의 지휘로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 브람스 ‘교향곡 제1번’ 그리고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와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선사한다.

그래미·그라모폰·디아파종 등의 상을 휩쓴 파보 예르비가 이끄는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10월 1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는 브람스 ‘교향곡 제1번’ 그리고 김봄소리와 함께 닐센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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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 오케스트를 이끄는 신성 클라우스 메켈레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지휘봉을 잡는다(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

 

27년만에 내한하는 오슬로 필하모닉(10월 30일 롯데콘서트홀)은 떠오르는 27세의 신성 클라우스 메켈레가 처음 지휘봉을 잡는 한국 무대다. 이들은 올 시벨리우스 프로그램으로 ‘투오넬라의 백조’ ‘교향곡 제5번’ 그리고 바이올리니스트 재닌 얀센과 ‘바이올린 협주곡’을 선보인다.

한 공연 관계자는 이 공연에 대해 “지난해 파리 오케스트라와의 첫 내한 무대가 취소된 데 클래식 팬들의 아쉬움이 컸던 클라우스 메켈레의 첫 내한 공연”이라며 “유럽의 주요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명실상부 ‘포디움의 황태자’로 등극한 그의 지휘를 직관할 수 있는 기념비적인 공연”이라고 의미를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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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키릴 페트렌코와 베를린 필하모니(사진제공=빈체로)

 

2019/20 시즌부터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키릴 페트렌코 상임지휘자 겸 예술감독과 6년 만에 내한하는 베를린 필(11월 11~1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11월 11, 12일 양일간 전혀 다른 프로그램으로 색다른 무대를 선사한다.

11일에는 모차르트 ‘교향곡 제29번’, 베르크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세개의 작품’, 브람스의 ‘교향곡 제4번’을 통해 오롯이 베를린 필 사운드를 선사한다. 12일에는 조성진과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4번’과 더불어 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를 연주한다.

한 공연 관계자는 베를린 필의 ‘영웅의 생애’를 가장 기대되는 연주로 꼽았다. 그는 “최소 100명이 무대에 오르는 베를린 필의 ‘영웅의 생애’가 가장 기대된다”며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가 내한해 ‘영웅의 생애’ 같은 엄청난 대편성의 작품을 연주하는 일이 정말 드물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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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리스 넬슨스가 이끄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사진제공=마스트미디어)

 

그래미상 최우수 오케스트라 퍼포먼스 부분 수상자인 안드리스 넬슨스가 이끄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11월 15~1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역시 11월 15, 16일 두 공연의 프로그램이 상이하다.

15일에는 멘델스존의 ‘아름다운 멜루지네 서곡’, 조성진과 협연하는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 제54번’, 멘델스존의 ‘교향곡 제3번-스코틀랜드’를, 16일에는 협연자 없이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전주곡과 사랑의 죽음’ 그리고 브루크너의 ‘교향곡 제9번’을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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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스트로 파비오 루이지가 이끄는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

 

투간 소키예프가 지휘하는 빈필은 (11월 7~8일 예술의전당) 프로코피예프의 ‘교향곡 제5번’(7일), 베토벤의 ‘교향곡 제4번’, 브람스의 ‘교향곡 제1번’(이상 8일) 그리고 랑랑과 생상스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7일)을 선보인다.


네덜란드의 국보급 악단으로 베를린·필, 빈 필과 더불어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로 손꼽히는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 11월 11일 롯데콘서트홀)는 6년만에 마에스트로 파비오 루이지,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과 한국무대에 오른다. 

 

RCO만의 독보적인 음색으로 즐기는 베버의 ‘에베론’ 서곡,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제5번’ 그리고 예핌 브로프만과 협연하는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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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스트로 파비오 루이지가 이끄는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

 

롯데콘서트홀 관계자는 “해외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에서 악단, 지휘자, 협연자 모두를 최고 수준의 연주자로 구성하는 일은 흔치 않다. 이런 기준에서 RCO 공연은 악단의 명성과 더불어 지휘자 파비오 루이지,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 모두 월드 클래스라는 타이를에 걸맞은 아티스트로 구성된, 다시 경험하기 어려운 명불허전의 무대”라고 소개했다.

정명훈이 이끄는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11월 26·30일 예술의전당, 28일 남한산성아트홀 대극장, 29일 세종문화회관, 12월 1일 롯데콘서트홀)는 예술의전당, 롯데콘서트홀, 세종문화회관 등 서울을 대표하는 클래식 공연장 세 군데를 비롯해 경기도 광주의 남한산성아트홀 무대에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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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 필하모닉을 이끌 정명훈(사진제공=빈체로)

 

11월 26일, 12월 1일에는 베토벤 ‘교향곡 제3번’, 임윤찬과 ‘피아노 협주곡 제4번’을, 11월 28일과 30일에는 베토벤 ‘교향곡 제7번’, 클라라 주미 강과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선보인다.

 

글로벌 명문 오케스트라 러시에 한 클래식 공연 관계자는 “파보 예르비, 정명훈, 재닌 얀센, 크리스티안 테츨라프 등 최고참 음악가 vs 클라우스 메켈레, 김봄소리, 임윤찬, 조성진, 이고르 레비트(Igor Levit), 베조드 압두라이모프(Behzod Abduraimov) 등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오는 2-30대 연주자들의 연주를 모두 들어볼 수 있는 기회”라고 전했다.

이어 “관객들은 이들의 연주를 들으며 연륜의 음악을 선호하는지, 패기의 젊은 음악을 좋아하시는지 스스로의 음악 취향을 가늠해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라고 관전 포인트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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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이 이끄는 뮌헨 필하모닉과 협연하는 피아니스트 임윤찬(사진제공=빈체로)

 

글로벌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러시 틈바구니에서 새로운 콘셉트, 프로그래밍으로 승부수를 띄우며 분투하는 클래식 행사들도 있다. 한 클래식 관계자는 베조드 압두라이모프의 피아노 리사이틀(11월 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추천 공연으로 꼽았다.

그는 “내한해서 라흐마니노프와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했었는데 파워풀하고 낭만적인 음악에 정말 강점을 보이는 피아니스트”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이번 리사이틀에서 베조드 압두라이모프는 프랑크의 ‘프렐류드, 푸가와 변주곡’, 사이다미노바의 ‘고대 부하라의 성벽’,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 라흐마니노프의 ‘프렐류드 Op. 32, No. 5& Op. 23, No5’, 피로코피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 중 10개의 모음곡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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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조드 압두라이모프(사진제공=빈체로)

  

한국 클래식 앙상블의 원조 격인 세종솔로이스츠의 ‘제6회 힉엣눙크! 뮤직페스티벌’(11월 9~2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JCC아트홀, 거암아트홀, 코스모스아트홀, 언커먼 갤러리 외, 이하 힉엣눙크!)은 세계적인 테너이자 인문학자 이안 보스트리지(Ian Bostridge)를 전면에 내세운 ‘렉처’ 콘셉트를 핵심으로 승부수를 띄운다.

힉엔눙크! 관계자는 “힉엣눙크!는 트렌드를 점검하고 새로운 화두를 던지는 축제 답게 매년 별도의 축제 타이틀이나 포맷을 지정하지 않는다. 마치 잘 차려진 셰프 특선 요리처럼 세종솔로이스츠가 다각도로 엄선한 공연들이 펼쳐진다”며 “올해 축제는 고전 음악의 근본을 이루는 것들에 대한 고찰이 눈에 띈다”고 전했다. 

 

“인문학에 대한 탐구를 담은 렉처, 영유아와 양육자를 위한 콘서트가 새롭게 기획됐습니다. 더불어 스타 음악가와 세종솔로이스츠의 음악적 협업, 라이징 스타를 발굴하는 노력, 예술과 테크놀로지가 만나는 접점에 대한 기획은 전년에 이어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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힉엣눙크! 뮤직베스티벌에 참여하는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

힉엣눙크!가 이례적으로 전면에 내세운 이안 보스트리지는 ‘해리 포터’ ‘노래하는 인문학자’ ‘최고의 에반젤리스트’ 등으로 불리는 성악가로 29세에 음악을 시작한 늦깎이 테너다.


옥스퍼드·캠브리지 대학에서 철학·역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인문학자 출신으로 옥스퍼드 대학의 역사교수이기도 했다.

유창한 독일어와 불어, 타고난 미성과 섬세한 곡 해석, 분명한 대사 전달 등으로 ‘최고의 에반젤리스트’로 불리는 이안 보스트리지는 제6회 힉엣눙크!에서 렉처 ‘음악, 인문학으로의 초대’ 그리고 세종솔로이스츠와 함께 하는 ‘일뤼미나시옹’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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힉엣눙크! 뮤직베스티벌에서 다채로운 색소폰의 매력을 선사할 스티븐 뱅크스(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음악가가 인문학 렉처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옥스퍼드 인문학 박사인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의 인문학 탐구가 볼 거리”라며 “주목할 만한 공연은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할 색소포니스트 스티븐 뱅크스(Steven Banks)”라고 귀띔했다.


이어 “지난해 에이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Avery Fisher Career Grant, 주목할 만한 신인 연주자를 선발해 후원하는 상) 수상자”라며 “그 간은 좀체 접할 수 없었던 색소폰의 무한한 스펙트럼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게 2023년 가을은 글로벌 명문 악단들의 내한 러시, 그 포화 속에서도 착실하게 독자적인 콘셉트와 프로그래밍으로 분투하는 공연들 등으로 다채로운 클래식의 향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클래식 업계에서는 “이 좁은 시장에서 이러다가는 다 죽어”라고 우스갯소리 겸 서글픈 하소연을 하지만 클래식 애호가들에게는 꽤 흥미롭고 다이내믹한, 쓸쓸할 틈도 없을 가을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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