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의 피나렐를 장식할 색소포니스트 스티븐 뱅크스ⓒChris Lee(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 |
“작곡가 엑토르 베를리오즈(Louis Hector Berlioz)는 색소폰에 대해 ‘울고 한숨짓고 꿈꾼다. 크레셴도를 지니고 있고 메아리의 메아리만 남을 때까지 소리를 점차 줄일 수도 있다. 내가 아는 한 가청음의 범위 밖까지 도달할 수 있는 악기는 색소폰밖에 없다’고 했어요. 색소폰 소리에 관한 묘사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표현이죠. 정말 멋진 표현 아닌가요?”
색소포니스트 스티븐 뱅크스(Steven Banks)의 전언처럼 이렇게나 멋진 음색과 선율의 색소폰 레퍼토리만을 맛볼 수 있는 연주회를, 한국에서 접하기란 여전히 쉬운 일이 아니다.
제6회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의 피나렐를 장식할 색소포니스트 스티븐 뱅크스ⓒChris Lee(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 |
“특별히 제가 작곡한 ‘컴 애즈 유 아’(Come As You Are)를 챔버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버전으로 새롭게 편곡했어요. 이번 힉엣눙크!에서 세종솔로이스츠와 함께 세계 초연할 예정입니다.”
‘컴 애즈 유아’에 대해 스티븐 뱅크스는 “제 가족(어머니와 세 여자 형제들)에게, 더불어 내 성장 배경이 내가 음악과 삶 전반을 이해하는 데 미친 영향에 바치는 곡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몇 년 동안 해오고 있었다”며 “힉엣눙크!의 영 콘서트 아티스트 리사이틀을 준비하면서 개인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을 소개하기에 이보다 좋은 기회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탄생한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클래식 음악가일 때는 제 동료의 대부분인 흑인들의 문화를 그리고 그것이 내 연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거의 인식하지 못해요. 노스캐롤라이나 출신 흑인으로 존재할 때 제 가족이나 친구들은 클래식 연주자이자 작곡가로서 제가 좋아해서 하는 일에 대해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죠. 그래서 두 세계를 완전히 분리해 살아왔어요. 각 세계에서 마치 다른 한쪽은 없는 것처럼 사는 데 어마어마하게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죠.”
자신의 이같은 이중성에 대해 스티븐 뱅크스는 “W.E.B. 두 보이스(W. E. B. Du Bois)가 20세기 초에 발표한 ‘흑인의 영혼’(The Souls of Black Folk)에서 소개한 ‘이중 의식’이라는 개념과 비슷할 것 같다”고 부연했다.
제6회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의 피나렐를 장식할 색소포니스트 스티븐 뱅크스ⓒChris Lee(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 |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두 보이스의 개념은 두 가지 정체성을 동시에 지니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는 미국인으로서, 흑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죠. 그런 저에게 ‘컴 애즈 유아’는 제 음악적 개성을 형성해 가는 여정에서 매우 중요한 랜드마크 같은 작품입니다.”
‘컴 애즈 유 아’ 콰르텟 버전을 전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이번 리사이틀에서 스티븐 뱅크스는 폴 크레스턴(Paul Creston)의 ‘알토 색소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Op. 19’(Sonata for Alto Saxophone and Piano, Op. 19),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의 ‘환상소곡집, 작품 73’(Fantasiestucke Op. 73), 쥘 데메르스망(Jules Demersseman)의 ‘오리지널 테마에 의한 환상곡’(Fantaisie Sur Un Theme Original), 페드로 이투랄데(Pedro Iturralde)의 ‘작은 춤곡’(Pequena Czarda for Saxophone and Piano) 등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연주한다.
제6회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의 피나렐를 장식할 색소포니스트 스티븐 뱅크스ⓒChris Lee(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 |
이어 “학창 시절의 저는 늘 다른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예술 장르를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도 여전히 여러 면에서 그렇게 느낄 때가 있다”고 털어놓은 그는 여성과 유색인 차별 타파를 위한 ‘동태적 접근법’이나 경청하는 법 배우기, 사회적 현상을 논하는 일루미네이트 등 반드시 논의해야할 사회적 현상과 문제에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제 음악 활동을 통해 최대한 많은 사람이 음악 안에서 스스로를 보기를 바랍니다. 사람들이 음악과 보다 개인적인 관계를 맺음으로서 더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게 해주고 싶어요. 다양한 해석과 창작이 있어야 더 많은 사람들과 깊이 공감하고 생각을 나눌 음악적 이야기도 다양해질 겁니다. 음악가로서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활동들은 이같은 제 바람과 맥락을 같이 합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