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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LNG선 4척 동시 건조…'친환경·스마트' 품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입력 2023-10-30 15:07 | 신문게재 2023-10-3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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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크에 배는 꽉 차 있는데 사람은 어디에 있나 싶죠? 다 내부에서 일하고 계십니다.”

27일 찾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은 도크(건조공간)가 꽉 차있었다. 여의도 1.5배 크기에 달하는 150만평(490만㎡) 넓이의 상당한 규모가 위용을 드러냈다.

넓은 부지는 건조 중인 선박과 각종 기자재로 가득했다. 하지만, 이동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래서일까. 한화오션은 도크 작업 효율이 월등히 높다는 게 관계자의 귀띔이다. 선박 근처에 다가서자 납득이 됐다. 2만1000여명(직영 9000명·협력사 1만2000명)의 직원들은 내부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선박 건조 작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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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연료추진 VLCC. (사진제공=한화오션)

 

이날 승선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은 15층짜리 아파트만 하다. 액화천연가스(LNG)연료를 사용한 친환경 선박으로 길이 336m,폭 60m, 높이 47m에 달한다. 오렌지 빛깔이 선명한 선박 내부엔 직원들이 막바지 작업으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지난 6일부터 15일까지 시운전을 마친 이 선박은 30일 오후 4시 거제 바다를 떠난다고 한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화물 원유를 실을 수 있는 15개의 탱크가 눈길을 끌었다. 용량만 30만톤(t)에 달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330만명 정도 되는 부산 시민을 모두 태울 수 있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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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도크에서 LNG운선 4척이 동시 건조되고 있다. (사진제공=한화오션)

 

한화오션은 2기의 드라이 도크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날 방문한 1도크는 길이 530m, 폭 131m로 대형 선박 4척을 동시에 건조하고 있었다. 4척의 선박 가격만 해도 1조원이 훨씬 넘는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1도크는 초대형 유조선으로 가득했던 곳이다. 통상 LNG운반선이 컨테이너선이나 유조선보다 수익률이 높기 때문에 한화오션의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바라본 제2 도크에선 컨테이너 운반선을 건조 중이었다. 도크 위쪽엔 한화오션 로고가 선명히 새겨진 골리앗 크레인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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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싱 모션 플랫폼. (사진제공=한화오션)

 

한화오션은 미래 경쟁력 확보에도 한창이었다. 업계 최초로 거제사업장에 에너지시스템 실험센터와 슬로싱 연구센터를 설립해 친환경 선박 기술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핵심 연구시설인 에너지시스템 실험센터는 2015년 세계 조선소 중 최초로 만들어진 극저온 연구시설이다. 액화질소를 이용한 모사실험이 아니라, 액화천연가스(LNG)를 사용해 실제 운항과 동일한 극저온 시스템으로 실험을 진행한다.

슬로싱 연구센터에선 ‘슬로싱(화물 운반 시 선박 움직임에 따라 액체화물이 출렁이는 현상)’으로 인한 선박 피해 최소화 기술을 확보한다. 선박의 안전성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운송량을 효율적으로 조절 가능하게 함으로써 선주사의 물류비 절감에 기여하고 있다. 해당 센터에는 모형탱크에 대해 실험이 가능한 슬로싱 모션 플랫폼 2기와 500여개의 압력 센서, 500채널의 데이터 획득장치 등을 구비하고 있다. 운영 효율화를 위한 무인자동화 시스템도 구축돼 있어 24시간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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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재론지 용접로봇. (사진제공=한화오션)

 

스마트한 조선소로 탈바꿈하고 있는 과정도 주목할 만하다. 조선소를 방문하기 전까진 쇠망치 소리와 뜨거운 용접 불꽃의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막상 방문한 현장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에 맞춰 변하고 있었다. 한화오션은 연결화, 자동화, 지능화를 중점으로 미래 스마트 야드를 준비 중이다.

디지털 생산센터는 한화오션이 추구하는 스마트 야드의 전진 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조선업계 최초로 설계된 이곳엔 스마트 생산관리센터와 스마트 시운전센터가 있다.

또한 로봇 기술을 활용해 용접과 도장으로 대표되는 생산 현장의 여러 공정에 자동화를 실현하는 중이다. 지금까지 한화오션이 지능형 생산혁신 기술로 개발에 성공해 생산 현장에서 용접 및 가공 등 주요 공정에서 활용하고 있는 로봇은 협동 로봇을 비롯해 총 10여 개 분야 80여 개에 이른다.

현장에선 넘치는 일감에 웃음꽃이 피었지만, 간혹 우려의 목소리도 들렸다. 중국이 바짝 쫓아오고 있다는 이야기다.

정인섭 사장은 “수익성이 높은 LNG선의 경우 기체 화물을 아주 낮은 온도로 액화해서 실어 나르려면 화물창이란 고도의 생산 기술이 필요하다”며 “중국이 해당 기술을 쫓아오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아영 기자 aykim@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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