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전국 > 호남

[취재수첩]단체장과의 점심식사 단상(斷想)

입력 2023-12-13 14:03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조재호 기자
조재호 기자


지난 11일 강기정 광주광역시장과 지역 기자들이 함께 점심 식사를 하며 약 1시간 동안 한담을 나누는 기회를 가졌다. 기자라는 신분이 아니면 흔히 갖기 힘든 영광스러운 행사였고 직업의 특수성 때문에 그의 일거수일투족 하나하나를 모두 뇌리에 되새기는 작업이 자연스레 일어났다. 마치 관상을 보는 사람처럼.

더구나 공교롭게도 시장과 정면으로 마주 보는 자리에 앉게 돼 이같은 작업을 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자리 배치는 전혀 의도치 않게 결정됐다. 의전을 맡은 이들이 따로 시장의 자리를 지정해 두었으나 강 시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룸에 들어서자 곧바로 눈에 들어오는 빈자리를 서둘러 앉았기 때문이다. 그가 앉은 바로 앞자리가 기자의 자리였다. 이래서 공교롭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도시혁신상이라는 큰 상을 받고 중국 광저우에서 3박4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기자들과 점심을 함께 한 그는 “업무가 밀려 있어 오늘 아침 새벽 3시 30분부터 밀린 결재를 했다”고 일성을 내뱉었다.

그는 부지런한 인물이었다. 새벽부터 일을 하는 단체장은 일단 합격이다.

중국 광저우 출장 얘기가 이어졌다. 달변가였다. 말의 속도가 빠르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아 청음에 어려움이 없었다. 더구나 말에서 소탈함도 묻어났다. 사투리가 튀어나와도 어색하지 않았다. 마치 이웃집 아저씨 같은 이미지가 물씬 풍겼다.

식사가 나왔다. 대략 스무 명 정도의 식사 분위기는 짐작대로 부산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분위기를 즐기는 듯 보였다. 이 정도면 대중과의 스킨십 항목평가에서 최고점을 주어도 부족하지 않을까.

이 기사를 쓴 의도가 칭찬에 초점을 둔 것은 아니다. 팩트에 근거한 주관적 평가에 있어 단점이 보이면 액면 그대로 쓸 요량이었다. 그러다 눈에 띄는 대목이 있었다.

광저우시가 시장 부부를 초대했으나 비서실에서 이를 인지하지 못해 강 시장은 홀로 출국했다. 의전상 커다란 실수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사실을 강 시장의 발언을 통해 알게 돼 깜짝 놀랐다. 공적인 자리에서 부하직원의 허물을 서슴없이 말한 것과 관련, 논어(論語)에서는 온(溫)의 문제로 본다. 공자의 제자 자공(子貢)이 공자의 리더십 ‘온량공검양(溫良恭儉讓)’가운데 제1의 덕목으로 온(溫)을 꼽은 사실만 보더라도 이는 은밀히 말할 대목이었다.

반면 강 시장의 귀는 크게 열려 있었다. 광주 군공항 무안 이전과 관련, 지역 현안으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강 시장은 “묘안이 있다면 알려주세요”라고 귀를 크게 열었다.

누구보다 군 공항 이전에 대해 이해가 깊은 그가 이처럼 고개를 숙여 해법을 구하는 태도는 단체장으로서 귀감이라고 보여졌다.

마지막으로 전방과 일신방직의 공공기여율과 관련, 강 시장은 토지가치 상승분의 40~60% 범위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설명했다. 거듭된 사고 과정에서 탄생한 수치가 54.4%였다는 사실도 알려주었다. 지역 현안에 대해 끊임없이 인내하며 사고에 사고를 거듭하는 단체장, 이 또한 멋있지 아니한가!


광주= 조재호 기자 samdady@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