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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굴지 화장품기업 아모레퍼시픽, 브랜드파워 ‘흔들’

‘가습기치약’부터 틴트·섀도 등 색조화장품까지 … ‘못믿겠다’ 등돌리는 뷰티유저

입력 2016-10-0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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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수조치 후 행정처분을 받은 아리따움 아리따움 볼륨업 오일틴트, 아리따움 홈페이지 캡처

아모레퍼시픽이 올들어 국내 1위 화장품기업의 명성을 금가게 하는 하는 연이은 악재로 브랜드 신뢰도가 급락하는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달 27일 ‘가습기 살균제 성분 치약’으로 소비자들에게 충격을 안기더니 이틀 후에는 ‘주종목’인 화장품에서조차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아이섀도우 6개 품목에 대한 1개월 제조업무 정지 처분을 받았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7일 ‘메디안 후레쉬포레스트 치약’ ‘송염본소금잇몸시린이치약’ 등 자사 치약에서 속칭 가습기 살균제 성분으로 알려진 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 검출되자 자진 회수에 나섰다.


아모레퍼시픽측은 “CMIT 등 함유 성분에 대해 사전에 철저하게 체크하지 못했다”며 “현재 사용 중인 원료에 대해 전수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며, 식품산업에 준하는 엄격한 품질 및 이력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향후 원료에 대해 더 철저하게 관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대형마트, SSM 등에서 ‘무조건 환불 교환’을 해주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분노는 식을 줄 모른다.


지난 5월부터 틴트-섀도 ‘위생불량’ 문제 불거져


가뜩이나 ‘가습기 치약 사건’으로 부정적인 이슈의 도마의 오른 상황에서 여성들의 애정을 한몸에 받던 자사 틴트·아이섀도에도 품질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까지 밝혀졌다. 평소 ‘믿고 쓰는 아모레퍼시픽’으로 신뢰받았지만 소비자들은 이미 ‘아모레에게 등을 돌리겠다’는 입장으로 돌변했다. 충실한 고객이 많았던 만큼 그만큼 배신감도 컸다는 분위기다.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 △헤라 △라네즈 △프리메라 △한율 △마몽드 △리리코스 △베리떼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아리따움 등 다양한 소비자 타입에 맞는 브랜드 타깃팅으로 청소년부터 노년층까지 아우르는 국내 굴지의 화장품 브랜드였다. 올 1분기 매출액은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29일엔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브랜드숍 에뛰드하우스와 편집숍 브랜드 아리따움의 6개 품목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1개월 제조업무 정지 처분을 받았다. 제조 과정에서 제조관리기준서를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상 품목은 섀도우 중 △에뛰드하우스 플레이컬러 아이즈 인더카페 △에뛰드하우스 룩앳마이아이즈 카페 BR401 까페라떼 △에뛰드하우스 룩앳마이아이즈 카페 PK009 새벽꽃시장 △아리따움 모노아이즈 No.122 마이레이디 △에뛰드하우스 룩앳마이아이즈카페 PK010 미니피치 △에뛰드하우스 룩앳마이아이즈 RD301 정글레드 등이다. 이와 함께 지난 5월 미생물 문제로 자진회수했던 △아리따움 볼륨업 오일틴트 2호 △아리따움 볼륨업 오일틴트 5호 등 2품목도 해당 제품 제조를 금지 처분을 받았다. 처분 기간은 9월 29일부터 10월 28일까지다.


청소년·젊은 여성층 사이서 ‘품절대란’ 일으킨 제품의 ‘품질 배신’


이같은 처분은 지난 5~6월 불거진 품질 논란에서 비롯됐다. 특히 오일 틴트는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린 여성이 즐겨쓰는 품목이다. 하지만 2개 품목에서 미생물이 다량 검출돼 올 1월 출시된 이후 5개월 동안 소비자의 입술을 통해 유해 미생물이 침투될 빌미를 제공한 셈이 됐다. 더욱이 회수 과정에서 빚어진 혼선과 오해는 논란을 증폭시켰다. 볼륨업 오일틴트는 1호부터 5호까지 총 5종으로 구성된 제품인데 일부 매장에서는 미생물이 검출된 2호와 5호만 교환·환불해 준 것으로 드러나 원성을 샀다.


모든 화장품은 출시에 앞서 진균수 시험을 거쳐야 한다. 최소 5일간 배양한 후 진균수를 측정하도록 규정돼 있는데 제조정지 처분을 받은 두 제품의 경우 정해진 배양기간보다 짧은 기간 동안 배양한 후 이를 토대로 시험결과를 작성하고 적합 판정을 내려 출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이 회사는 완제품 시험 성적서 및 미생물 시험일지를 허술하게 작성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와 별도로 아모레퍼시픽의 또다른 립 아이템인 컬러래스팅 틴트에는 ‘소듐라우릴설페이트’라는 계면활성제가 함유돼 일부 소비자 사이에서 부작용 사례가 나타나기도 했다. 이 제품은 지난해 5월 출시 직후 13만개 이상 판매고를 올리는 등 큰 인기를 얻어왔다.


소듐라우릴설페이트는 비누, 세제, 치약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계면활성제다. 이 성분은 피부에 흡수되기 쉽고 피부알레르기, 탈모, 백내장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최근 미국독성학회는 소듐라우릴설페이트는 내장기독성물질이어서 잔류할 경우 불임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제품은 특별한 행정처분을 받지 않았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정유섭 새누리당 의원은 “입술에 일상적으로 바르는 제품에 계면활성제 성분을 장기간에 걸쳐 사용하면 내장흡수와 피부흡수로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며 “특히 청소년들이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틴트 제품의 위해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컬러래스팅 틴트는 식품의약안천처에 안전이 검증된 성분만 함유돼 있다”며 “아모레퍼시픽은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일부의 부작용 사례가 주목받는 것은 아모레퍼시픽 제품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반복돼 불거진 탓”이라고 설명했다.


오일 틴트 문제가 터진 며칠 뒤인 지난 6월에는 아모레퍼시픽의 색조화장품들이 비위생적인 제조공정을 거쳐서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이 내부고발자의 폭로를 통해 알려졌다. 화장품제조 하청업체의 직원 A씨는 퇴사 후 곰팡이가 검출된 아이섀도를 아모레퍼시픽에 납품했다는 문건을 공개해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세균 등 미생물에 오염됐다는 주장이 제기된 제품들은 하청업체 코스온 공장에서 생산돼 납품된 에뛰드하우스의 ‘인더카페’, ‘칵테일드레스’, 아리따움 ‘마이레이디’ 등이었다. A씨는 “제품에서 세균과 곰팡이가 검출돼 내부적으로 ‘부적합 판정’이 나왔음에도 일부 상품이 그대로 시중에 유통됐다”고 강조했다.


A씨는 “회사에서 비위생적으로 만들어져 부적합 판정이 난 일부 화장품이 멸균 과정 조차도 거치지 않고 서둘러 판매업체인 아모레퍼시픽에 보냈다”고 고백했다. 실제로 내부 문건에는 ‘잘못 전달돼 멸균 전 출고됨. 클레임 예상’이라고 기록돼 있었다.


아모레 사태가 파장이 큰 것은 평소 여성들의 절대적인 지지와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던 브랜드였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가 된 아이섀도, 틴트 등은 ‘품절대란’ 아이템으로 여겨질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제품들이다. 소비잗르은 자꾸 같은 회사에서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다보니 처음엔 실수라고 생각했던 일들도 사실은 만연화된 게 아니냐는 반응이다.


여대생 김모 씨(23)는 “평소 애용하던 아리따움 브랜드의 섀도가 위생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곰팡이 섀도를 사려고 미리 매장에 전화해 어렵게 예약해 구매하고, 세일 때마다 쟁여두며, 온라인에 해당 제품이 좋다고 추천까지 했던 것을 생각하면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는 직장인 윤모 씨(25·여)는 “어릴 때부터 엄마 화장대에서 보던 아모레퍼시픽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 웬만하면 해당 브랜드 제품을 주로 써왔다”며 “이번 사태로 아예 손을 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인 친구들이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를 선호하며 ‘K뷰티’ 대표 제품으로 여기는데 앞으로는 추천하기가 애매해졌다”고 말했다.


동종 업계와 비교해 봐도 아모레퍼시픽의 행정처분 건수는 많은 편이다. 애경·에이블씨엔씨 등 다른 업체의 위해정보 건수가 ‘0’인 것과 비교된다. 경쟁자이자 업계 2위인 LG생활건강 역시 이렇다 할 문제가 없어 대비된다.



정희원 기자 yolo031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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