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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강한척, 쿨한척… '미소우울증' 놔두면 더 큰병 온다

[100세 시대] 노년기 우울증 극복하기
미소우울증 NO! ...숨기지말고 알려 주변과 함께 치유 나서야

입력 2021-06-22 07:00 | 신문게재 2021-06-2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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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코로나 블루’까지 겹치면서 최근 들어 시니어들의 우울감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 노인의 3분의 1 이상이 우울증 증세를 가졌다는 보고가 나올 정도다. 노년기 우울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가족과 떨어져 부부 혹은 혼자 사는 환경에 처한데다, 우리 사회의 ‘노인회피’ 현상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현직 50대 들도 경쟁사회 속에서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속으론 극심한 우울감에 사로잡히는 ‘미소우울증’에 빠진 이들이 적지 않다. 시니어 우울증의 실태와 극복 대책을 알아보자.

 

 

◇ 노년기 우울증의 특징

 

 

 

 

미국 정신과협회가 규정한 우울증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오랫동안 정서적 하락을 보이거나 모든 활동에 흥미를 잃고 활동량이 크게 줄며 체중이 눈에 띄게 증가 혹은 감소한다. 불면증 또는 과도한 수면으로 매일 피로감과 체력부족을 느끼며 반복적으로 죽음을 생각한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거의 매일 대부분의 시간을 우울하게 지내거나 일상 생활에서 즐거움을 찾지 못하는 상태가 2주일 이상 지속되면 우울증이라고 판단한다. 대개는 불면증이나 가슴 답답함, 두통, 어깨 무거움, 피로감 등의 증상으로 시작했다가 무기력, 집중력 상실에 더해 무가치감 또는 과도한 죄의식 등으로 발전한다. 

 

노년기 우울증은 일반적인 성인 우울증에 비해 슬픔의 표현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모호한 신체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잦다. 울화병이나 가성 치매로 발전하기도 한다. 안 하던 술을 하는 등 전에 않던 행동을 하면 일단 예후로 보는 게 좋다.

 

 

◇ 우울증은 어디에서 오나

 

 

 

우울증은 생리학적으로는 대뇌에 ‘세로토닌’이 부족해지는 탓이라고 한다. 우울증 유전자 -5HTT를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대뇌 편도체나 시상하부의 변화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그렇게만 생각하면 자칫 무기력증에 빠져 약물 오남용이나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오히려 현대 사회에서는 인간관계나 마음 상태 등이 더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재물이나 지위, 명성 등을 지나치게 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 탓에 연령에 관계없이 모든 현대인들이 너무 쉽게 불안이나 낙담, 우울감에 빠진다는 것이다. 완벽주의자들이 더욱 그렇다. 과도하게 엄격한 기준으로 자신을 채찍질하고, 자신이 못해 낸 일에 지나치게 자책하고 학대함으로써 스스로를 우울감에 빠트린다는 것이다.

 

요즘은 부부 관계에서 발생하는 경우도 잦다. 우울증에 걸린 남편 혹은 아내를 어떻게 도울 수 있느냐는 정신과 상담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제대로 치료가 안돼 두 사람 모두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 드러나지 않아 더 위험한 미소우울증

 

미소우울증(smiling depression)이란 겉으로는 우울증을 숨기며 강한 척, 쿨한 척 하지만 혼자 있을 때는 쉽게 슬픔에 빠지고 고통과 절망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증상을 가진 사람들은 누군가 그것을 알까봐 자꾸 숨으려 하고 자신을 위장하기도 한다. 결국 미소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은 주변에서 도와줄 마지막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 버리는 셈이다.

 

이런 증세를 자칫 여성들의 전유물로 착각하곤 한다. <미소우울증>이라는 책을 쓴 대만의 임상심리학자 홍페이윈(洪培芸)은 “동양권에서는 우울증 환자의 6분의 5가 여성이라고 알려졌지만, 남자들은 먼저 털어놓는 경우가 매우 적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미소우울증으로 사망에 이르는 사람을 보면 남자가 더 많다고 한다.

 

사람들의 수명이 길어지고 세대 간에 다른 가치관이 부딪히다 보니 공허감과 상실감 우울감이 느껴지는 경우도 많다. 적자생존의 사회 룰 속에서 ‘친구도 적이자 경쟁자’라고 생각하는 경쟁문화가 우리를 우울감에 빠지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내 증상을 알리고 옆사람과 함께 치료하라

 

 

 

 

 

 

전문가들은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이 과도하게 부정적이거나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스스로 긍정적인 성격으로 바꾸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주변의 도움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럴 수 있다”는 공감의 표시로 안정감을 느끼게 해 주고 스스로 자신의 우울증을 밝히게 하면서 “함께 헤쳐갈 수 있다”는 믿음을 주라고 한다.

 

홍페이윈(洪培芸) 역시 믿을 수 있는 가족과 친구에게 상황을 털어놓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다만 당사자가 매우 예민한 상태이니 조급해 하지 말고 천천히 충분한 신뢰와 안정감을 쌓을 것을 조언한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나무’가 되어 주라는 것이다.

 

순천향의대 정신의학과 성형모 교수는 일단 부정적인 생각부터 없애라고 강조한다. “내 탓이야”, “세상이 날 도와주지 않아”, “내가 잘 된 건 운 일거야” 같은 생각은 버리고 자신을 칭찬하고, 즐거운 마음을 가지라고 권한다. 설사 우울증상 등이 생기더라도 자신을 비관하거나 욕하지 말고, 가족이나 친구 등 자신이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을 마음 속에 정하고 언제든지 도움을 받을 준비를 해 두라고 조언한다. 

 

 

◇ 운동과 식이요법 치료도 병행

 

(사진출처=게티이미지)

 

우울증 치료법에는 식이요법도 있다. 정신과전문의 겸 영양학자인 우마 나이두는 저서 <미라클 브레인 푸드>에서 우울증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인, 좋은 기분을 만드는 음식으로 오메가3, 좋은 비타민이 함유된 음식, 허브 등을 추천했다. 반대로 기분을 흐리멍텅하게 만드는 음식으로 설탕과 고혈당 탄수화물, 아스파탐류, 튀긴 음식 등을 꼽았다.

 

성 교수도 식사 잘하기, 물 많이 마시기, 비타민과 미네랄 적극 보충하기. 설탕이나 흰 밀가루 음식 안먹기, 술과 담배 카페인 줄이기, 체내 산화스트레스 줄이기 등을 권한다. 그는 걷기나 등산, 골프 같은 지속적인 유산소 운동도 우울증 치료에 좋다고 조언한다. 동적인 것보다는 정적인 것이 오히려 더 효과적인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점진적 근육이완법, 명상법, 바이오 피드백 등이 그렇다고 한다.

 

 

 

 

 

조진래 안상준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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