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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우리 모두가 ‘호동’ ‘낙랑’이 될 수 있도록! 국립무용단 무용극 ‘호동’

입력 2022-10-1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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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무용극 호동_기자간담회 및 시연회 (29)
무용극 ‘호동’ 창작진. 왼쪽부터 안무가 송설·정소연, 이지나 연출, 손인영 단장, 김성수 음악감독, 안무가 송지영(사진제공=국립극장)

 

“호동은 17세에 자결을 했어요. 2016년 서울예술단의 ‘바람의 나라’부터 호동은 왜 그 나이에 자결을 했을까를 생각했습니다. 호동은 남진정책을 추구한 대무신왕의 아들로 평화를 꿈꾸는 인물이었어요. 그런 인물이 집단 내에서 어덯게 낙랑을 이용해 자명고를 찢고 내면이 피폐해져 갔는지를 상징적으로 그려내고자 했습니다.”

11일 오전 국립극장에서 열린 국립무용단 무용극 ‘호동’(10월 27~29일 해오름극장)의 이지나 연출은 “설화로 내려오는 호동의 삶을 사실적 연기보다 상징적 표현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호동 인생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갈등적인 부분을 8개장에 상징적으로 만들어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용극 ‘호동’에서는 내 마음 속 양심 혹은 내 세계관과 집단이 밀어붙이는 세계관이 충돌할 때 자명고가 울려요. 첫 장면에서 대무신왕(지현준)이 카운트를 세요. 모든 개인의 의지를 하나로 만들고 국가가 세워지는 거죠. ‘호동’은 집단 속에서 소외된 개인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어요. 국가가 만들어지며 개인이 집단이 되는 과정, 거기에 섞이지 못하는 호동을 찾아내는 것이 상징성입니다.” 

 

2022 무용극 호동_기자간담회 및 시연회 (20)
무용극 ‘호동’ 이지나 연출(사진제공=국립극장)

 

호동의 이 여정에 대해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사회적 통제 속에서 개인의 자유의지가 어떻게 저항할수 없을 만큼 무너지는가”에 빗대기도 한 이지나 연출은 “아직 풀지 못한 건 집단에 섞이지 못하는 호동의 내면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다. 무용동작으로 풀 것인가, 연기로 풀 것인가, 장면마다 무용과 연기를 섞을 것인가를 두고 계속 시도 중”이라고 털어놓았다.

“이 극에서는 낙랑도 호동의 내면이에요. 호동의 정확한 상징과 사실적 표현이 어떻게 녹아들어가는지가 무용극 ‘호동’의 키포인트가 될 겁니다. 집단에 섞이지 못하는 호동은 너일 수도, 나일 수도 있어요. 가족, 회사, 단체 등에 섞이지 못하는 것이 잘못인가에 대해 질문하고 있죠. 집단 광기 속에 소외되는 호동에 자기 투영이 되기를 바랍니다.”

국립무용단 창단 60주년 기념작 ‘호동’은 ‘무용극’이라는 장르를 정립한 송범 초대단장의 ‘왕자 호동’ ‘그 하늘 그 북소리’를 오마주한 작품이다. ‘서편제’ ‘잃어버린 얼굴 1895’ ‘차미’ ‘더 데빌’ ‘곤 투모로우’ ‘나빌레라’ ‘썸씽로튼’ 등의 이지나 연출과 ‘아일랜더’ ‘미인’ ‘마마돈크라이’ ‘베르나르다 알바’ 등과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음악에 참여한 이셋(김성수) 작곡가·음악감독 그리고 국립무용단의 젊은 단원인 정소연·송지영·송설이 공동안무가로 참여했다.  

 

2022 무용극 호동_기자간담회 및 시연회 (2)
무용극 ‘호동’ 연습실 시연(사진제공=국립극장)

 

김성수 음악감독은 “공연예술에 참여하면서 텍스트에 기대지 않는 표현양식을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비선형적이고 텍스트에 기대지 않은 음악으로 어떻게 사람들의 이성을 건드릴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라고 털어놓았다.

“비선형성과 텍스트에서 벗어나는 시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이성을 자극하고 사고체계를 조금씩 건드리면서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표현할까를 목표로 하죠.”

김성수 감독은 “그 목표를 위해 ‘호동’의 음악은 두 가지 원칙을 세워두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텍스트는 힘 있는 자들의 것이 됐고 우리의 서사는 공개됐다는 얘기를 좋아한다. 텍스트가 힘을 가질 때는 보통 규칙이나 신화, 서사에 기반하는 경우들이 많다”며 “그런 지점에서 힘있는 국가에 대한 이야기에는 기존 악기들을, 서사를 가지지 못한 개개인에 대한 음악들은 전자 악기들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2022 무용극 호동_기자간담회 및 시연회 (23)
무용극 ‘호동’ 김성수 음악감독(사진제공=국립극장)

 

“글리치라고 하는데 탁자, 병 등을 치는 소리를 조합해 기존 화성 구조에는 없는 것들과 리듬들을 사용합니다. 4분의 3박이 아닌 이상한 박자, 불규칙성을 가지고 개인을 표현하려고 시도 중이죠. 두 번째는 이에 따른 국악기 사용인데 국악기가 아닌 탁자 등을 국악기 주법과 리듬으로 연주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시도하며 실시간 코딩, 프로그래밍을 해보고 있죠. DNA를 전혀 느낄 수 없는 음악들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그의 목표 중 하나인 ‘이성 건드리기’에 대해 김성수 감독은 “사람들한테는 각자 다른 버튼이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보통 그 버튼을 5가지 정도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몇백 가지”라며 “그래서 조명, 안무, 음악 등이 있는 굉장히 큰 스펙타클한 공간 안에 관객을 가둬놓고 관찰하게도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무용극 호동
무용극 ‘호동’ 안무가. 왼쪽부터 송설·정소영·송지영(사진제공=국립극장)

 

공동안무가로 참여한 정소연 국립무용단원은 “한국춤으로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는 걸 다시 느끼는 중”이라며 “즉흥적인데다 단절이 없어서 강한 장면 표현이 어렵다. 그걸 이겨내고 어떻게 표현하는지 그리고 군무들조차도 각자 호동이 돼서 저마다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꾸렸으니 그 지점을 유념해서 봐달라”고 당부했다.

공동안무가 송지영 역시 “전체적인 틀 안에서 하나하나의 동작에 이야기를 넣기 보다는 상징성을 부여하는 데서 시작했다”며 “관객들이 알아볼 수 있게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은 안무”라고 전했다. 송설은 “국립무용단의 무용극은 이런 것이라고 할 수 있게 개막까지 치열하게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60년도 더 된 ‘무용극’이라는 장르에 대해 손인영 국립무용단장이자 예술감독은 “발레를 한국무용에 접목한 ‘무용극’은 우리만의 춤 스타일”이라며 “모든 과거는 다 버려야 한다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2022 무용극 호동_기자간담회 및 시연회 (19)
무용극 ‘호동’ 손인영 국립무용단장(사진제공=국립극장)

 

“무용극을 어떻게 하면 이 시대에 맞게끔 만들지도 필요한 절차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창작무용을 선보이는 방식인 무용극에 영양분을 주고 햇빛을 쪼여 우리만의 것을 만들어가는 데도 정성을 들이고 신경을 써야 해요. 해외에서 한다고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걸 굳이 따라가기 보다는 우리만 할 수 있늘 걸 스스로 창조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어 손 단장은 “우리는 드라마에 강하다. 그걸 고려하면 우리 무용극도 새롭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지나 연출은 “무용극에서는 어찌됐던 서사가 굉장히 선명하게 드러나야 한다”며 “장마다 상징들로 표현되지만 그럼에도 분명히 보여줄 것들은 객원단원인 지현준 배우의 몇 마디 대사와 자막으로 스토리를 이해시키면서 엮어 간다”고 부연했다.

“이 자막과 배우의 대사, 김성수 감독의 미래적인 음악이 녹아들어 시너지가 돼 극이 전달되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에요. 이를 위해 서사 전달을 어떤 방식, 어떤 동작, 어떤 장치로 할까를 최후의 순간까지 고민하겠습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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