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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우울감↓ 자긍심↑… 돌보며 돌봄 받는다

[100세 시대] 운동만큼 효과적인 노인 동·식물매개 치료

입력 2023-05-09 07:00 | 신문게재 2023-05-0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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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유산소 운동이 치매를 비롯한 노인성 질환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이런 저런 이유로 쉽게 시작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운동’이다. 원예 활동으로 대표되는 식물매개치료나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동물매개치료는 이런 운동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외 원예활동은 전신근육을 사용하는 근육운동이며, 반려동물과의 산책은 저·중강도 운동이 가져다 주는 신체적 건강에 소소한 정신적 기쁨까지 준다.

 

 

◇ 부상 위험도 낮은 ‘식물매개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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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농협 주민 꽃꽂이 교실.(연합)


미국의 저명한 뇌신경학자 올리버 색스는 “식물이 자라고 있는 정원이 최고의 비 약물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식물매개치료는 무엇보다 다른 유형의 신체활동보다 부상 위험이 낮다는 게 장점이다. 더불어 치매 예방에도 더 없이 좋다.

식물인간환경학 전문가인 박신애 건국대 교수는 “단 20분간의 정원 가꾸기 활동이 노인의 인지능력과 관련한 뇌신경 성장인자 BDNF와 PDGF의 수치를 눈에 띄게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20명을 대상으로 주 2회 60분씩 24회기에 걸쳐 저강도의 신체활동을 기초로 텃밭 가꾸기 프로그램 진행한 결과였다고 한다. 텃밭을 가꾸지 않은 그룹은 BDNF 수치가 되레 감소했다.

65세 이상 58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원예활동이 치매 예방에 좋다는 결과를 보여 주었다. 참가자들에게 식물 심기, 잎 닦아주기, 꽃병에 꽃 꽂기, 파종하기 등의 활동을 수행케 했다. 비원예 활동으로는 카드 게임, TV 시청, 뉴스 읽기 등을 실시했다. 뇌파 검사 결과, 잎 닦아주기와 식물 심기 등의 활동에서 전전두엽의 두뇌 활동성이 높게 나타났다. 기분상태척도 검사에서도 비원예활동보다 꽃꽂이, 식물심기 등을 했을 때 좋은 기분이 유지되는 경향을 보였다. 가족 혹은 지인들과 텃밭을 가꾸면서 함께 채소를 키우고 밥을 해 먹으면서 나이 차이가 무색하게 모두 절친한 사이가 되었고, 텃밭 프로그램이 끝난 후 열리는 팜 파티는 동네 축제가 되었다고 한다.

오래 전부터 유럽에서는 ‘치유농장’을 사회보장제도와 연계해 사회적 약자의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는 등 다양한 치유농업 서비스 ‘케어 파밍(Care Farming)’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도 식물매개치료 프로그램을 재활치료에 접목해 병원마다 옥상정원이 크게 늘고 있다.


◇ 디지털 헬스에 식물을 접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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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틔운’.(사진제공=LG전자)

뇌졸중은 전 세계적으로 6명 중 1명 꼴로 발병하는 노인성 질환이다. 특히 우울증을 동반하는 뇌졸중은 본인의 의지가 강하지 않으면 치료와 재활 매우 어렵다. 뇌졸중 환자 치료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원예 활동이다. 식물이 자라는 것처럼 매일매일 자신의 몸이 나아지는 것을 경험하면서 계속 재활 동기를 부여하게 된다.

뇌졸중 환자 대상 실험에서도 원예활동 동작이 환자의 신체적·심리적 건강에 긍정적 영향 미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일반 재활치료 외에 식물매개치료를 주 3회, 회기당 60분씩 참여케 했더니 상지 기능, 악력, 집는 힘, 균형 능력 및 일상활동에서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다고 한다. 개인 위생, 목욕, 섭식, 계단 오르내리기, 옷 입기, 배변 및 배뇨, 걷기, 침대로 이동하기 등 가장 일상적인 생활활동에서 눈에 띄게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고, 우울증 검사에서도 평균 점수가 낮아져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한다. 고밀도단백질 수준과 혈압, 면역관련 변수가 크게 개선되었다고 한다.

원예활동은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 지루하고 귀찮아 운동을 하기 싫어하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자연스럽게 움직임을 유도해 운동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텃밭 활동을 통해 허리둘레나 혈압, 콜레스테롤, 우울감을 감소시키고, 근력 및 신체 기능과 면역력, 인지기능을 향상시켜 심신 건강을 증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식단 관리가 필수인 만성질환자들이 직접 재배한 친환경 먹거리를 이용해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다. 우울 및 스트레스 치료에도 적합하다.

LG전자는 이런 흐름에 맞춰 ‘틔운’ 이라는 스마트 식물 재배기 출시했다. 건국대 연구실을 기반으로 설립한 ‘그린포러스’는 바쁜 현대인을 위해 식물재배와 코딩을 결합한 ‘플랜투이노’를 선보여 주목을 끈다. 식물 주변의 온도와 습도, 미세먼지 농도를 체크하고 조명으로 빛을 조절하거나 공기순환 팬도 돌릴 수 있다. 식물로 만든 천연가습기 화분도 작동이 가능하다. 앞으로는 메타버스에서 농축산 개체를 재배 및 양육하고 건강 힐링 효과를 얻고 농축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메타서비스, 더 나아가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 등이 속속 등장할 것이라고 박 교수는 전망한다. 식물과 디지털 헬스와의 만남이다.

 

 

◇ 불안감을 덜어주는 반려동물 치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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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동물매개치료(AAT, Animal-Assisted Therapy)는 1950년대 심리학자 보리스 레빈슨에 의해 처음 도입된 이래 많은 환자들, 특히 고령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 분야에 가장 널리 알려진 단체인 델타 소사이어티 연구에 따르면 동물을 안고 쓰다듬거나 심지어 그냥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환자에게 이로운 변화가 일어난다고 한다. 혈압이 낮아지고 스트레스와 외로움, 수줍음 또는 적대감이 줄어들고 차분한 기분이 들면서 자긍심이 높아지고 인생의 변화에 대해 좀더 유연한 태도를 갖게 된다고 한다.

학술지 <노년학 저널>에 발표된 한 연구는 장기요양시설 환자들에게서 AAT가 외로움을 덜어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정신질환이나 기분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AAT가 불안증과 동요를 크게 완화시켜 준다는 결론을 얻었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주의 집중력이 개선되고 식욕이 증진되는 것은 물론 공격성과 분노 수준은 줄어 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대체의학 전문가인 안드레아스 모리츠는 <치매에서의 자유>라는 책에서 “반려동물로부터 받는 무조건적인 사랑은 삶의 여러 측면에서 겪는 두려움과 좌절감, 불안도 크게 줄여준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이 있으면 밖에 나가 운동할 기회가 많아진다. 펜실베니아대학 정신의학 명예교수인 에런 캐처 박사도 “반려동물이 곁에 있으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지고 심혈관계 건강이 좋아질 수 있다는 증거도 나왔다”고 전했다.

조진래·안상준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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